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증여, 부담을 이행했다면 해제할 수 없다





민사 · 증여계약

300만 원 부담을 먼저 이행했다면,
구두증여도 해제할 수 없습니다
박소영 ·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아틀라스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  상고기각

핵심 답변: 증여의 의사를 서면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증여자는 원칙적으로 증여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555조). 그러나 부담부증여에서 수증자가 부담을 모두 이행했다면, 그 부담이 의례적·명목적인 것에 그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여자는 아직 등기를 넘기지 않았더라도 해제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충북 음성군의 한 마을. 2016년 여름 마을회의 무렵, 땅 주인은 마을회관이 서 있는 부지를 마을회에 넘기겠다고 했습니다. 마을회는 땅 주인이 지정한 대로, 그 부근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땅 주인의 숙모에게 300만 원을 보냈습니다. 계약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그 뒤 땅 주인은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은 채 마을회관 부지의 건물 등을 철거하고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땅 주인은 민법 제555조를 들었습니다.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으면 각 당사자가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실제로 등기를 넘기기 전이라면 구두증여는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마을회가 약속한 300만 원을 이미 지급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이처럼 수증자가 부담을 먼저 이행한 부담부증여에서는 서면이 없다는 이유로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 이유 네 가지를 밝혔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이 글은 대상판결과 원심·1심 판결, 대상판결이 참조한 대법원 판례, 그리고 대상판결을 적용한 하급심 판결 6건을 판결 원문으로 확인해 정리했습니다. 구두증여를 해제하고 싶은 증여자와, 약속한 부담을 이미 이행한 수증자 모두에게 기준이 되는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땅 주인을 원고, 마을회를 피고라고 부르겠습니다. 1심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0. 9. 24. 선고 2019가단23049(본소) 판결).

시기 내용
1995. 3. 2.경 작성된 매매계약서에 “약 50평은 △△ 부락에 봉사함”이라고 적힘. 1심은 원고의 아버지가 이때 마을회에 마을회관 부지를 무상으로 쓰게 한 사용대차가 있었다고 봄
2007년 원고가 아버지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증여받음
2016. 2.경 다른 토지가 경로당 부지로 거론되었고, 그곳에서 농사를 짓던 원고의 숙모에게 마을회가 위로금 등 명목으로 돈을 주는 방안이 협의됨. 이후 그 토지가 경로당 부지로 부적당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 사건 토지 중 마을회관 부지가 거론됨
2016. 7. 4. 마을회의 무렵 원고가 마을회관 부지를 마을회에 넘기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토지를 분할측량해 분할등기하는 방안에도 동의함. 같은 날 마을회가 숙모의 계좌로 300만 원을 지급함
2016. 7. 8. ~ 7. 21. 원고가 마을회의 비용으로 지적측량을 의뢰하여 7. 18. 무렵 측량이 이루어지고, 7. 21. 마을회관 부지의 분필등기가 이루어짐
그 뒤 원고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지 않고 마을회관 부지 등의 철거와 인도를 구하는 소를 냄. 마을회는 반소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함

원고는 여러 주장을 했습니다. 마을회관 부지는 아버지 때부터 무상으로 빌려준 땅이니 사용대차를 해지한다고 했고, 증여는 경로당 사업 참여를 조건으로 한 것인데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300만 원은 처음 거론된 다른 토지에 관한 돈이라 마을회관 부지와는 관계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이니 해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16. 7. 4.경 원고가 마을회관 부지를 증여하고 마을회는 원고가 지정한 숙모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는 부담부증여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경로당 사업 참여는 증여의 동기일 뿐 조건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당시 원고가 300만 원 지급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300만 원을 받은 숙모가 그 뒤 원래 땅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원고가 그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300만 원은 마을회관 부지 증여에 따른 부담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원고가 마을회에 이행하라고 명했습니다(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0. 9. 24. 선고 2019가단23049(본소) 판결). 원심과 대법원도 같은 결론이었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나16588(본소), 2020나16595(반소) 판결;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원고가 함께 철거를 구한 도로 부분은 1심과 원심에서 원고 패소로 끝났습니다. 원고는 이 부분도 상고했지만 구체적인 상고이유를 적지 않아 대법원은 따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구두증여는 언제든 해제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라고 정합니다. 다만 민법 제558조는 이 해제가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정합니다. 부담부증여에는 이 조항들에 더해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적용됩니다(민법 제561조).

왜 서면을 요구하나요?

