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실패 시 위약벌, 언제 받을 수 있나





기업분쟁

상장 못 하면 돈을 준다는 약정
위약벌인가, 조건부 약정금인가
김태진 ·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아틀라스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다201223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6. 1. 15. 선고 2025나206544 판결

핵심 답변: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다201223 판결은 기한 내 미상장 시 대주주가 투자자에게 돈을 주기로 한 약정에 대해, 그 돈이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한 위약벌인지 단순히 상장하지 못함을 조건으로 한 약정금인지를 약정의 동기·경위, 문언, 목적, 채무 명시 방식과 채권자의 역할, 진정한 의사를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위약벌로 읽히면 투자자가 대주주의 주의의무 위반을 증명해야 합니다.

48개월. 투자조합과 대주주가 주주간계약에 적어 넣은 상장 기한이었습니다. 기한이 지나도록 상장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조합은 계약서에 적힌 위약벌 조항을 들어 대주주에게 10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계약서에는 분명히 “상장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1심은 그 청구를 절반 받아들여 5억 원의 지급을 명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그 부분을 통째로 취소하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같은 계약서, 같은 사실관계를 놓고 심급마다 결론이 뒤집힌 것입니다.

갈림길은 딱 하나였습니다. “상장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문구가 상장이라는 결과를 보장한 것인지, 아니면 상장을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인지. 앞을 결과채무, 뒤를 수단채무라고 부릅니다. 이 구분이 정해지는 순간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가 뒤바뀌고, 그에 따라 10억 원의 향방이 갈립니다. 대법원은 여기에 더해 기한 내 미상장 시 지급하기로 한 돈의 성격을 가리는 판단 기준을 새로 정리했습니다.

대법원은 상장 무산 사건에서 무엇을 판단했나요?

대법원은 2026. 8. 13. 선고 2026다201223 주식매매대금 청구의 소 사건에서 투자자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상장의무는 수단채무이고 대주주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위약벌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사안의 뼈대는 이렇습니다. 투자조합은 대상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를 약 10억 원에 인수해 주주가 되었고, 회사의 대주주와 주주간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사건 주주간계약 제5.1조는 “대주주 및 대상회사는 대상회사가 거래종결일로부터 48개월이 되는 날까지(단, 투자자와 협의하는 경우 12개월 연장 가능) 상장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대상회사는 숙취해소제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회사였고, 매출의 대부분이 숙취해소제품에서 나왔습니다. 2019년에는 총매출 약 39억 5,200만 원 가운데 약 34억 8,300만 원, 즉 88퍼센트가 숙취해소제품 매출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내 숙취해소제품 시장이 2019년 2,678억 원에서 2020년 2,511억 원, 2021년 2,241억 원으로 역성장했습니다. 대상회사의 매출액도 2020년 약 27억 1,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2퍼센트, 2021년 약 8억 5,000만 원으로 다시 68퍼센트 줄었습니다. 상장은 무산됐습니다.

조합은 두 갈래로 청구했습니다. 주위적으로는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매매대금 999,711,250원을, 예비적으로는 상장의무 위반에 따른 위약벌 10억 원을 구했습니다.

수단채무와 결과채무는 무엇이 다른가요?

결과채무는 약속한 결과 자체를 실현해야 하는 채무이고, 수단채무는 그 결과를 향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채무입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에 있습니다.

결과채무에서는 약속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채무불이행이 인정됩니다. 채권자는 결과가 없다는 점만 보이면 되고, 책임을 면하려는 채무자 쪽이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물건을 인도하기로 했는데 인도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불이행인 것과 같습니다.

수단채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출발점일 뿐이고, 채무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주의의무를 부담했고 그것을 어떻게 위반했는지를 채권자가 따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채무자가 성실히 노력했는데도 외부 요인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채무불이행이 아닙니다.

구분 결과채무 수단채무
채무의 내용 약속한 결과의 실현 결과를 향한 선관주의의무의 이행
결과 미발생의 의미 그 자체로 채무불이행 채무불이행 여부는 별도 판단
증명 부담 채무자가 무귀책을 증명 채권자가 주의의무 위반을 증명
외부 환경 악화 면책 인정이 까다로움 주의의무 위반 부정의 근거가 됨
이 사건에 대입하면 상장 무산만으로 위약벌 발생 대주주의 노력 부족을 조합이 증명해야 함

이 구분은 이번 사건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여러 영역에서 같은 틀을 써 왔습니다.

