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지급정지 계좌, 피해자 상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 각하된 이유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하면 풀릴까요
목차
계좌에 들어온 2,500만 원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며 금융회사가 계좌를 지급정지했습니다. 계좌 명의인은 중국 환전상을 통한 정상 거래였을 뿐 사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피해자를 상대로 “돌려줄 돈이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그 말이 맞는지 따져 보지도 않고 소를 각하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절차는 소송 없이 빠르게 피해금을 돌려주기 위한 제도입니다. 피해자가 신고하면 돈이 흘러간 계좌가 지급정지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명의인의 예금채권이 소멸해 피해자에게 환급됩니다. 법은 2018년 개정으로 명의인과 피해자가 서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을 낼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습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의2 제2항). 그 뒤로 지급정지를 풀려는 명의인들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 잇따랐습니다.
이번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은 그중 피해자가 이미 환급금을 받은 사안입니다. 법원은 이런 경우 명의인은 피해자가 아니라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소멸채권 환급을 청구해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지급정지 중에 낸 소송에 대해서는 법원마다 판단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대상판결과 함께 판결 원문으로 확인한 다른 하급심 판결 10건을 비교해 정리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판결이 정리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계좌 명의인을 원고,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피고라고 부르겠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 시기 | 내용 |
|---|---|
| 2024. 11. 25. | 피고가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해 대출상담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다른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5,000만 원을 입금하는 피해를 당함 |
| 2024. 11. 27. | 원고 명의 계좌에 주식회사 C D 명의로 13:32:07 750만 원, 13:32:08 850만 원, 13:32:09 900만 원, 합계 2,500만 원이 입금됨 |
| 2024. 11. 28. | 피고가 경찰서 두 곳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신고하고, 그 뒤 금융회사에 피해구제를 신청함 |
| 그 뒤 |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원고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채권소멸절차 공고, 채권 소멸 절차가 진행됨 |
| 2026. 1. 17.경 | 피고가 금융회사로부터 피해환급금으로 20,105,706원을 지급받음 |
원고는 중국 환전상을 통해 정상적인 거래를 했을 뿐 전기통신금융사기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입금된 2,500만 원에 대해 피고에게 부당이득 반환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이 소송이 애초에 확인의 이익을 갖추었는지를 직권으로 살폈습니다. 그리고 확인의 이익이 없다며 소를 각하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따라서 이 판결은 원고가 사기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판단도 하지 않았습니다. 각하는 “원고 주장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이 소송으로는 다툴 수 없다”는 뜻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피해자가 소송을 거치지 않고 피해금을 빠르게 돌려받도록 다음 순서로 절차를 정하고 있습니다. 대상판결도 이 순서를 그대로 짚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 단계 | 내용 | 근거 |
|---|---|---|
| ① 지급정지 | 금융회사는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으면 즉시 그 계좌 전부를 지급정지 | 제4조 제1항 |
| ②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 | 금융회사의 요청으로 금융감독원이 명의인의 채권이 소멸되는 절차의 개시를 공고 | 제5조 |
| ③ 이의제기 | 명의인이 정해진 기간 안에 금융회사에 지급정지와 채권소멸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 | 제7조 제1항 |
| ④ 채권 소멸 | 이의제기가 없으면 최초 공고일부터 2개월이 지나 명의인의 채권이 소멸 | 제9조 제1항 |
| ⑤ 피해환급 | 금융감독원이 소멸일부터 14일 안에 환급받을 사람과 금액을 정하고, 금융회사가 피해자에게 지급 | 제10조 제1항 |
| ⑥ 소멸채권 환급청구 | 채권이 소멸한 명의인이 요건을 갖추면 금융감독원에 환급을 청구 | 제13조 제1항 |
피해자가 환급을 받으면 그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생긴 손해배상청구권과 그 밖의 청구권은 환급받은 한도에서 소멸합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2조).
명의인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사유는 세 가지입니다. ①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는 경우, ② 소멸될 채권을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대가로 받았거나 그 밖에 정당한 권원으로 취득했음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는 경우, ③ 계좌가 피해자산 편취를 위해 이용된 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는 경우입니다. 다만 ②의 경우 명의인이 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인정되면 이의제기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제1항).
법원은 왜 본안 판단 없이 소를 각하했나요?
