시효 지난 빚, 조금 갚으면 되살아나나요





소멸시효

시효 지난 빚을 조금 갚으면 되살아날까
압류를 걸면 시효가 멈출까
박소영 ·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아틀라스
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5다212338 판결  ·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반소) 판결  ·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9601 판결

핵심 답변: 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던 1967년 이래의 법리를 폐기했습니다. 압류할 채권이 없는 압류는 시효를 중단시키되 집행절차가 곧바로 끝나 그때부터 시효가 새로 진행합니다(대법원 2020다239601·2025다212338 판결).

소멸시효를 붙잡아 두는 방법은 실무에서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채무자가 빚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채권자가 압류를 거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2025년에 두 방법의 한계를 모두 다시 그었습니다.

첫 번째 축은 2025년 7월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면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리가 폐기되었습니다. 1967년 대법원이 처음 판시한 뒤 58년 동안 법정에서 쓰여 온 공식입니다.

두 번째 축은 채권압류입니다. 시효를 넘기지 않으려고 여러 은행에 예금채권 압류를 걸어 두는 관행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압류할 채권이 애초에 없으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집행절차가 곧바로 끝나고, 그때부터 시효가 새로 진행한다는 법리를 2020년과 2025년 판결에서 거듭 확인했습니다. 잔액이 0원인 채로 방치된 계좌라면 장래 입금될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까지 효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두 축을 차례로 정리합니다.

2025년 대법원 판결들은 소멸시효에서 무엇을 바꿨나요?

대법원은 채무자 쪽 행위(시효이익 포기)와 채권자 쪽 행위(압류에 의한 시효중단) 모두에서, 형식적인 사실 하나만으로 시효가 되살아나거나 계속 멈춰 있다고 보지 않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판결 쟁점 결론
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시효완성 후 일부 변제 = 시효이익 포기? 추정 법리 폐기. 개별 사안의 의사표시 해석으로 판단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5다212338 판결 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발생 시기 압류를 신청·위임한 때로 소급. 단 피압류채권 없으면 곧 종료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반소) 판결 잔액 0원 계좌의 장래 예금채권 압류 가까운 장래의 발생 기대가 없으면 압류도 무효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9601 판결 계좌 자체가 없는 은행에 대한 압류 시효는 중단되나 송달로 집행절차 종료, 그때부터 새로 진행

네 판결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채권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해 온 형식적 기준을 걷어내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지도록 한 것입니다. 채무자 쪽에서는 시효완성을 알고 포기했는지를, 채권자 쪽에서는 압류할 채권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각각 봅니다.

시효가 지난 빚을 조금 갚으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인가요?

이제는 그렇게 추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은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이 있으면 시효이익 포기가 추정된다는 법리를 폐기하고, 개별 사안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의사표시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변경 대상으로 명시된 판결은 다섯 건입니다. 대법원 1967. 2. 7. 선고 66다2173 판결,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4796 판결,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다46808 판결,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3다12464 판결,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44, 251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이들 판결과 같은 취지의 판결들을 이번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재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이고 주심은 권영준 대법관입니다. 대법관 노태악, 오석준, 엄상필, 이숙연, 마용주의 별개의견이 있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권영준 대법관의 보충의견과 별개의견에 대한 노태악 대법관의 보충의견이 붙었습니다. 별개의견도 원심을 파기해야 한다는 결론에는 찬성했으므로, 결론에 관한 한 대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구분 종전(추정 법리) 변경 후
출발점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이 있으면 포기 추정 추정 없음. 의사표시 해석으로 판단
시효완성 인식 알았던 것으로 추정 개별 사안에서 인정되어야 함
포기의 효과의사 표시된 것으로 추정 표시되었는지 따로 심리
부담을 지는 쪽 채무자가 추정을 번복해야 함 추정이 없으므로 번복 부담도 없음
채무승인의 지위 사실상 결론을 결정 판단의 한 요소로 남음

시효이익 포기가 문제 된 사건은 어떤 사건이었나요?

부동산 임의경매의 배당이의의 소입니다. 근저당권자인 채권자가 배당금 대부분을 받아 가자 채무자 겸 소유자가 배당표에 이의했고, 그 안에서 시효가 완성된 이자채무의 운명이 다투어졌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모두 상인입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돈을 빌렸습니다.