의사의 진료채무

가장 오래된 전형례입니다.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유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책무 이른바 수단채무라고 보아야 하므로 진료의 결과를 가지고 바로 진료채무불이행사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88. 12. 13. 선고 85다카1491 판결). 환자가 낫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의사가 채무를 어겼다고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대표이사의 직무수행상 채무

회사법 영역에도 같은 판단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임무 해태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사안에서 “대표이사의 직무수행상의 채무는 미회수금 손해 등의 결과가 전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이므로, 회사에게 대출금 중 미회수금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을 가지고 곧바로 채무불이행사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30465, 30472 판결).

분양대행사의 분양채무

가장 최근의 것이자 이번 사건과 구조가 가장 닮은 선례입니다.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다226395 판결은 분양대행계약에서 대행사가 부담하는 채무를 계약기간 내에 목표분양률을 달성해 그 결과를 제공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분양 완료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단채무로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결과만으로 곧바로 채무를 불이행하였다고 추정할 수는 없고, 원고가 부담하는 구체적인 주의의무의 존재와 위반 사실을 피고가 추가로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목표 미달이라는 결과와 계약 위반을 명확히 분리한 것입니다.

세 판결의 공통 구조는 같습니다. 채무를 수단채무로 규정하면 곧바로 “결과만으로 채무불이행을 추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따라 나오고, 그 다음 단계로 증명의 부담이 채권자에게 옮겨갑니다. 이번 사건은 그 틀을 투자계약의 상장의무에 적용한 사례로 읽힙니다.

1심·2심·3심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결론이 뒤집힌 것은 1심과 2심 사이입니다. 1심은 위약벌 청구를 절반 인용해 5억 원의 지급을 명했지만, 항소심은 상장의무를 수단채무로 규정하고 대주주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그 부분을 취소했습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심급 사건번호·선고일 주위적 청구(풋옵션) 예비적 청구(위약벌)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21. 선고 2023가합98226 기각 일부 인용 (5억 원)
2심 서울고등법원 2026. 1. 15. 선고 2025나206544 기각 (1심 유지) 전부 기각 (1심 취소)
3심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다201223 상고기각 상고기각

1심 — 위약벌 5억 원 인용

1심은 풋옵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위약벌 청구는 절반을 인용했습니다. 조합이 청구한 10억 원 가운데 5억 원의 지급을 명한 것입니다. 양쪽 모두 항소했습니다. 조합은 나머지 5억 원을 더 달라고, 대주주는 인용된 5억 원을 취소해 달라고 다투었습니다.

2심 — 수단채무로 규정하고 전부 기각

결론을 뒤집은 것은 항소심입니다. 항소심은 상장의무의 법적 성격을 정면으로 쟁점화했습니다. 조합은 결과채무라고 주장했고 대주주는 수단채무라고 주장했는데, 항소심은 여섯 가지 근거를 들어 수단채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다음 단계로 대주주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를 심리했고, 조합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주위적 청구인 풋옵션에 관해서는 1심의 판단을 대체로 그대로 인용하면서 이유를 일부 보강했습니다. 특히 풋옵션 행사가격의 구조를 근거로 이 조항의 성격을 다시 짚은 부분이 추가되었습니다.

3심 — 결론 유지, 다만 이유는 일부 부적절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두 상고이유 모두에 대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결론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항소심의 논증을 전면적으로 승인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대법원이 결론을 유지하면서 별도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상장 못 하면 돈을 준다”는 약정은 위약벌인가요, 조건부 약정금인가요?