확인의 소는 원고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없애는 데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허용됩니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2다67399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다227829 판결). 대상판결은 이 기준에 비추어 원고의 소송이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이미 소멸한 채권에는 별도의 구제수단이 있습니다
피고는 채권소멸절차를 거쳐 피해환급금을 받았고, 원고의 채권은 이미 소멸했습니다. 법원은 이 경우 원고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점과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를 소명해 이미 소멸된 채권의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별도의 구제수단이 마련되어 있으니, 피해자를 상대로 이미 소멸된 채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원고의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 제1항).
법원이 함께 든 네 가지 이유
법원은 “나아가” 다음 사정도 고려하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 증명책임 구조 — 명의인은 이의제기로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정을 직접 소명할 수 있습니다. 반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는 피해자가 채무 발생 원인을 증명해야 하므로, 명의인의 승소는 피해자가 증명하지 못했다는 의미에 그칠 수 있습니다. 피해자에게 적극적인 증명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 제8조의 의미 — 법이 소송 계속을 채권소멸절차 종료사유로 정한 것은 맞지만, 이는 소송 계속 자체를 종료사유로 정한 것일 뿐입니다. 명의인이 승소했다는 사정만으로 지급정지 등 제한조치가 당연히 해제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 정식 절차는 이의제기 — 피해자를 상대로 판결을 받는 것이 이의제기 사유를 적극적으로 소명하는 것보다 제한조치를 해소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 입법취지 — 확인의 이익을 넓게 인정해 그 판결을 이의제기 소명자료로 쓰게 하면, 명의인은 정식 이의제기 절차 없이 피해자를 상대로 한 소송으로 제한조치 해제를 시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피해자의 재산상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하고 명의인에게 필요한 소명책임을 부과하려는 법의 입법취지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소송을 내면 지급정지가 풀리지 않나요?
일부만 풀립니다. 지급정지 뒤에 명의인과 피해자 사이에 채무부존재확인·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등이 법원에 계속 중이면, 금융회사는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를 요청할 수 없고 지급정지·채권소멸절차를 종료해야 합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5조 제1항 제5호, 제8조 제1항 제1호의2).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계좌에 예치된 금액 중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산 부분은 지급정지를 해제하지 않습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8조 제2항 제1호의2).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다른 재판부도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소송이 계속 중이어도 피해금 부분은 지급정지를 해제할 수 없고, 법 문언상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승소 확정을 지급정지 종료사유로 뚜렷하게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명의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판결을 받더라도 지급정지 등 제한의 종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지급정지 중에 낸 소를 각하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18. 선고 2025가단109895 판결).
| 구분 | 소송이 계속 중일 때 | 근거 |
|---|---|---|
|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 | 요청할 수 없음 | 제5조 제1항 제5호 |
| 지급정지·채권소멸절차 | 종료 | 제8조 제1항 제1호의2 |
| 계좌 중 피해자산 부분 | 지급정지 해제하지 않음 | 제8조 제2항 제1호의2 |
다른 법원들도 같은 결론인가요?
아직 대법원이 이 쟁점을 직접 판단한 판결은 찾지 못했습니다. 하급심은 소송을 낸 시점에 따라 흐름이 다릅니다. 채권이 소멸하고 피해자가 환급금을 받은 뒤에 낸 소송은 각하가 이어지고 있고, 지급정지 중에 낸 소송은 판단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채권 소멸·환급 뒤에 낸 소송 — 각하가 이어집니다
| 판결 | 결론 | 핵심 이유 |
|---|---|---|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5. 24. 선고 2021가단123601 판결 | 각하(지급청구 기각) | 이미 반환된 돈의 반환채무 부존재 확인은 과거의 법률관계 확인 |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5. 8. 선고 2023가단5224139 판결 | 각하(부당이득 청구 기각) | 제13조 제1항 소멸채권 환급청구라는 별도의 구제수단 |
| 수원고등법원 2026. 7. 9. 선고 2025나12622(본소) 등 판결 | 환급분 각하 | 과거의 법률관계 확인, 금융감독원에 환급청구 가능 |
|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6. 7. 8. 선고 2025가단5523 판결 | 각하 | 피해환급금 수령, 피해자가 그 이상의 채권을 주장하지 않음 |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 각하 | 제13조 별도 구제수단, 이의제기 우회는 입법취지에 반함 |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이미 피해자에게 반환된 돈에 관한 반환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이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5. 24. 선고 2021가단123601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년에도 같은 판단을 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법원은 상품권을 팔고 대금을 받은 원고가 사기를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그렇다면 금융감독원에 소멸채권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확인청구를 각하했습니다. 피해자의 환급금 취득도 부당이득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5. 8. 선고 2023가단5224139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피해자가 이미 받은 환급금을 넘는 채권을 주장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6. 7. 8. 선고 2025가단5523 판결).
