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명의로 3,000만 원이 대출됐습니다 — 갚지 않아도 되는 이유





금융·명의도용

내 명의로 3,000만 원이 대출됐습니다
갚지 않아도 되는 이유
박소영 ·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아틀라스
청주지방법원 2024나57532  ·  대법원 2024다236754  ·  대법원 2024다310331  ·  대법원 2023다232526

핵심 답변: 성명불상자가 위조 신분증으로 명의를 도용해 체결한 비대면 대출은, 금융회사가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명의자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25. 12. 4. 선고 2024나57532 판결은 금융회사가 휴대폰 인증·공동인증서 전자서명·신분증 진위확인·1원 입금 인증의 네 가지를 모두 거쳤는데도 3,000만 원 대출채무의 부존재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2025. 8. 14. 같은 날 정반대 결론의 판결 두 건을 선고했습니다(2024다236754, 2024다310331).

2023년 4월 11일, 한 사람이 자신의 명의로 휴대전화가 개통되고 여러 건의 대출이 실행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신청한 적이 없는 대출이었습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6개월 뒤 돌아온 답은 “피의자를 특정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였고, 추가 단서의 발견 또는 유사 사건 범인 검거 시까지 관리미제사건으로 등록”한다는 통지였습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금융회사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대출했다며 상환을 요구했습니다. 남은 방법은 소송이었습니다. 명의자는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이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금융회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휴대폰 인증, 공동인증서 전자서명, 행정안전부 신분증 진위확인, 1원 입금 인증 — 네 가지를 모두 거쳤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본인확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글은 그 판단의 근거와, 같은 쟁점에서 결론이 갈린 최근 판결들을 함께 정리합니다.

내 명의로 나간 대출, 제가 갚아야 하나요?

금융회사가 관련 법령이 정한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갚지 않아도 됩니다. 청주지방법원 2025. 12. 4. 선고 2024나57532 판결은 3,000만 원 대출금과 이자 채무의 부존재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는 자동으로 인정되는 결론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갈리는 판단입니다.

먼저 출발점을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전자금융거래라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자유로운 의사표시의 합치가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면, 전자문서로서의 형식이나 절차를 갖추었는지와 무관하게 그에 따른 법률효과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명의자의 의사가 아예 없었다면 그 거래는 원칙적으로 명의자를 구속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는 무엇을 근거로 상환을 요구할까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입니다. 이 조항은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 수신자가 그 전자문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우리는 본인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3항 제2호는 반대 방향의 제동장치를 둡니다. 전자문서가 작성자의 것이 아님을 수신자가 알았던 경우,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였거나 작성자와 합의된 절차를 따랐으면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제7조 제2항 제2호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결국 승패는 ‘금융회사가 상당한 주의를 다했는가’에서 갈립니다.

대법원이 세운 판단 기준

대법원은 이 ‘정당한 이유’의 판단 기준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수신자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하여 전자문서가 송신되었다고 믿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전자문서에 의한 거래에서 그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하여 송신되었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본인확인절차를 수신자가 적절하게 이행하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그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수신자가 시행한 본인확인절차가 당시의 기술적 수준에 부합하는 적정한 것이었는지,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방식에 따라 거래의 특성에 맞게 본인확인조치 또는 피해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였는지,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가 의도하는 법률행위의 내용과 성격이 어떠한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36754 판결).

청주지방법원 2024나57532 판결은 이 기준을 그대로 받아 적용했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판단 대상은 ‘형식을 갖추었는가’가 아니라 ‘거래의 특성에 맞게 실질적으로 확인했는가’입니다.

명의도용범은 어떻게 사흘 만에 1억 원을 빼갔나요?

인증의 사슬을 순서대로 만들어 올라갔습니다. 위조 신분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그 휴대전화로 계좌를 만들고, 그 계좌로 인증서를 발급받고, 그 인증서로 대출을 받는 구조입니다. 열흘 남짓 사이에 세 곳에서 합계 1억 100만 원 상당의 대출이 실행됐습니다.