대법원은 상고이유 제2점을 판단하면서 이 문제의 판단 기준을 새로 정리했습니다. 계약서에 붙은 표제가 아니라 약정 전체의 구조와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보고 성격을 정하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인수해 주주가 된 투자자가 회사의 대주주 또는 대표이사 등 제3자와 사이에, 회사가 일정 기한 내에 상장할 것을 약정하는 한편 기한 내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제3자가 투자자에게 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면, 그 제3자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다음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당사자 사이에서 약정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 문언의 내용
  •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 채무가 계약에 명시되어 있는 방식과 채무 이행에 있어 채권자의 역할
  •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 지급하기로 한 돈의 성격이 제3자의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하는 위약벌인지, 아니면 단순히 상장하지 못함을 조건으로 한 약정금인지 여부

마지막 항목이 이 법리의 핵심입니다. 계약서에 위약벌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다고 해서 그대로 위약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표제가 없다고 해서 조건부 약정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은 조문의 이름이 아니라 약정 전체의 구조를 보고 성격을 정합니다.

위약벌과 조건부 약정금은 실무에서 무엇이 달라지나요?

위약벌은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하므로 의무 위반과 귀책사유가 인정되어야 지급의무가 생깁니다. 조건부 약정금은 약정한 조건이 성취되었는지만 따지므로,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원칙적으로 묻지 않습니다.

구분 위약벌 조건부 약정금
지급의무 발생 요건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약정한 조건의 성취
귀책사유 심사 필요 원칙적으로 불필요
투자자가 증명할 대상 의무의 구체적 내용과 그 위반 사실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
외부 환경 악화의 영향 면책 사유로 작용할 수 있음 원칙적으로 영향 없음
이 사건의 결론 귀책이 인정되지 않아 청구 기각 해당 성격으로 인정되지 않음

투자자 입장에서는 조건부 약정금이 훨씬 유리합니다. 상장이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이면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대주주 입장에서는 위약벌로 해석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신의 잘못이 증명되지 않는 한 지급의무를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계약을 맺을 당시 양쪽 모두 이 차이를 의식하지 않은 채 조문을 넣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수단채무와 결과채무의 구분이 채무의 성격을 정하는 축이라면, 위약벌과 조건부 약정금의 구분은 돈의 성격을 정하는 축입니다. 두 축은 맞물려 있습니다. 상장의무가 수단채무로 정리되면 그 위반을 전제로 한 위약벌은 귀책사유 심사를 거쳐야 하고, 결국 이 사건처럼 증명 실패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상장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문언은 결과를 보장한 것인가요?

아닙니다. 항소심은 이 문언을 상장을 위한 행위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해석하고, 대주주의 의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상장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수단채무로 보았습니다. 대법원도 이 결론을 받아들였습니다.

항소심이 든 근거는 여섯 가지입니다.

1. 문언 자체가 행위를 강조한 표현이다

“상장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문구는 일반적인 의무 사항을 기재한 것이 아니라 상장을 위한 행위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2. 계약서가 단순 실패와 해태를 구분해 두었다

이 사건 신주인수계약 별지1 제3조 제2항은 회사가 주주간계약 제6조에 따른 상장을 하지 못한 경우와, 상장을 위한 양적 및 질적 요건이 충족되었음에도 회사 또는 대주주가 상장완료의무를 해태하는 경우를 각각 별도의 호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상장의무의 해태와 단순 상장 실패를 다른 성격의 행위로 구분해 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주주간계약 제12.1조는 손해배상책임을 당사자 일방이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아니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로 정했고, 제12.2조는 위약벌 지급의무를 상호 충실한 의무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규정했습니다. 모두 의무 이행의 성실성을 문제 삼는 구조입니다.

3. 투자금 회수 경로가 이미 여러 개 마련되어 있었다

계약은 회수 경로를 세 갈래로 두고 있었습니다. 상장이 되면 대상회사에 대한 상환청구로 투자원금과 연 7퍼센트의 이자를, 상장 실패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면 조기상환청구로 투자원금과 연 15퍼센트의 이자를, 풋옵션 행사사유가 갖추어지면 대주주에 대한 풋옵션 행사로 투자원금과 연복리 15퍼센트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항소심은 이렇게 사유별 회수 전략이 미리 마련되어 있는데도 대주주가 이유를 불문하고 위약벌까지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보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4. 투자 당시 회사는 초기 단계였다

대상회사는 계약이 체결된 2019년 5월경 사업 초기 단계에 있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고 재무적으로도 안정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조합은 그 불확실성을 전제로 투자를 결정하면서 상장 성공과 실패, 의무 해태 등 여러 상황에 대응하는 회수 방안을 미리 마련했습니다. 항소심은 이런 계약 구조에 비추어 대주주가 상장이라는 결과 자체를 보장했다거나 조합이 상장을 보장받았다고 기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5. 상장이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위약벌을 촉구하지 않았다