구분 차용일 금액 약정
제1 차용금 2006. 12. 28. 3,000만 원 이자 연 20%, 변제기 2009. 12. 31.
제2 차용금 2009. 6. 20. 9,000만 원 이자 없음, 변제기 2009. 12. 30.
제3 차용금 2011. 1. 25. 2,000만 원 이자·변제기 정하지 않음
제4 차용금 2015. 11. 2. 1억 원 변제기 2016. 11. 1.

원고는 제1 차용금 때 채권최고액 1억 5,000만 원의 제1 근저당권을, 제4 차용금 때 채권최고액 2억 원의 제2 근저당권을 각각 자신 소유 부동산에 설정해 주었습니다. 제4 차용금 당시 작성한 차용증에는 “일금: 1억 원정. 전 미수금 1억 4,000만 원 합계 2억 4,000만 원”, “이자는 연 150만 원으로 하여 매월 30일에 지급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판결은 연 150만 원이 월 150만 원의 오기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 뒤 원고는 피고에게 2016. 2. 6. 150만 원, 2016. 3. 19. 150만 원, 2016. 9. 30. 500만 원, 2017. 7. 6. 1,000만 원을 보냈습니다. 합계 1,800만 원입니다.

피고의 경매신청으로 2019. 4. 8.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2020. 1. 8. 배당기일에 배당표가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배당할 금액 546,597,075원 가운데 461,436,162원이 제1, 2 근저당권자인 피고에게, 잉여금 43,984,345원이 채무자 겸 소유자인 원고에게 배당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원고는 제1, 2 차용금의 각 변제기까지 발생한 이자채무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심인 인천지방법원 2023. 4. 28. 선고 2021나64385 판결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금채무의 시효는 완성되지 않았고 이자채무의 시효만 완성된 상태에서 채무자가 일부를 변제했다면, 액수에 다툼이 없는 한 원금채무를 묵시적으로 승인하는 한편 이자채무에 관하여는 시효완성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은 왜 추정 법리를 폐기했나요?

대법원은 네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경험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의 차이를 무시한다는 점, 권리 포기를 엄격하게 해석해 온 대법원의 일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와 채무자 보호 규정에 반한다는 점입니다.

1. 경험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시효완성 여부는 소멸시효기간, 기산점, 중단 또는 정지 사유 등 여러 요소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판단은 때로 불명확하고 복잡합니다. 대법원은 단지 소멸시효기간이 지났다는 사정만으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았다고 일반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의사표시의 추정은 더 문제라고 했습니다. 시효완성으로 기산일에 소급해 채무에서 해방되는 이익을 누리게 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하고 채무를 부담하겠다고 표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경험칙에 비추어 보면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은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비교법적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독일과 미국에는 이러한 추정 법리가 없고, 프랑스 민법 제2251조 제2항은 시효의 묵시적 포기를 시효를 주장하지 않는 의사가 명확히 드러나는 경우에만 인정합니다. 일본에도 현재 추정 법리는 판례상 채택되어 있지 않습니다.

2.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를 구별하지 않는다

추정 법리는 채무승인 행위가 있으면 곧바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를 추정합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세밀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할 효과의사 탐구 과정을 생략하도록 허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시효이익 포기 여부에 관한 채무자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따른다고 보았습니다.

3. 권리 포기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대법원은 채권의 포기와 채무의 면제(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1다94509 판결), 손해배상청구권의 포기(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등에서 권리 포기의 의사표시를 엄격하고 신중하게 해석해 왔습니다. 그런데 추정 법리는 채무승인이라는 행위만을 근거로 채무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가져오는 포기의 의사표시를 손쉽게 추정합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자신의 판례가 세워 온 일반 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4.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민법 제184조 제1항은 소멸시효의 이익을 미리 포기하지 못하게 하고, 제2항은 법률행위로 소멸시효를 배제·연장·가중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들이 채권자가 채무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추정 법리는 채무승인이라는 사정만으로 포기를 추정하고 번복 부담을 채무자에게 지웁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채무자를 법이 예정하지 않았던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하고, 추정의 번복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재판 실무와 결합하면 채무자의 구조적 열위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대부업체나 추심업체 등이 시효완성 후 채무자에게 일부 변제 등 채무승인 행위를 압박하거나 유도해 시효이익을 포기하게 하는 데 악용되어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도 지적했습니다.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는 무엇이 다른가요?