일자 일어난 일
2023. 3. 31. 별정이동통신사에서 위조 주민등록증 사본으로 명의자의 알뜰폰 개통(모바일 방식)
2023. 4. 7. 은행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명의자 명의 저축예금 계좌 신규 개설
2023. 4. 8. (토) 보안매체 OTP를 이용해 명의자 명의 공동인증서 발급
2023. 4. 9. (일) 같은 은행에서 인터넷 대출 신청으로 300만 원 한도거래 대출약정 체결
2023. 4. 9. 14:20 여신업무를 주로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비대면으로 3,000만 원(연 13.7%) 대출 실행, 위 계좌로 입금
2023. 4. 9. 15:40 ~ 18:23 10여 회에 걸쳐 여러 제3자 명의 계좌로 타행송금·이체 방식으로 전액 출금
2023. 4. 10. 또 다른 금융회사에서 여신거래약정에 따른 6,800만 원 대출 실행
2023. 4. 11. 명의자가 피해를 인지하고 알뜰폰 해지 후 경찰에 신고
2023. 10. 26. 경찰, 피의자를 특정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였다며 관리미제사건 등록 통지

주목할 것은 위조 주민등록증이 한 장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통신사에 제출된 사본은 한글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명의자의 것이고 사진과 주소는 다른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반면 은행과 대출에 제출된 사본은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사진이 모두 명의자의 것이었습니다. 성명불상자는 용도에 맞춰 여러 개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사용한 것입니다.

이 사건의 대출 3,000만 원을 다툰 것이 이 판결이고, 나머지 두 건은 별도로 정리됐습니다. 300만 원 대출과 6,800만 원 대출의 채권자였던 두 회사는 제1심의 공동피고였는데, 각각 해당 대출금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수용했습니다. 세 건 가운데 끝까지 다툰 곳은 한 곳뿐이었고, 그 한 곳이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졌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요일입니다. 공동인증서 발급은 토요일, 대출 실행은 일요일이었습니다. 대출금이 입금된 지 80분 만에 분산 출금이 시작돼 세 시간 남짓 만에 전액이 빠져나갔습니다. 판결은 이 정황을 “거래 의심사유”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요일은 다른 사건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나28037 판결은 “이례적으로 평일이 아닌 토요일에 이루어졌으므로 피고의 본인확인의무는 한층 더 강화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왜 같은 날 정반대 결론을 냈나요?

2025년 8월 14일, 대법원은 비대면 명의도용 대출에 관해 두 건의 판결을 같은 날 선고했습니다. 하나는 금융회사가 이겼고(2024다236754), 다른 하나는 금융회사가 졌습니다(2024다310331). 법리가 흔들린 것이 아니라,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사실관계에 따라 갈린 것입니다.

구분 대법원 2024다236754 대법원 2024다310331
결론 상고기각 — 대출계약 유효 상고기각 — 금융회사 손해배상책임
다툰 방식 계약의 효력(채무부존재확인) 손해배상(청구취지 교환적 변경)
금융회사가 한 것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기존계좌 인증, 휴대전화 인증, 공동인증서 인증, 신용정보 조회 SMS 인증, 공동인증서 인증
필수 방식 이행 ①·④ 이행 ①~⑤ 중 하나도 이행하지 않음
판시 “복수의 인증수단을 통하여 …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본인확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고”

대법원이 2024다236754 판결에서 밝힌 핵심은 이것입니다. “비대면 거래에서 본인확인절차의 적절한 이행 여부는 한 가지 인증수단만을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인증수단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 은행은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기존계좌 인증, 휴대전화 인증, 공동인증서 인증, 신용정보 조회 등 복수의 인증수단을 통하여 이 사건 대출신청이 원고의 의사에 기한 것임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서 결정적인 표현은 ‘서로 독립적인’입니다. 인증수단의 개수가 아니라, 그 수단들이 서로 다른 출처에서 나와 실제로 교차검증이 되는지를 봅니다. 청주지방법원 2024나57532 사건에서 문제된 네 가지 인증은 모두 같은 위조 신분증에서 파생된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2024다310331 사건의 금융회사는 SMS 인증과 공동인증서 인증만 했습니다. 이 둘은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서 권고사항(⑥)에 해당할 뿐이어서, 필수 방식 ①~⑤는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셈이 됐습니다.

금융회사는 본인확인을 네 번이나 했는데 왜 졌나요?

가짓수를 채운 것과 제대로 확인한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금융회사가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의 필수 방식 중 두 가지와 권고 방식 두 가지를 형식적으로는 거쳤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거나, 상당한 주의를 하였다면 원고의 의사에 기해 대출이 실행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던 경우로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비대면 실명확인의 규범 구조

비대면 대출에서 금융회사가 지는 확인 의무는 세 개의 법령이 겹쳐 작동합니다.

