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인과 네덜란드 법인 사이의 물품매매계약에서 소멸시효 준거법이 쟁점이 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CISG)의 우선 적용 및 법원의 준거법 직권조사 의무를 명시적으로 확인한 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에 관한 사례 해설입니다.
사건 개요
네덜란드 법인인 원고는 2007년부터 2014년 무렵까지 한국 법인인 피고에게 손목시계를 공급하고 물품대금 잔액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피고는 원심 단계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하였고, 원심은 한국 민법이 당연히 적용된다는 전제 하에 이를 받아들여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준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1. 13. 선고 2021다269388 판결).
CISG의 우선 적용
대법원은, 한국과 네덜란드가 모두 CISG 체약국이므로 두 나라 법인 사이의 물품매매계약에는 CISG가 한국 민법이나 상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은 일반적으로 민법이나 상법 또는 국제사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다”는 기존 법리(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81514 판결)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당사자들이 소송에서 준거법을 다투지 않았더라도 이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소멸시효는 CISG 적용 범위 밖
CISG는 계약의 성립, 매도인·매수인의 의무, 위험의 이전 및 손해배상 범위 등을 규율하지만, 소멸시효·계약의 유효성·물품의 소유권에 관하여 계약이 미치는 효력 등은 그 적용 범위 밖입니다(CISG 제4조). 소멸시효의 준거법은 법정지의 국제사법 규정에 따라 별도로 결정되어야 하며, 당사자 간에 준거법 합의가 없는 경우 국제사법 제26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매도인(원고)의 주된 사무소 소재지인 네덜란드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법원의 준거법 직권조사 의무
대법원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에서 준거법으로서의 외국법은 사실이 아니라 법으로서 법원이 직권으로 그 내용을 조사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1990. 4. 10. 선고 89다카20252 판결,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6다222712 판결 등 참조). 당사자가 준거법에 관한 주장을 하지 않더라도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관련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등 준거법에 관하여 심리·조사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울러, 소송에서 당사자가 준거법을 다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준거법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명시하였습니다(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한다”고 써도 CISG는 배제되지 않습니다
CISG는 조약으로서 대한민국 법의 일부이므로, 단순히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한다”고 기재하더라도 CISG는 배제되지 않습니다. CISG를 완전히 배제하려면 “유엔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협약(CISG)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한다”는 문언을 계약서에 별도로 삽입해야 합니다(CISG 제6조). CISG 자문위원회(CISG-AC Opinion No. 16, 2014) 및 독일·오스트리아 등 주요 체약국 법원도 같은 입장입니다.
실무적 시사점
이 판결은 국제물품매매계약을 체결하거나 관련 분쟁을 대리할 때 반드시 숙지해야 할 법리를 재확인합니다. 계약서에는 CISG 적용 여부(배제 또는 유지)와 CISG가 다루지 않는 사항(소멸시효, 계약 유효성 등)에 적용될 국내법을 함께 명시하는 것이 분쟁을 원천 차단하는 핵심입니다. 법무법인 아틀라스는 국제물품매매계약의 검토·작성, 준거법 조항 설계, 국제소송·중재 대응 등 국제거래 전반에 걸쳐 실무적 조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