대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막고, 증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하여 나중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는 데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6다카2634 판결). 서면이 증여계약서 형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증여자가 자기 재산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의사가 문서로 확실히 알 수 있는 정도로 나타나 있으면 됩니다. 문서의 문언이 증여계약서가 아니더라도, 작성 경위를 함께 고려할 때 증여 의사를 표시한 서면이라고 인정되면 서면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다1755 판결). 매매를 가장해 작성한 매도증서도 서면으로 인정된 예가 있습니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6다카2634 판결).

상황 법원의 판단
문언은 매도증서이지만 경위상 증여의 증서 서면에 해당(대법원 1988. 9. 27. 선고 86다카2634 판결)
증여 당시에는 서면이 없었고,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나중에 서면을 작성 그때부터 서면에 의한 증여가 되어 임의로 해제할 수 없음(대법원 1989. 5. 9. 선고 88다카2271 판결)
교회 당회 회의 결의서에 증여자가 서기 자격으로 서명날인 증여계약 당사자 사이에 증여의 의사표시가 담긴 서면으로 보기 어려움(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아파트 증여해줄 테니” 문자메시지 민법 제555조의 서면으로 볼 수 없음(1심, 수원지방법원 2023. 11. 29. 선고 2023가단510741 판결)

대법원은 서면이 수증자에 대하여 표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처럼 즉흥적·충동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증여는 서면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습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해제할 수 있는 기간이 있나요?

민법 제555조의 해제는 본래 의미의 해제가 아니라 일종의 특수한 철회입니다. 그래서 형성권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고(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다1755 판결), 증여 약정일부터 10년이 지난 뒤에 한 해제도 원칙적으로 적법하다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이미 이행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부동산 증여에서 이행이 되었다는 것은 부동산을 인도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까지 마친 것을 의미합니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다56873 판결). 토지 증여는 증여자의 의사에 따라 등기에 필요한 서류가 제공되고 수증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야 이행이 완료됩니다. 증여자의 의사에 따르지 않은 원인무효의 등기는 적법한 이행이 아닙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 증여자가 생전에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했다면 사망한 뒤에 등기가 되었더라도 이미 이행된 것이므로, 상속인이 해제해도 등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습니다(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29643 판결).
  • 지분 일부만 등기를 넘기고 사망했다면 상속인은 이미 이행된 지분은 해제할 수 없지만, 아직 이행되지 않은 지분은 해제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다1755 판결).

이 사건 원고는 마을회관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지 않았습니다. 부담 없는 증여였다면 아직 이행하지 않은 증여이므로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쟁점은 마을회가 이미 이행한 300만 원 부담을 어떻게 볼 것인가였습니다.

대법원은 왜 해제를 허용하지 않았나요?

대법원은 먼저 부담부증여에도 증여에 관한 일반 조항들이 그대로 적용되므로,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다면 각 당사자가 원칙적으로 민법 제555조에 따라 부담부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에는 다르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대법원은 “부담부증여계약에서 증여자의 증여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더라도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한 경우에는, 그러한 부담이 의례적·명목적인 것에 그치거나 그 이행에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는 부담 없는 증여가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 당사자가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임을 이유로 증여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대법원이 든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 ① 부담부증여의 특수성 — 부담부증여에는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민법 제561조), 증여자는 부담의 한도에서 매도인과 같은 담보책임을 집니다(민법 제559조 제2항). 민법은 부담부증여가 부담 없는 증여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계약의 이행과 소멸 과정에서 증여자와 수증자의 공평을 특별히 도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② 이미 이행한 부담과 부당한 결과 — 부담부증여에서는 수증자가 이미 이행한 부담도 민법 제558조의 ‘이미 이행한 부분’에 포함됩니다. 그런데도 증여자가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다면, 증여자는 아무런 노력 없이 수증자의 부담 이행에 따른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는 부당한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 ③ 법적 안정성 — 민법 제555조의 해제는 일종의 특수한 철회로서, 수증자의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해제(민법 제556조)나 증여자의 재산상태 변경을 이유로 한 해제(민법 제557조)와도 다릅니다. 수증자의 채무불이행이나 사정변경이 없고 오히려 수증자가 증여 의사를 믿고 부담을 다 이행했는데도 증여자가 손쉽게 계약에서 벗어나게 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다1755 판결).
  • ④ 입법 취지와의 관계 — 민법 제555조의 취지는 경솔한 증여를 막고 증여자의 의사를 명확히 하려는 데 있습니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6다카2634 판결). 그런데 부담부증여는 재산의 수여뿐 아니라 수증자의 부담 이행까지 의사표시의 내용이 되므로,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거나 증여 의사가 불분명할 가능성이 많지 않습니다. 수증자가 부담을 다 이행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는 것입니다.

원심과는 무엇이 달랐나요?