조합과 대주주는 2023년 4월부터 6월 사이 네 차례 회의를 열어 투자금 상환 계획과 회수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조합은 상장 기한을 연장하더라도 상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전제로 구체적인 상환 계획을 요구했고, 상환 재원 마련 방안으로 브랜드 매각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항소심은 상장 실현이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한 상태에서 상환을 전제로 협의하면서도 조합이 위약벌 지급을 촉구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상장의무가 결과채무가 아니라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6. 대주주의 책임 조항과 위약벌 후단 조항도 결과채무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조합은 주주간계약 제13.8조가 대주주에게 대상회사의 모든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도록 정하고 있고, 제12.2조 후단이 “위약벌은 당사자들의 합의를 거친 다음 결정된 합리적인 금액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그 사유와 절차를 불문하고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사유를 불문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은 제13.8조가 대상회사의 의무와 그 불이행 책임을 대주주가 함께 부담한다는 취지일 뿐이고, 제12.2조 후단은 위약벌 액수가 합리적임을 인정해 그 액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읽힐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지급의무의 발생 사유 자체를 불문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판단은 계약 해석의 일반 법리와 이어집니다. 처분문서인 서면의 문언이 명확하면 문언대로 인정하되, 명확하지 않으면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문언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대법원 1995. 5. 23. 선고 95다6465 판결,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다226395 판결). 상장 실패만으로 위약벌을 물리는 해석은 대주주에게 중대한 책임을 지우는 해석이므로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 것입니다.

투자자가 위약벌을 받으려면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요?

상장의무가 수단채무로 정리되면 증명의 부담은 투자자에게 넘어옵니다. 항소심은 “피고가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의 내용과 피고가 이를 위반하였다는 것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1988. 12. 13. 선고 85다카1491 판결,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30465, 30472 판결 등의 취지 참조).

인용 방식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항소심은 두 판결을 “등의 취지 참조”로 끌어왔습니다. 두 판결에 증명책임을 정면으로 문장화한 판시가 있어서가 아니라, 앞서 본 대로 두 판결이 각각의 채무를 수단채무로 규정하면서 “결과만으로 채무불이행을 추정할 수 없다”고 했고, 증명책임 배분은 그 명제에서 따라 나오는 귀결이기 때문입니다. 증명의 대상과 주체를 직접 문장으로 적은 것은 오히려 앞서 본 분양대행 판결입니다. 실무에서 이 계열의 판례를 인용할 때는 어느 판결이 무엇을 판시했는지를 구분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사건에서 그 증명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항소심이 든 사정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외부 경영환경 악화와 실적 부진은 계약 체결 당시 누구도 합리적으로 예견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사정에 해당합니다. 시장 자체가 역성장했고 업계 1, 2위 제품들도 심각한 매출 감소를 겪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2022년 이후 시장이 다시 성장해 대상회사도 연매출 약 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퍼센트 성장했지만, 유통 채널 수가 급감한 상태에서 후발주자로서 상장 요건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대주주는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경 숙취해소제품을 리브랜딩해 전속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패키징을 변경했으며, 환과 농축액, 음료 제형으로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셋째, 투자금 유용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조합은 대주주가 투자금을 자신의 기존 차용금 14억 원을 변제하는 데 우선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 신주인수계약 제6.3조 (b)항은 인수대금을 운영자금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용도를 변경할 때는 투자자로부터 사전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주주는 경영과 사업 운영을 위해 개인 자금을 투입해 회사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해 왔고, 조합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차용금이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가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항소심의 판단이었습니다.

세 번째 사정은 특히 눈여겨볼 만합니다. 조문이 있다는 사실과 그 위반이 증명된다는 것은 별개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풋옵션 조항을 두면 상장 실패 위험이 해결되나요?

행사요건을 어떻게 적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 사건 풋옵션은 상장 실패 일반을 포섭하지 못했고, 결국 주위적 청구는 1심과 항소심 모두에서 기각됐습니다.