채무승인은 시효완성 전에 하는 관념의 통지이고, 시효이익 포기는 시효완성 후에 하는 의사표시입니다. 이 구별이 이번 판결의 이론적 축입니다.

구분 채무승인 시효이익 포기
시점 소멸시효 완성 전 소멸시효 완성 후
법적 성질 관념의 통지 의사표시
내용 권리 또는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의 표시 시효완성을 알면서 그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의 표시
효과 소멸시효의 중단 시효완성의 이익 상실

대법원은 시효이익 포기가 단순히 채무에 관한 인식을 표시하는 것을 넘어 시효이익의 포기라는 법적 효과를 의욕하는 효과의사의 표시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채무승인과 뚜렷하게 구별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므로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더라도 그것만으로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은 이미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다21556 판결이 밝힌 바 있고, 이번 판결은 그 취지를 확장했습니다.

이제 법원은 무엇을 보고 시효이익 포기를 판단하나요?

대법원은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했는지를 다섯 가지 사정을 포함한 개별 사안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 일부 변제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및 자발성
  • 일부 변제액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액 사이의 차이
  • 일부 변제 당시 시효기간을 도과한 정도
  • 일부 변제 당시 및 전후의 언동
  • 당사자들의 관계와 거래지식 및 경험

이 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한 결과가 파기의 이유입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2016. 2. 6.부터 2017. 7. 6.까지 합계 1,800만 원을 일부 변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것만으로 당시 원고가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의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그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이 괄호로 덧붙인 지적이 눈에 띕니다. 1,800만 원은 제4 차용금의 차용 시부터 변제기까지 12개월분의 약정이자와 일치하는 액수입니다. 월 150만 원에 12개월을 곱하면 1,800만 원이 됩니다. 그 돈은 시효가 완성된 옛 이자채무가 아니라 새로 빌린 제4 차용금의 이자로 읽힐 여지가 큽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변제 사실로부터 곧바로 시효이익 포기를 추정했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파기 범위는 이자채무 부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환송 후 원심의 심리에 따라 차용원리금 채무 액수와 변제충당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정당한 배당액을 새로 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부분 전부가 파기되었습니다.

별개의견은 무엇을 지적했나요?

별개의견은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판례를 변경할 필요는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의 잘못은 추정 법리 자체가 아니라 그 법리를 잘못 해석·적용한 데 있다는 것입니다.

별개의견은 추정 법리를 유지하더라도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1 내지 4 차용금채무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약 10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별개로 성립되어 독립성을 갖고 있고, 차용증에는 제1, 2 차용금 이자채무에 관한 언급이 없으며, 변제한 1,800만 원은 제4 차용금의 12개월분 약정이자와 일치하는 반면 시효가 완성된 이자채무에 비해서는 현저히 적은 금액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특정 목적을 위해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목적과 무관한 별개의 채무까지 승인하거나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종전 판례로도 충분하다는 취지입니다.

판례 변경 자체에 대해서도 별개의견은 신중론을 폈습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판례를 바꾸려면 새로운 견해가 압도적으로 우월함이 논증되어야 하고, 판결의 결론에 영향이 없다면 이유 구성을 달리하기 위한 판례 변경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이에 반론했습니다. 추정 법리는 시효완성과 채무승인이 실제로 일어난 뒤에 동원되는 사후적 평가 도구일 뿐이어서 채권자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신뢰 기반이 되지 않으므로, 이를 폐기해도 신뢰 침해나 법적 안정성 저해가 문제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판례 변경의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채권을 압류하면 소멸시효는 언제 중단되나요?

압류를 신청한 때로 소급합니다. 제3채무자에게 압류명령이 송달된 날이 아닙니다.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5다212338 판결이 이 점을 명시했습니다.