원심도 해제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근거는 짧았습니다. 원심은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가 이미 이행되었더라도 증여자가 해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7. 7. 8. 선고 97다2177 판결)를 반대로 해석하고 공평의 원칙을 더해, 부담의무 있는 상대방이 의무를 먼저 이행했다면 증여자는 해제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나16588(본소), 2020나16595(반소) 판결).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결론은 정당하다고 하면서 위 네 가지 이유를 직접 밝혔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다른 법원들은 이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요?

대상판결 이후 하급심 판결들은 이 기준을 인용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확인한 판결에서 결론을 가른 것은 두 가지입니다. 수증자가 한 일이 계약 내용인 ‘부담’인지, 그리고 그 부담을 실제로 다 이행했는지입니다.

판결 수증자가 한 일 결론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23. 4. 21. 선고 2022가단37045 판결 이혼소송과 형사고소 취하 부담 이행 완료, 해제 불가
의정부지방법원 2023. 9. 26. 선고 2022나216252(본소), 2022나216399(반소) 판결 증여자(새마을회)에게 다른 건물 부지를 상당 기간 사용하게 함 부담 이행 완료, 해제 불가
서울고등법원 2024. 5. 22. 선고 2024나2002003 판결 재산세 분담, 차임 절반 지급 의례적 지급일 뿐 부담 아님, 해제 인정
수원지방법원 2023. 11. 29. 선고 2023가단510741 판결 상속받은 상가의 매매 등기서류 교부 자기 의무 이행일 뿐 부담 아님, 해제 인정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6. 5. 27. 선고 2026가단1094 판결 등기 관련 이의신청 취하 부담이 아닌 조건, 해제 인정

소송 취하를 약속받고 한 증여 — 해제할 수 없습니다

남편의 부정행위 등을 이유로 아내가 이혼소송을 내고 가정폭력으로 형사고소도 했습니다. 남편은 아내와 대화하면서, 아내가 소송과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부동산을 아들에게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실제로 소송과 고소를 취하했고 그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들이 이전등기를 청구하자 남편은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라며 답변서로 해제했습니다. 법원은 이 약속을 아들을 수익자로 한 제3자를 위한 계약 형식의 부담부증여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소 취하와 고소 취하라는 부담의 이행을 완료했으므로 남편은 해제할 수 없다며 이전등기를 명했습니다(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23. 4. 21. 선고 2022가단37045 판결).

부지 사용을 대가로 한 건물 증여 — 해제할 수 없습니다

새마을회가 건물을 증여하면서, 수증자는 새마을회가 다른 건물을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기로 했습니다. 새마을회는 항소심에서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라며 해제를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수증자가 상당한 기간 새마을회에 그 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이상 부담의 이행을 완료했다고 보아 해제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3. 9. 26. 선고 2022나216252(본소), 2022나216399(반소) 판결).

부담이 가볍거나 ‘부담’이 아니라면 해제할 수 있나요?

해제할 수 있습니다. 대상판결은 부담이 의례적·명목적인 것에 그치거나 그 이행에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를 예외로 두었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그보다 앞서, 수증자가 한 일이 애초에 ‘부담’이 아니면 이 법리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수증자가 하는 급부가 증여계약의 부관인 부담이 되려면 당사자 사이에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수증자에게 일정한 급부를 기대하고 증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급부가 증여의 동기에 불과할 뿐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5. 22. 선고 2024나2002003 판결; 대전지방법원 2026. 6. 25. 선고 2025가단207304 판결).

고마움의 표시로 낸 돈 — 의례적 지급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그 상속인들 사이에서, 한 상속인이 다른 사람에게 아파트 매도대금의 절반에서 1억 원을 뺀 돈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습니다. 약속을 받은 쪽은 자신이 아파트 재산세 등을 나누어 내고 자기가 상속받은 주택 차임의 절반을 주기로 하고 이를 이행해 왔으니 부담부증여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것이 계약 내용인 부담이라는 합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약속한 쪽도 아파트 차임의 절반을 지급했고 그 차임이 더 컸다는 점 등을 들어, 증여계약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의례적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부담부증여라도 부담의 내용과 범위를 특정할 수 없어 이행을 완료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준비서면으로 한 해제를 받아들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5. 22. 선고 2024나2002003 판결).