지급정지 중에 낸 소송 — 판단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 판결 | 확인의 이익 | 핵심 이유 |
|---|---|---|
| 울산지방법원 2025. 6. 12. 선고 2024가합13223 판결 | 인정(청구 인용) | 지급정지 해소와 반환의무 분쟁 해결을 위한 소송, 제4조의2가 이를 예정 |
|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6. 7. 8. 선고 2026가단10288 판결 | 인정(청구 인용) | 법이 정한 지급정지 종료 수단. 다만 명의인이 이의제기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봄 |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18. 선고 2025가단109895 판결 | 부정(각하) | 승소해도 지급정지 종료사유가 아님, 피해금 부분은 소송 중에도 해제 불가 |
| 대구지방법원 2026. 7. 15. 선고 2025가단109703 판결 | 부정(각하) | 실질적 다툼이 없음, 이의제기가 정식 절차, 입법취지 |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6. 8. 13. 선고 2025가단54855 판결 | 부정(각하) | 제4조의2 제2항만으로는 부족, 피해자에게 응소를 강요 |
확인의 이익을 인정한 울산지방법원은 계좌가 지급정지되어 있는 이상 원고에게 지급정지 상태를 해소하고 반환의무를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소를 제기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의2가 명의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울산지방법원 2025. 6. 12. 선고 2024가합13223 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도 확인의 이익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런 소송에서 통상의 증명책임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면 피해자가 범죄사실과 자금 이동 경로까지 증명해야 하는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피해 사실과 자금 이동을 증명하면, 명의인이 제7조 제1항 각 호의 이의제기 사유를 주장·증명하지 않는 한 반환채무가 일응 존재하는 것으로 증명책임을 완화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사건 원고는 가상자산을 팔고 받은 대금이라는 점을 증명해 승소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6. 7. 8. 선고 2026가단10288 판결).
반대로 대구지방법원은 대상판결과 거의 같은 이유로 각하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6. 7. 15. 선고 2025가단109703 판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제4조의2 제2항을 근거로 확인의 이익을 넓게 인정하면, 피해자는 자금 이동 경로나 명의인과 범죄조직의 관계를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사실상 응소를 강요받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이 조항만으로는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6. 8. 13. 선고 2025가단54855 판결).
‘정상적인 환전’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판단되나요?
대상판결의 원고처럼 환전 대금으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는 명의인이 많습니다. 법원이 본안까지 판단한 사건에서는 결론이 사안마다 달랐습니다. 소송을 낸 명의인이 오히려 반환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환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
필리핀에서 부업으로 환전을 했다는 원고는 3일 동안 피해자 네 명에게서 2억 8,100만 원을 송금받았습니다. 그리고 필리핀의 카지노에서 알게 된 ‘H’의 요청에 따라 페소화로 바꿔 ‘H’가 지정한 카지노 계좌로 보내 주었습니다. 원고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하자, 1심은 이미 환급된 부분의 확인청구는 각하하고, 나머지는 원고에게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해자 1명의 반소를 받아들였습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5. 7. 10. 선고 2024가단132157(본소), 2025가단822(반소) 판결).
항소심은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그리고 항소심에서 새로 제기된 다른 피해자의 반소까지 받아들여, 원고에게 그 피해자에게 71,886,121원을 지급하라고 명했습니다. 1심이 인용한 38,099,645원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각 금액은 피해금에서 피해환급금을 뺀 나머지입니다(수원고등법원 2026. 7. 9. 선고 2025나12622(본소), 2025나12623(반소), 2025나13155(반소) 판결).
법원이 든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6. 7. 9. 선고 2025나12622(본소), 2025나12623(반소), 2025나13155(반소) 판결).