채권의 소멸시효는 압류에 의하여 중단됩니다(민법 제168조 제2호). 대법원은 압류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압류를 신청한 때에 시작되므로, 압류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채권자가 집행기관인 집행법원 또는 집행관에게 금전채권에 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거나 위임한 때에 소급하여 생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95380 판결과, 가압류에 관한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다35451 판결을 참조판례로 들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그 차이는 일주일이었습니다. 대출금 채권의 변제기가 2010. 5. 9.이어서 5년의 상사소멸시효는 2015. 5. 9. 완성될 상황이었습니다. 채권자는 2015. 5. 8. 압류를 신청했고, 압류명령은 2015. 5. 15.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었습니다. 원심은 송달일을 기준으로 보아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신청일인 2015. 5. 8.로 소급해 시효가 중단된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의 그 판단은 잘못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연대보증인에게 미치므로, 연대보증채권의 시효도 같은 날 중단됩니다.

그런데도 채권자는 졌습니다. 피압류채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압류집행과 시효중단의 효력이 곧 종료되었기 때문입니다. 연대보증채권의 소멸시효는 압류집행이 종료된 다음 날인 2015. 5. 16.부터 새로이 진행해 5년이 지난 2020. 5. 15. 완성되었습니다. 원고가 그 연대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소송비용채권과 상계하겠다고 한 의사표시는, 상계적상 이전에 자동채권이 시효로 소멸했다는 이유로 효력이 부정되었습니다.

압류할 예금채권이 없으면 압류는 어떤 효력을 갖나요?

시효는 중단되지만 그 중단이 곧바로 끝납니다. 압류의 효력 자체가 발생하지 않아 집행절차가 즉시 종료되고,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합니다.

이 법리를 정면으로 밝힌 것이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9601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두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먼저, 압류할 당시 피압류채권이 이미 소멸하여 부존재하는 경우에도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 행사로 볼 수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압류집행으로써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됩니다. 다음으로, 압류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으면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더라도 민사집행법 제227조에서 정한 압류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고 후속 집행절차를 진행할 수 없어 집행절차가 바로 종료되므로, 시효중단사유가 종료되어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합니다.

사안은 이렇습니다. 채권자는 2007. 11. 4. 채무자의 시중은행 다섯 곳에 대한 예금채권에 관하여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고, 그 명령은 2007. 11. 19. 각 은행에 송달되었습니다. 그런데 채무자는 그 은행들에 처음부터 예금계좌를 개설한 적이 없거나, 개설했더라도 이미 해지된 상태였습니다.

원심은 압류가 무효이므로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그 판단이 법리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효중단 자체는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송달 다음 날인 2007. 11. 20.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새로 진행해 2017. 11. 19. 완성되었으므로, 강제집행을 불허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압류를 걸어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시효가 계속 멈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압류할 채권이 실제로 있어야 압류의 효력이 유지되고, 그래야 시효중단 상태도 이어집니다.

잔액이 0원인 휴면계좌 압류는 왜 무효가 되나요?

계좌가 있어도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지 않으면, 장래 입금될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까지 효력이 없습니다.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반소) 판결이 이 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압류명령 송달 이후에 입금될 예금채권도 압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그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해 현재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된다고 볼 만한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계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등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없거나, 계좌가 있어도 가까운 장래의 발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러한 채권압류는 효력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기대 여부의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예금계약의 내용
  • 예금계좌의 잔액 및 입출금 내역 등 예금계약을 통해 이루어진 거래의 실태
  • 채무자가 해당 예금계좌를 사용한 목적 또는 용도
  • 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합니다.

사안에서 채권자는 2010. 2. 5.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하여 2010. 3. 2. 압류를 신청했고, 2010. 3. 4.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2010. 3. 9. 은행 세 곳에 송달했습니다. 그중 두 곳에는 채무자가 계좌를 개설한 적이 없었습니다. 나머지 한 곳에는 저축예금계좌 두 개가 있었지만, 2009. 8. 14. 잔액 1,549원과 110,000원이 전부 출금되어 잔고가 0이 된 상태였습니다. 그 출금은 거래 종류가 ‘지급명령’으로 기록되어 있어 채무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고, 2009. 1. 1.부터 2011. 12. 31.까지 그 밖의 입출금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계좌가 없는 두 은행에 대한 압류는 물론, 잔액이 0원이었던 계좌에 대한 현재 예금채권 압류도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그 계좌가 수시로 입출금이 이루어져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었던 계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장래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 부분도 효력이 없게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은 파기환송이었습니다. 원심은 계좌가 하나라도 있었으니 장래 예금채권 압류는 유효하고 그 효력이 존속하는 한 시효중단이 계속된다고 보았는데, 대법원은 그 판단에 장래채권의 압류와 압류로 인한 집행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했습니다. 압류가 전부 효력이 없다면 집행절차가 바로 종료하므로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합니다.