원래 해야 할 일을 한 것 — 부담이 아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부모가 공유하던 상가의 매매 잔금일을 앞두고, 아들은 법정상속분대로만 진행하면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상태였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E아파트 증여해줄 테니 그렇게 알아라.”로 시작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아들은 그날 법무사 사무실 직원에게 매매 등기서류를 건넸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파트를 넘겨주지 않았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은 먼저 문자메시지는 민법 제555조의 서면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어 아들은 상속인으로서 매도인의 지위를 물려받아 원래 등기서류를 교부할 의무가 있었으므로, 서류 교부는 자기 의무를 이행한 것일 뿐 부담의 이행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설령 부담으로 보더라도 실질적으로 부담 없는 증여와 마찬가지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답변서로 한 아버지의 해제를 인정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3. 11. 29. 선고 2023가단510741 판결).

조건으로 걸어 둔 행위 — 부담이 아님

한 사람이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토지 등기를 진행하자, 자신도 공동상속인이라는 다른 사람이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등기를 진행하던 사람은 이의신청을 취하하면 지분 2분의 1을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습니다. 이의신청은 취하되었지만 약속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그 상속인들이 증여를 해제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이의신청 취하는 증여자가 부과한 구속력 있는 채무가 아니라 증여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정지조건이라고 보았습니다. 수증자의 의무이행이 부담이 아닌 조건이라면 부담부증여가 아니므로, 이미 이행했더라도 증여자는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6. 5. 27. 선고 2026가단1094 판결).

이 사건의 300만 원은 다릅니다. 1심은 300만 원이 수증자인 마을회에 일정한 급부 의무를 지운 부담이라고 판단했고(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0. 9. 24. 선고 2019가단23049(본소) 판결), 대법원은 이 부담을 모두 이행한 마을회에 대한 해제를 허용하지 않은 원심의 결론을 유지했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반대로 수증자가 부담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증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고, 이미 등기를 넘겼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담부증여에는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계약이 이미 이행되어 있더라도 증여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때에는 민법 제555조와 제558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7다2177 판결).

이 법리를 밝힌 사건에서 증여자는 1985년 학교법인에 임야를 증여하면서 남편을 이사장으로 추대하고, 아들 2명을 교직원으로 채용하며, 증여에 따른 조세공과금을 학교법인이 책임지기로 약정했습니다. 학교법인이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부담 사실 자체를 부정하자, 대법원은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더라도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7다2177 판결).

부담부증여의 증여자는 수증자의 망은행위를 이유로도 해제할 수 있지만, 두 해제는 효과가 다릅니다.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해제는 민법 제556조 제2항과 제558조의 제한을 받는 반면, 부담 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에는 이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부양의무가 있는 친족 사이에서 부양을 부담으로 증여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4602 판결).

해제 사유 근거 이미 이행한 부분 행사 기간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 민법 제555조 영향 없음(제558조) 제척기간 적용 없음(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다1755 판결)
수증자의 범죄행위·부양의무 불이행 민법 제556조 영향 없음(제558조) 안 날부터 6월 경과 또는 용서 시 소멸(제556조 제2항)
증여자의 재산상태 현저한 변경 민법 제557조 영향 없음(제558조) —
수증자의 부담 불이행 민법 제561조(쌍무계약 규정 준용) 이행 후에도 해제 가능(대법원 1997. 7. 8. 선고 97다2177 판결) 제556조 제2항 적용 없음(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4602 판결)

부양을 약속하고 받은 건물 — 등기 후에도 해제

최근 하급심에도 같은 판단이 있습니다. 장기요양 3등급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딸에게 임대 중인 부동산을 증여했습니다. 증여계약서에는 딸이 근저당 채무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한다는 내용만 있었지만, 함께 작성해 공증을 받은 확인서에는 “아버지를 부양하는 조건으로 피고의 단독 명의로 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딸이 등기를 넘겨받은 뒤 아버지의 집에서 나가 부양을 중단하자 아버지는 내용증명으로 증여를 해제했습니다. 대전지방법원은 부양을 이 증여의 부담으로 보고, 딸이 부담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증여는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딸이 인수했던 채무를 아버지가 다시 인수하는 것과 동시에 등기를 말소하도록 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6. 6. 25. 선고 2025가단207304 판결).

증여자와 수증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법무법인 아틀라스가 대상판결과 관련 판결들을 검토해, 서면 없는 증여에서 확인할 사항을 정리했습니다.