첫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은 금융회사에 거래자의 실지명의를 확인할 의무를 부과합니다. 비대면 거래에서 이 의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관해,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는 공동으로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이하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을 마련해 실명확인의무가 적용되는 모든 거래에 적용하기로 정했습니다.

둘째,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의4는 이용자가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 금융회사가 본인확인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해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책임을 진다고 정합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의3은 그 방법을 금융위원회가 인정하여 고시하는 방법에 따르도록 했고, 금융위원회는 2015년 12월 22일 그 방법이 곧 금융실명법상 비대면 실명거래 확인 방법이라고 고시했습니다.

셋째, 전자문서법 제7조가 그 결과를 사법상 효력으로 연결합니다.

이 구조를 가장 명확하게 정리한 것이 수원지방법원 2024. 4. 18. 선고 2023나97362 판결입니다.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시 금융회사 등이 취해야 할 본인확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의 여부는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가) 마련하고 나아가 금융위원회가 비대면 금융거래 시 적절한 본인확인방법이라고 유권해석한 앞서 본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을 기준으로 함이 상당하다.”

일곱 가지 방식과 이 사건의 이행 내역

2020년 1월 1일 개정된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은 일곱 가지 방식을 두고, 그중 ①~⑤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중첩 적용하도록 의무화합니다. ⑥·⑦은 이를 보완하는 권고사항입니다.

구분 방식 청주지법 2024나57532 사건에서
필수 ①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이행 — 다만 제출된 것은 위조 주민등록증의 사본
필수 ② 영상통화등 실시하지 않음
필수 ③ 접근매체 전달 과정에서 신분확인증표 확인 실시하지 않음
필수 ④ 기존계좌 활용(소액이체 등) 이행 — 다만 그 계좌 자체가 도용으로 개설된 계좌
필수 ⑤ 기타 이에 준하는 방법(생체정보 대조) 실시하지 않음
권고 ⑥ 타 기관 확인결과 활용 이행 — 공동인증서, 휴대폰 인증
권고 ⑦ 다수의 고객정보 검증

표만 보면 금융회사는 의무를 지킨 것처럼 보입니다. 법원도 이 점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판결은 “이 사건 대출약정과 같이 ‘전자문서’에 의한 ‘전자금융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금융회사가 사고를 방지하고 그로 인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실명확인의무를 이행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이행했다는 두 가지 필수 방식이 각각 제 기능을 했는지를 따로 살폈습니다.

참고 — 「② 영상통화」는 2024년에 「② 영상통화등」으로 바뀌었습니다

실무상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2026. 2. 27. 선고 2024가단137991 판결은 그 경위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5월 27일 실명확인증표 사진과 고객이 촬영한 얼굴 사진을 안면인식기술로 대조하는 방식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고, 2022년 지정기간을 연장하면서 이 방식으로 영상통화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으며, “2024. 3. 1.에는 기존의 ‘② 영상통화’를 ‘② 영상통화등’으로 개정하여 영상통화 대신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 기술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을 일부 개정하였다“는 것입니다.

위조 신분증인데 왜 진위확인을 통과했나요?

현행 진위확인 시스템은 성명·주민등록번호·발급일자만으로 판정하기 때문입니다. 사진과 주소가 위조돼 있어도 이 세 가지가 실제 정보와 맞으면 ‘진정’으로 나옵니다. 법원은 그렇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확인 방법을 보강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제출된 주민등록증 사본은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사진이 모두 명의자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명의자의 실제 주민등록증과 비교하면 네 군데가 달랐습니다.

  • 사진이 다릅니다. 사본에 붙은 사진은 명의자의 2013년 운전면허증 사진이었습니다.
  • 주소가 다릅니다. 발급일자 당시 거주지가 아니라 현재 거주하는 주소였습니다.
  • 주소의 행정구역이 부정확합니다. 발급일자 당시 존재하지 않던 행정구역명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 발급관청의 직인이 다릅니다. 당시 사용되던 직인이 아니라 현재의 직인이 찍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진위확인은 통과했습니다. ‘정부24’의 주민등록증 진위확인은 성명·주민등록번호·발급일자만으로 판정하기 때문입니다. 위조범이 실제 발급일자만 알아내면 사진과 주소를 마음대로 바꿔도 시스템은 걸러내지 못합니다.