채무자와 채권자는 각각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채무자는 시효 완성 여부를 먼저 계산하고 응답해야 하며, 채권자는 압류가 실제로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채무자가 확인할 것

1. 시효 완성 여부를 먼저 계산합니다. 일반 민사채권은 10년, 상사채권은 5년이 원칙이고,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다시 10년이 진행합니다. 그사이 압류나 가압류, 소 제기 같은 중단사유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서류를 놓고 따져 보아야 합니다.

2. 과거의 압류가 유효했는지도 함께 봅니다. 채권자가 예전에 압류를 걸어 두었더라도, 그 대상이 실제로 없던 계좌이거나 잔액이 0원인 채 방치된 계좌였다면 시효는 그 송달 무렵부터 이미 새로 진행하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압류·추심명령 결정문과 해당 계좌의 거래내역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3. 응답하기 전에 판단합니다. 이번 판례 변경으로 일부 변제만으로 시효이익 포기가 추정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다만 보충의견이 밝혔듯 채무승인은 여전히 시효이익 포기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간접사실로 기능하고, 일반적인 의사표시 해석 원칙에 따라 포기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4. 어떤 채무에 대한 변제인지 남깁니다. 이 사건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1,800만 원이라는 금액이 어느 채무의 이자와 맞아떨어지는가였습니다. 여러 채무가 있을 때 일부를 갚는다면 어느 채무에 대한 변제인지를 지정하고 기록을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5. 소멸시효는 스스로 주장해야 합니다. 법원이 알아서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지급명령이나 소장을 받았다면 정해진 기간 안에 이의신청이나 답변서로 주장해야 하고, 이 시기를 놓치면 시효 논의 자체가 의미를 잃습니다.

채권자가 확인할 것

1. 압류는 시효 완성 전에 신청해 둡니다. 시효중단의 효력이 신청 시로 소급하므로, 송달까지의 기간을 걱정할 필요는 줄었습니다. 반대로 신청 자체가 늦으면 소급할 시점이 없습니다.

2. 압류 대상이 실재하는지 확인합니다. 은행 여러 곳에 일괄로 압류를 걸어 두는 방식은 시효 관리 수단으로는 불안정합니다. 계좌가 없거나 잔액이 0원인 채 거래가 끊긴 계좌라면 그 압류는 효력이 없고, 시효는 송달 무렵부터 이미 새로 진행합니다.

3. 시효중단은 다시 관리해야 합니다. 압류가 무효라면 그 송달 다음 날부터 새로운 시효기간이 흐릅니다. 압류를 걸어 두었으니 안전하다고 보고 방치하면 그사이 시효가 완성됩니다.

4. 시효가 완성된 채권으로 합의할 때는 문서를 남깁니다. 시효완성 사실과 그럼에도 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담아 두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이 요구하는 것은 채무자가 자신의 법적 이익을 알고서 스스로 내려놓았다는 점의 확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채무승인이 시효이익 포기로 해석되지 않더라도 신의칙상 시효 주장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보충의견도 인정했습니다. 개별 사안의 사정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아틀라스는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에서 채권 회수와 경매·배당 절차 관련 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효가 지난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면 빚 전체가 되살아나나요?

A. 이제는 자동으로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은 시효완성 후 채무를 승인하면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던 종전 법리를 폐기했습니다. 일부 변제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는지를 법원이 개별적으로 심리해 판단해야 합니다.