증여자라면

  •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상대방에게 부담을 이행하게 하기 전에 결정하세요. 서면이 없더라도 수증자가 부담을 다 이행하면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 해제하려면 해제한다는 뜻을 분명히 표시하세요. 소송에서 상대방의 청구를 단순히 다투는 것만으로는 해제를 주장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대법원 1989. 5. 9. 선고 88다카2271 판결). 하급심에서는 답변서나 준비서면에 해제 의사를 적어 송달한 것으로 해제를 인정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5. 22. 선고 2024나2002003 판결; 수원지방법원 2023. 11. 29. 선고 2023가단510741 판결;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6. 5. 27. 선고 2026가단1094 판결).
  • 부양처럼 수증자에게 기대하는 일이 있다면 계약 내용으로 명확히 적어 두세요. 단순한 기대는 증여의 동기에 그칠 뿐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6. 6. 25. 선고 2025가단207304 판결). 부담으로 정해 두면 수증자가 이행하지 않을 때 등기 후에도 해제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7다2177 판결).

수증자라면

  • 부담을 이행했다는 증거를 남기세요. 이 사건에서 1심은 숙모의 계좌로 송금한 300만 원, 영수증, 마을회의 비용으로 진행된 측량과 분필등기 등을 종합해 부담부증여와 부담의 이행을 인정했습니다(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0. 9. 24. 선고 2019가단23049(본소) 판결).
  • 가능하면 증여 의사를 서면으로 받아 두세요. 증여 당시가 아니라 나중에 작성한 서면이라도, 그때부터는 증여자가 임의로 해제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89. 5. 9. 선고 88다카2271 판결). 서면은 수증자에 대하여 표시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 부동산이라면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야 이행이 완료됩니다. 인도받아 사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다56873 판결). 증여자가 등기를 미루면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마을회도 반소로 이전등기를 청구해 인용받았습니다(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0. 9. 24. 선고 2019가단23049(본소) 판결;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 문자메시지로 받은 증여 약속은 서면으로 인정되지 않은 판결이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3. 11. 29. 선고 2023가단510741 판결).

부모를 부양한 대가로 받은 재산이 상속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부양 대가로 받은 재산도 유류분 반환 대상일까에서, 기여분과 유류분의 관계는 기여분 인정받아도 유류분에서 공제 안 되는 이유에서 정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두증여도 효력이 있나요?

A. 효력이 있습니다.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승낙하면 성립합니다(민법 제554조). 다만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았다면 각 당사자는 증여를 해제할 수 있고(민법 제555조), 이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민법 제558조).

Q. 부담부증여에서 수증자가 부담을 모두 이행했다면 증여자는 해제할 수 없나요?

A.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증여자가 아직 증여를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수증자가 부담의 이행을 완료했다면, 부담이 의례적·명목적인 것에 그치거나 이행에 특별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 부담 없는 증여와 마찬가지라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임을 이유로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다299976, 299983 판결).

Q. 문자메시지로 증여하겠다고 했다면 서면에 의한 증여인가요?

A. 인정되지 않은 판결이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아파트 증여 문자메시지가 전자문서에는 해당하지만, 민법 제555조의 서면에 의한 증여의 의사표시는 성질상 전자적 형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해제를 인정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3. 11. 29. 선고 2023가단510741 판결). 이 쟁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찾지 못했습니다.

Q. 부동산 증여는 언제 ‘이행’이 끝난 것으로 보나요?

A.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을 때입니다. 부동산을 인도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까지 마쳐야 이행이 된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1다56873 판결). 증여자가 생전에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제공했다면 사망한 뒤에 등기가 되었더라도 증여는 이미 이행된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29643 판결).

Q. 증여한 지 10년이 지났어도 서면이 없으면 해제할 수 있나요?

A. 원칙적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555조의 해제는 일종의 특수한 철회로서 형성권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10년이 지난 뒤에 한 해제도 원칙적으로 적법합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다1755 판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7831 판결). 다만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Q.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등기를 넘긴 뒤에도 증여를 해제할 수 있나요?

A. 해제할 수 있습니다. 부담부증여에는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 수증자가 부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가 이미 이행되었더라도 증여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이때에는 민법 제555조와 제558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7다2177 판결;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4602 판결).

Q. 소송에서 상대방의 청구를 다투기만 해도 증여를 해제한 것이 되나요?

A. 되지 않습니다.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의 해제는 묵시적으로도 가능하지만, 변론에서 상대방의 주장사실을 단순히 다투는 것은 해제의 주장과 구별됩니다(대법원 1989. 5. 9. 선고 88다카2271 판결). 해제하려면 답변서나 준비서면 등에 해제한다는 뜻을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문을 바탕으로 서면에 의하지 않은 부담부증여의 해제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정리한 것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소개한 하급심 판결 중 1심 판결들은 상급심 판결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부담인지, 부담을 다 이행했는지는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되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법무법인 아틀라스와 별도로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박소영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아틀라스

박소영 | 대표변호사
가사, 상속, 건설·부동산 분쟁 전문 변호사
사법연수원 33기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법무법인 아틀라스 | 인천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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