- 의뢰받은 돈을 필리핀 통화로 바꿔 준 행위는 외국환거래법상 금지되는 무등록 환전행위로, 범죄수익 세탁에 자주 쓰인다는 점
- 그런데도 의뢰인의 인적사항, 환전의 목적과 필요성, 자금 출처를 확인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지 않은 점
- 환전 의뢰인과 실제 송금인이 달랐고, 2억 8,100만 원이 3일 동안 여러 차례 나뉘어 들어온 점
- 당시 환율로 계산한 환전 대금이 송금받은 돈보다 적은데도 송금받은 돈을 그대로 취득한 점
법원은 원고가 피해금이 편취된 돈이라는 사실에 대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원고의 피해금 취득은 피해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환급받은 부분은 법에 따라 소멸했으므로 그 확인청구는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이라며 각하했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6. 7. 9. 선고 2025나12622(본소), 2025나12623(반소), 2025나13155(반소) 판결).
환전·거래 대금이 인정된 사례
울산지방법원은 원고 계좌에 들어온 90,896,000원이 원고가 환전을 의뢰해 3,760,000페소를 원화로 환전받은 돈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피해금도 곧바로 원고 계좌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다른 계좌들을 거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낸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부당이득이나 범행 가담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5. 6. 12. 선고 2024가합13223 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가상자산 거래 사이트에서 코인을 팔고 에스크로 계정으로 3,600만 원을 받은 원고에 대해, 그 돈을 코인 공급의 대가로 받은 것으로 보았습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6. 7. 8. 선고 2026가단10288 판결).
결국 갈림길은 거래 상대방의 신원과 자금 출처를 얼마나 확인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객관적인 자료로 보여 줄 수 있는지입니다. 이는 법이 이의제기 단계에서 요구하는 소명과도 같은 내용입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제1항).
법 이름이 바뀌었는데, 이 판결은 지금도 참고할 수 있나요?
참고할 수 있습니다. 법률명이 2026. 3. 31. 개정(법률 제21503호)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으로 바뀌면서, 가상자산을 이전하게 하는 행위도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포함되었습니다. 이 개정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2026. 10. 1.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상판결이 근거로 든 제7조(이의제기), 제8조(지급정지 등의 종료), 제9조(채권의 소멸), 제10조(피해환급자산의 결정·지급), 제12조, 제13조(소멸채권 환급 청구)는 개정된 법률에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바뀐 것은 피해금이 피해자산으로, 피해환급금이 피해환급자산으로, 금융회사가 금융회사등으로 바뀌는 등 용어가 넓어진 부분입니다. 판결의 논리 구조는 개정 뒤에도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명의인 쪽에서 알아 둘 조항도 하나 있습니다. 거짓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람은 그 신청으로 지급정지된 계좌의 명의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1조의2).
계좌 명의인과 피해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법무법인 아틀라스가 이번 판결과 관련 하급심 판결들을 검토해, 지급정지 사건에서 확인할 사항을 정리했습니다.
계좌 명의인이라면
- 지급정지 통지를 받으면 바로 금융회사에 이의제기를 준비하세요. 기한은 지급정지 등이 “이루어진 날부터 제5조제2항에 따른 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경과하기 전까지”입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제1항). 이 기간이 지나면 채권이 소멸합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9조 제1항).
- 이의제기에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합니다. 거래 상대방의 신원, 거래 경위, 대화 기록, 매매·환전 내역, 대금 산정 근거를 모아 두세요. 계좌가 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고 인정되면 정당한 권원에 의한 취득이라는 이의제기 사유가 인정되지 않습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제1항 제2호). 자료는 사실대로 내야 합니다. 거짓으로 이의제기를 하면 형사처벌 대상입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6조 제4호).
- 이미 채권이 소멸했다면 피해자가 아니라 금융감독원에 소멸채권 환급을 청구해야 합니다. 이의제기 사유에 해당하고,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 제1항; 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 피해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내더라도 피해자산 부분의 지급정지는 소송 중에도 풀리지 않습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8조 제2항 제1호의2). 각하될 수 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18. 선고 2025가단109895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6. 7. 15. 선고 2025가단109703 판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6. 8. 13. 선고 2025가단54855 판결), 오히려 피해자의 반소로 반환 판결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6. 7. 9. 선고 2025나12622(본소), 2025나12623(반소), 2025나13155(반소) 판결).
보이스피싱 피해자라면
- 명의인이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걸어 왔다면, 먼저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점을 다투어 볼 수 있습니다. 이미 환급을 받은 뒤라면 각하 판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5. 8. 선고 2023가단5224139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6. 7. 8. 선고 2025가단5523 판결).