이 사건 주주간계약은 풋옵션 행사요건 중 하나로 투자자와 사전 협의 후 전략적 결정에 의하여 상장 추진을 중단하는 경우를 규정했습니다. 항소심은 이 문구를 상장을 위한 양적 및 질적 요건이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추후 유리한 시점에 상장하기 위하여 투자자와의 협의에 따라 상장 추진을 중단하는 결정을 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결론은 받아들일 수 있고, 처분문서와 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이 이렇게 좁게 해석한 근거 중 하나는 행사가격의 구조였습니다. 풋옵션 행사가격은 인수대금 약 10억 원에 거래종결일부터 실제 지급일 전날까지 연복리 15퍼센트를 적용한 금액인데, 상장 기한인 48개월 후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7억 5,000만 원에 이릅니다. 인수대금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항소심은 원금 이상의 수익 보장이 목적이라면 행사가격을 투자원금과 비슷하게 정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이 풋옵션은 기업가치 상승이나 지분가치 극대화가 실현되는 경우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는 회수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항소심은 조합과 대주주가 이미 상장이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한 채 상환을 전제로 회수 방안을 협의했으므로, 그 이후에 상장 추진을 중단하기 위한 별도의 전략적 결정을 할 여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사전 협의를 회피해 조건 성취를 방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투자계약 조문을 어떻게 써야 의도대로 작동하나요?

이번 판결은 분쟁이 터진 뒤의 해석 기준이지만, 실제 쓸모는 계약을 맺는 단계에 있습니다. 법원이 근거로 삼은 지점들을 뒤집어 보면 조문 작성 시 점검할 항목이 그대로 나옵니다.

1. 결과를 원한다면 결과임을 문언으로 못 박는다

상장 여부라는 사실만을 지급 조건으로 삼겠다면, 귀책사유를 묻지 않는다는 취지를 조문에 직접 적어야 합니다. “노력한다”, “하도록 하여야 한다” 같은 표현은 행위를 강조한 문구로 읽힐 여지가 큽니다.

2. 실패와 해태를 나누어 쓰면 수단채무 신호가 된다

이 사건에서 상장하지 못한 경우와 상장완료의무를 해태한 경우를 별도의 호로 구분해 규정한 것이 수단채무 해석의 근거로 쓰였습니다. 두 상황을 나눌 실익이 있는지, 나눈다면 각각의 효과를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지 의식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3. 위약벌 조항과 손해배상 조항의 관계를 정리한다

손해배상 조항이 의무의 불성실한 이행을 요건으로 하고 위약벌 조항이 충실한 의무이행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적혀 있으면, 두 조항 모두 채무불이행을 전제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액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후단 문구는 액수에 관한 합의일 뿐 발생 사유에 관한 합의로 읽히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판결이 확인해 주었습니다.

4. 회수 경로가 여럿이면 각 경로의 발동요건을 개별 점검한다

회수 방안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사정은 이 사건에서 상장의무를 결과채무로 보지 않을 근거로 작용했습니다. 경로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안전장치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느 조항이 작동하는지 표로 정리해 공백을 찾아 두는 편이 낫습니다.

5. 행사가격의 구조가 조항의 성격을 말해 준다

이 사건에서는 풋옵션 행사가격이 원금의 두 배에 가깝다는 사실이 그 조항을 원금 보장 장치가 아니라고 볼 근거가 되었습니다. 금액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조항의 목적을 드러내므로, 의도한 기능과 가격 구조가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6. 사전 서면동의 대상은 범위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이 사건에서 기존 사업의 폐지·중단은 대상회사가 영위하는 사업 자체를 폐지하거나 중단하는 경우로 좁게 해석되었고, 특정 해외시장 진출을 멈춘 것은 시장 확대에 관한 문제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체결에 이르지 못한 논의 단계도 계약의 해제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통제하고 싶은 상황이 있다면 그 상황을 조문에 명시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아틀라스는 벤처투자 신주인수계약과 주주간계약 분쟁을 다수 처리해 왔습니다. 담당 변호사팀이 분석한 결과, 분쟁의 상당수는 조문이 없어서가 아니라 조문의 성격이 당사자의 기대와 다르게 해석되어 발생합니다. 투자 단계에서 조문 한 줄의 성격을 정해 두는 작업이 사후에 소송으로 다투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주주간계약에 "상장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쓰면 대주주가 상장을 보장한 것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다201223 판결은 이 문언을 상장을 위한 행위를 강조한 표현으로 보아, 대주주의 의무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 상장을 위해 노력할 수단채무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상장이 무산된 사실만으로는 위약벌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고, 대주주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따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Q. 위약벌과 조건부 약정금은 무엇이 다른가요?