Q. 이번 판결로 어떤 판례가 바뀌었나요?

A. 대법원 1967. 2. 7. 선고 66다2173 판결을 비롯해 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다4796 판결,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다46808 판결,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3다12464 판결,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44, 251 판결 등 같은 취지의 판결들이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습니다. 1967년에 처음 판시된 뒤 58년 만입니다.

Q. 채무승인과 시효이익 포기는 무엇이 다른가요?

A. 채무승인은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관념의 통지입니다. 시효이익 포기는 시효가 완성된 뒤에 그 완성을 알면서 이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를 표시하는 의사표시입니다. 대법원은 시효이익 포기에는 채무에 관한 인식을 넘어 불리한 법적 효과를 의욕하는 효과의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둘이 뚜렷이 구별된다고 보았습니다.

Q. 법원은 이제 무엇을 보고 시효이익 포기 여부를 판단하나요?

A. 대법원은 일부 변제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 및 자발성, 일부 변제액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액 사이의 차이, 일부 변제 당시 시효기간을 도과한 정도, 일부 변제 당시 및 전후의 언동, 당사자들의 관계와 거래지식 및 경험 등 개별 사안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Q. 추정 법리가 폐기되었으니 시효 지난 빚은 갚지 않아도 되나요?

A.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추정 법리가 폐기되더라도 채무승인은 시효이익 포기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간접사실로서 여전히 기능하고, 일반적인 의사표시 해석 원칙에 따라 시효이익 포기로 해석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며, 채무승인이 시효이익 포기로 해석되지 않더라도 신의칙상 시효 주장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Q. 채권을 압류하면 소멸시효는 언제 중단되나요?

A. 압류를 신청한 때로 소급합니다.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5다212338 판결은 압류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압류를 신청한 때에 시작되므로, 압류에 따른 시효중단의 효력은 채권자가 집행법원 또는 집행관에게 강제집행을 신청하거나 위임한 때에 소급해 생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습니다. 제3채무자에게 압류명령이 송달된 날이 아닙니다.

Q. 압류할 예금채권이 없는데 압류를 걸면 시효가 중단되나요?

A. 중단은 되지만 곧바로 끝납니다.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39601 판결은 압류 당시 피압류채권이 이미 소멸해 존재하지 않아도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 행사로 볼 수 있어 시효는 중단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압류 대상이 없으면 민사집행법 제227조의 압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집행절차가 바로 종료하므로,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합니다.

Q. 잔액이 0원인 휴면계좌를 압류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장래 입금될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까지 효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반소) 판결은 계좌가 있더라도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된다고 보기 어려우면 압류가 효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판단은 예금계약의 내용, 잔액과 입출금 내역 등 거래 실태, 계좌의 사용 목적 또는 용도, 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를 종합해 객관적으로 합니다.

Q. 주채무자에 대한 압류로 연대보증인의 채무도 시효가 중단되나요?

A. 그렇습니다.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5다212338 판결은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연대보증인에게 미치므로 연대보증채권의 시효도 같은 날 중단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 사건에서는 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않아 압류집행과 시효중단의 효력이 곧 종료되었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나 연대보증채권이 시효로 소멸했습니다.

Q. 자동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상계도 할 수 없나요?

A. 그 사건에서는 상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25다212338 판결의 원고는 연대보증채권을 자동채권으로 삼아 소송비용채권과 상계한다는 의사표시를 했으나, 상계적상 이전에 이미 연대보증채권이 시효로 소멸했다는 이유로 상계의 효력이 부정되었습니다. 자동채권의 시효 관리가 상계 가능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Q. 이 시효이익 포기 사건은 어떤 소송이었나요?

A. 부동산 임의경매의 배당이의의 소입니다. 근저당권자인 채권자가 경매 배당금 대부분을 받아 가자 채무자 겸 소유자가 배당표에 이의한 사건으로, 원심은 인천지방법원 2023. 4. 28. 선고 2021나64385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시효가 완성되었는지 판단하기 어렵거나, 과거 압류의 효력과 시효중단 여부를 확인해야 하신다면 법무법인 아틀라스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에서 채권·집행 분쟁을 담당합니다.

박소영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아틀라스

박소영 | 대표변호사
가사, 상속, 건설·부동산 분쟁 전문 변호사
사법연수원 33기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법무법인 아틀라스 | 인천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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