법원이 요구한 것 — ‘원본을 든 본인’의 확인

이 법리는 청주지방법원 판결이 처음 세운 것이 아닙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3. 9. 20. 선고 2022가단6453 판결이 같은 취지를 이미 밝혔습니다.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은 대면거래에서 고객이 창구를 방문해 신분증을 제출하는 것을 대체하는 방식이므로, “최대한 대면 거래에 준하여 고객이 신분증 원본을 소지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방법을 요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판결은 요구 수준도 명시했습니다.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실거래자의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는 정도가 아니라, “금융사고 피해를 방지하고자 노력하였음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의 본인 확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두 판결 모두 행정안전부의 「비대면 실명확인시 신분증 진위확인 기술표준 및 관리기준」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기준은 실명확인증표의 사본 제출이 본인이 원본을 직접 촬영한 사본에 의해 이루어져야 함을 전제로, “금융회사는 본인 확인을 위해 고객에게 본인의 신분증을 들고 촬영한 본인의 상반신 사진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24나57532 사건에서 제출된 것은 위조된 주민등록증의 사본을 다시 촬영하거나 스캔한 파일이었습니다. 법원은 금융회사가 “기술적으로 실명확인증표의 원본 촬영임을 확신할 수 없는 경우라면 고객의 얼굴이 직접 노출되도록 실명확인증표를 촬영하도록 하거나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중 ‘② 영상통화’를 추가로 요구하는 등의 방식을 택하여 본인확인조치의 방법을 보강하였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괄호 안에 한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조치가 기술적으로 어렵지도 않다”

실제로 얼굴을 확인한 금융회사는 이겼습니다

이 대비는 판결로 확인됩니다. 대구지방법원 2026. 2. 27. 선고 2024가단137991 판결의 금융회사는 ① 휴대폰 본인인증, ② 운전면허증 제출·진위 확인, ③ 고객의 얼굴 사진을 실시간 촬영해 제출된 운전면허증 사진과 안면인식기술로 대조하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법원은 이를 필수 방식 ①·②와 권고 방식 ⑥을 적용한 것으로 보아 적절한 이행이라고 판단하고, 명의자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구고등법원 2025. 11. 18. 선고 2025나10683 판결도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피고가 이행한 위와 같은 비대면 실명확인절차는 이 사건 예금계좌 개설 신청이 원고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하여 송신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한 것이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명의자가 직장동료의 부탁으로 자신의 휴대전화와 운전면허증을 스스로 교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도용인 청주지방법원 사건과 사실관계가 다릅니다.

실무적 함의는 분명합니다. 진위확인 시스템이 ‘진정’이라고 답했다는 사실만으로 금융회사가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시스템이 보지 않는 항목은 사람이나 다른 절차가 봐야 합니다.

‘1원 입금’ 인증은 왜 본인확인이 되지 못했나요?

그 계좌 자체가 이틀 전 같은 사람에 의해 도용으로 개설된 계좌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쟁점은 하급심의 판단이 갈리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1원 입금’ 인증은 널리 쓰이는 방식입니다. 금융회사가 고객의 기존 계좌에 소액을 이체하면서 인증번호를 함께 보내고, 고객이 그 번호를 입력하게 하는 것입니다.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의 ‘④ 기존계좌 활용’에 해당하고, 취지는 타 금융회사에 이미 개설되어 있는 고객의 기존 계좌로부터 소액이체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고객이 그 계좌에 대한 사용권한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24나57532 판결은 이렇게 짚었습니다. 이 인증방법은 ‘② 영상통화’나 ‘③ 접근매체 전달 과정에서 신분확인증표 확인’과 달리 실제 행위자가 본인임을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므로, 행위자와 명의인이 일치한다는 점이 담보될 수 있도록 그 준수 여부를 보다 엄격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 방향의 판결도 있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4. 6. 14. 선고 2023나43126 판결은 정반대로 해석했습니다. 명의자가 대출약정 직전에 성명불상자에 의해 개설된 계좌는 ‘기존 계좌’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자,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그 문언상 ‘기존 계좌’는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신청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계좌를 의미하고, 이를 넘어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신청일로부터 일정 기간 소급하여 ‘개설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고, 실제로 그 계좌를 통한 거래내역이 있는지’ 등의 다른 조건까지 갖춘 계좌로 해석할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단서도 없다. 실제 금융기관으로서는 타 금융기관에 개설되어 있는 계좌의 개설일이나 실제 거래에 이용되고 있는지 여부 등을 바로 확인하기도 어렵고, 그러한 확인의무가 있다고 볼 자료나 사정도 없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개설 직후의 계좌가 ‘기존 계좌’에 해당하는지 자체는 다툼이 있고, 문언만 보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해석에도 근거가 있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이 결론을 달리한 것은 그 하나의 쟁점만으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래실적이 없는 신규 고객, 개설 이틀 만의 계좌, 토요일 발급된 인증서, 일요일의 고액 신청이라는 정황이 겹쳐 있었고, 법원은 그런 경우 “인터넷 대출 신청인이 원고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인증절차를 요구하는 등으로 거래 의심사유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인증의 사슬