A. 위약벌은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하므로 의무 위반과 귀책사유가 인정되어야 지급의무가 생깁니다. 반면 조건부 약정금은 약정한 조건이 성취되기만 하면 귀책사유를 따지지 않고 지급의무가 발생합니다. 같은 금액을 정해 두어도 어느 성격으로 해석되느냐에 따라 투자자가 증명해야 할 대상과 회수 가능성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Q.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는 무엇인가요?

A. 대법원 2026다201223 판결은 약정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문언의 내용,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채무가 계약에 명시되어 있는 방식과 채무 이행에서 채권자가 하는 역할,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지급하기로 한 돈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Q. 상장이 무산되면 투자자는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요?

A. 상장의무가 수단채무로 해석되면, 투자자가 대주주의 구체적인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내용과 그 위반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다226395 판결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결과만으로 채무불이행을 추정할 수는 없고 주의의무 위반을 별도로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Q. 코로나19 같은 외부 요인은 대주주의 면책 사유가 되나요?

A. 이 사건에서는 그렇게 작용했습니다. 대상회사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숙취해소제품에서 발생했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장이 역성장했고, 법원은 이를 합리적으로 예견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사정으로 보았습니다. 여기에 대주주가 제품 리브랜딩, 제품 라인업 다양화, 해외 시장 판매 확대를 추진한 점이 더해져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Q. 조건부 약정금으로 설계하려면 계약서에 무엇을 넣어야 하나요?

A. 지급 요건을 상장 여부라는 사실 자체에만 걸고, 귀책사유를 따지지 않는다는 취지를 문언에 명시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처럼 상장하지 못한 경우와 상장완료의무를 해태한 경우를 나누어 규정하면, 그 구분 자체가 단순 실패는 지급 사유가 아니라는 해석 근거로 쓰일 수 있으므로 조문 체계를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Q. 1심과 2심의 결론은 왜 달라졌나요?

A. 상장의무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보았는지가 갈렸습니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21. 선고 2023가합98226)은 위약벌 청구 10억 원 중 5억 원을 인용했으나,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6. 1. 15. 선고 2025나206544)은 상장의무를 수단채무로 규정하고 대주주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그 부분을 취소하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항소심 결론을 확정했습니다. 다만 1심 판결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1심이 상장의무를 어떻게 규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Q. 수단채무의 다른 예로는 무엇이 있나요?

A. 의사의 진료채무가 대표적입니다. 대법원은 진료채무를 질병의 치유라는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수단채무로 보아, 진료의 결과만으로 진료채무불이행을 추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88. 12. 13. 선고 85다카1491 판결).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임무 해태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의 직무수행상 채무(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30465, 30472 판결), 분양대행계약상 대행사의 채무(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9다226395 판결)도 같은 계열입니다.

Q. 풋옵션 조항을 두면 상장 실패 위험이 해결되나요?

A. 행사요건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사건 풋옵션은 투자자와 사전 협의 후 전략적 결정에 의하여 상장 추진을 중단하는 경우를 행사요건으로 정했는데, 법원은 이를 상장을 위한 양적 및 질적 요건이 충족되었음에도 추후 유리한 시점에 상장하기 위해 협의에 따라 중단을 결정한 경우로 좁게 해석했습니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단순 상장 실패는 행사 사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주간계약·신주인수계약의 조문 성격을 사전에 점검하거나 상장 무산에 따른 투자금 회수 분쟁을 검토하시려면 법무법인 아틀라스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에서 기업자문과 기업분쟁을 담당합니다.

김태진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아틀라스

김태진 | 대표변호사
기업 자문, 기업 분쟁, 기업 형사 전문 변호사
(전)검사 | 사법연수원 33기
고려대학교 법학 학사·형법 석사,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법학석사(LL.M.)
법무법인 아틀라스 | 인천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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