- 환급받은 금액은 그 한도에서 청구권이 소멸합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2조). 피해액에 못 미치는 나머지는 명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등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명의인이 편취된 돈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는 점을 피해자가 증명해야 합니다(수원고등법원 2026. 7. 9. 선고 2025나12622(본소), 2025나12623(반소), 2025나13155(반소) 판결).
- 피해구제 신청은 사실대로 해야 합니다. 거짓 신청은 명의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으로 이어집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1조의2).
보이스피싱 피해에서 은행의 책임이 문제 된 사건은 보이스피싱 은행 손해배상, 임시조치 의무 위반의 기준에서, 명의가 도용된 비대면 대출 사건은 명의도용 비대면 대출 사건에서 정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이스피싱 지급정지가 된 계좌의 명의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낼 수 있나요?
A. 소송을 낼 수는 있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의2 제2항은 명의인 또는 피해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채무부존재확인·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다만 소송이 적법하려면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이 점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확인의 이익을 인정한 판결(울산지방법원 2025. 6. 12. 선고 2024가합13223 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6. 7. 8. 선고 2026가단10288 판결)도 있지만, 이 조항만으로는 확인의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각하한 판결(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6. 8. 13. 선고 2025가단54855 판결)도 있습니다.
Q. 채권소멸절차가 끝나 피해자가 이미 환급금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A. 피해자를 상대로 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각하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해자가 피해환급금을 받은 사안에서, 명의인에게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 제1항에 따라 금융감독원에 소멸된 채권의 환급을 청구하는 별도의 구제수단이 있으므로 피해자를 상대로 이미 소멸된 채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8. 11. 선고 2025가단66813 판결). 같은 취지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5. 8. 선고 2023가단5224139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2026. 7. 8. 선고 2025가단5523 판결; 수원고등법원 2026. 7. 9. 선고 2025나12622(본소), 2025나12623(반소), 2025나13155(반소) 판결).
Q. 금융감독원에 소멸채권 환급을 청구하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요?
A.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첫째,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 등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제1항 각 호의 이의제기 사유에 해당해야 하고, 둘째, 제7조 제1항에 따른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3조 제1항).
Q. 지급정지 이의제기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 제1항은 명의인이 지급정지 등이 “이루어진 날부터 제5조제2항에 따른 공고일을 기준으로 2개월이 경과하기 전까지” 금융회사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의제기 없이 최초의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일부터 2개월이 지나면 명의인의 채권은 소멸합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9조 제1항). 통지를 받으면 바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소송이 걸려 있으면 지급정지가 풀리나요?
A. 일부만 풀립니다. 지급정지 뒤 명의인과 피해자 사이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이 법원에 계속 중이면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를 요청할 수 없고 지급정지·채권소멸절차가 종료되지만, 계좌에 예치된 금액 중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자산 부분은 지급정지를 해제하지 않습니다(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5조 제1항 제5호, 제8조 제1항 제1호의2, 제2항 제1호의2). 법원도 이 점을 들어 소송이 지급정지 해소의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18. 선고 2025가단109895 판결).
Q. 정상적인 환전 대금이었다고 주장하면 반환 책임을 피할 수 있나요?
A.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다릅니다. 환전 대금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채무부존재를 확인한 판결도 있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5. 6. 12. 선고 2024가합13223 판결). 반면 수원고등법원은 무등록 환전을 하면서 의뢰인의 신원이나 자금 출처를 확인하지 않은 명의인에게 피해금이 편취된 돈이라는 점에 대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환급분을 뺀 나머지를 피해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6. 7. 9. 선고 2025나12622(본소), 2025나12623(반소), 2025나13155(반소) 판결).
Q. 법 이름이 바뀌었다는데, 이 판결은 지금도 참고할 수 있나요?
A. 참고할 수 있습니다. 법률명이 2026. 3. 31. 개정(법률 제21503호, 2026. 10. 1. 시행)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으로 바뀌면서 가상자산이 포함되었지만, 대상판결이 근거로 든 제7조, 제8조, 제9조, 제10조, 제12조, 제13조는 개정된 법률에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용어가 피해금에서 피해자산, 피해환급금에서 피해환급자산 등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문을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지급정지 계좌 명의인의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정리한 것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소개한 판결은 모두 하급심 판결이고, 수원고등법원 판결 외에는 상급심 판단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급정지 사건은 이의제기 기한이 짧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법무법인 아틀라스와 별도로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