이 사건 구조를 한 줄로 보면 대법원이 말한 ‘독립성’이 왜 문제였는지 드러납니다.

  • 위조 신분증으로 알뜰폰 개통 → 휴대폰 인증 수단 확보
  • 위조 신분증 + 알뜰폰으로 계좌 개설 → 기존계좌 활용 인증 수단 확보
  • 그 계좌의 OTP로 공동인증서 발급 → 전자서명 수단 확보
  • 위 세 가지를 모아 대출 신청 → 네 가지 본인확인 통과

즉 금융회사가 확인한 네 가지는 서로 독립된 검증이 아니라, 같은 위조 신분증에서 파생된 결과물이었습니다. 중첩 적용의 취지가 개별 방식의 단점을 서로 보완하는 데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구조에서는 가짓수가 늘어도 보완 효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공동인증서로 전자서명이 됐으면 본인이 한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2020년 6월 9일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으로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공동인증서에는 종전 공인인증서에 인정되던 신원의 진정성과 전자문서 무결성의 추정력이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인인증서로 서명됐으니 본인이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가 된 것이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다257395 판결입니다.

“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한 공인인증서에 의하여 본인임이 확인된 자에 의하여 송신된 전자문서는, 설령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송신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규정된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전자문서의 수신자는 전화 통화나 면담 등의 추가적인 본인확인절차 없이도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이 판결은 현행법 사안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11. 선고 2021가단5243198 판결은 이 점을 정면으로 판시했습니다. “(위 판결)의 법리는 구 전자서명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고, 신 전자서명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다.” 나아가 구 전자서명법이 적용되는 사안이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금융기관 등이 상당한 주의를 하면 성명모용자의 전자서명임을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그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24나57532 판결도 같은 취지입니다. 금융회사는 “공인인증서가 아닌 공동인증서를 통한 본인인증 절차를 기계적으로 거쳤을 뿐”이고, “2020. 6. 9.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으로 도입된 공동인증서는 공인전자서명에 대하여 신원의 진정성과 전자문서의 무결성이 추정, 인정되던 종전 공인인증서와 달리 전자서명에 대하여 서명,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으로서의 효력만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가장 강한 표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나28037 판결에 나옵니다. 법원은 “구 전자서명법에 의한 공인인증서 폐지 이후 등장한 공동인증서에는 본인확인의 기능조차 없는 점,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또한 SMS인증과 공동인증서를 통한 본인확인절차는 ①~⑤ 방식의 필수적 확인방법에 더하여 추가적으로 하도록 권고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금융회사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본인확인조치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분 종전 공인인증서 현행 공동인증서
근거 구 전자서명법상 공인전자서명 2020. 6. 9. 전부개정 전자서명법
신원의 진정성 추정·인정 추정되지 않음
전자문서의 무결성 추정·인정 추정되지 않음
인정되는 효력 위 추정력 포함 서명·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으로서의 효력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서의 지위 권고사항 ⑥ (필수 ①~⑤ 아님)

이 대목은 금융 분쟁을 넘어 확장됩니다. 전자계약을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공동인증서로 서명받았으니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는 전제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실무에 반영해야 합니다. 인증서 서명 외에 서명자가 실제 그 사람이었음을 뒷받침할 별도의 기록—영상 확인, 상반신 사진, 대면 확인 절차, 로그 보존—을 함께 남겨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이 무효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 받나요?

아닙니다.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더라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의4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는 경로가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은 이 경로로 대출금의 50%를 돌려받았고, 2025년 8월 14일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다만 그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24나57532 판결이 택한 ‘계약 자체가 명의자에게 효력이 없다’는 구성이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대법원 2024다236754 사건에서는 계약이 유효하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럴 때 남는 것이 손해배상입니다.

4년에 걸친 다섯 단계

단계 판결 결과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11. 선고 2021가단5243198 판결 대출약정은 유효(효력이 명의자에게 귀속) → 다만 금융회사의 배상책임 50%를 반영해, 채무는 대출금의 50%를 초과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 나머지 청구 기각
항소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나21565 판결 피고 항소 기각
상고심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4다202188 판결 직권 파기환송 — 보험계약대출은 소비대차가 아니어서 채무부존재확인의 이익이 없음
환송 후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나28037 판결 청구취지를 손해배상 2,500만 원으로 교환적 변경 → 전부 인용
재상고심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310331 판결 상고 기각 — 확정

1심은 왜 계약을 유효로 보았나

먼저 오해하기 쉬운 지점을 짚겠습니다. 1심은 명의자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아닙니다. 명의자의 주위적 주장은 “대출약정이 무효”라는 것이었는데, 법원은 이를 배척했습니다.

결정적 이유는 이 거래가 금융실명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보험계약대출이 보험계약과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계약이고, 해약환급금의 선급금 성격이며, 보험계약 자체가 이미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체결됐고, 은행연합회의 금융실명거래 업무해설도 보험거래를 실명거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보험계약대출 거래는 금융실명법의 적용대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판단이 둘로 갈렸습니다. “피고가 전자금융거래법 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서 요구하는 본인확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 본인의 휴대전화를 통한 SMS인증과 이 사건 공동인증서를 통한 본인확인절차를 거친 이상”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해당해 계약의 효력은 명의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입니다. 즉 계약은 유효하고, 본인확인조치 위반은 계약의 효력이 아니라 손해배상의 문제로 따로 처리됐습니다.

이것이 청주지방법원 사건과 갈린 지점입니다. 청주지방법원 사건은 여신업무를 취급하는 금융회사의 신용대출이어서 금융실명법이 적용됐고, 실명확인의무 위반이 곧바로 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근거가 됐습니다.

50%는 상계가 아니라 ‘손해 = 채무’라는 논리입니다

그렇다면 계약이 유효한데 어떻게 채무가 절반으로 줄었을까요. 판결문에는 상계 항변도, 반소도 없습니다. 법원은 대출채무의 존재 자체를 명의자의 손해로 본 다음, 그 손해에 과실상계를 적용했습니다.

연결고리가 되는 판시는 이것입니다. “이 사건 보험계약대출약정의 효력이 원고에게 귀속되는 이상,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는 경우 나중에 보험사고가 발생하거나 보험계약이 해지되어 해약환급금이 발생하면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에서 대출 원리금이 공제되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대출 원리금은 모두 원고의 손해로 귀착된다.”

손해액이 대출원리금 전액으로 정해지자, 남은 것은 책임 제한이었습니다. 법원이 명의자에게 불리하게 본 사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명의자가 “단순히 개인정보를 스스로 제공한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원고의 휴대폰에 원격조정 프로그램인 팀뷰어까지 설치“한 점. 둘째, 약 30년간 직장생활을 한 만 51세로서 보이스피싱 범행이 만연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점. 셋째, 대출 안내 문자가 수신됐고 이를 확인하고도 적시에 조치하지 못한 점입니다. 법원은 이를 종합해 “이 사건 보험계약대출에 따른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대출금액의 5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주문은 그 결과를 채무부존재확인의 형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2021. 4. 24. 보험계약대출약정에 기한 권리의무는 별지 내역표 제2항 기재 상환의무 인정금액을 초과하여서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5,000만 원
유효한 대출채무
(계약 효력 인정)
2,500만 원
금융회사 배상책임
(50% 과실상계 후)
=
2,500만 원
실제로 남는 채무
(청구 5,000만 원 중 절반 기각)

명의자는 5,000만 원 전부의 부존재를 구했다가 절반만 인용받았고, 소송비용의 2분의 1을 부담했습니다. 이기고도 절반만 이긴 사건입니다.

대법원이 1차로 파기한 이유는 본인확인의무 법리가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소송의 형식 때문이었습니다. “보험약관대출금의 경제적 실질은 보험회사가 장차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과 같은 성격이라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이 약관에서 비록 ‘대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이는 일반적인 대출과는 달리 소비대차로서의 법적 성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4다202188 판결).

명의자는 환송 후 원심에서 청구취지를 채무부존재확인에서 손해배상으로 교환적 변경했고, 그 결과 2,500만 원을 인용받았습니다. 대법원은 재상고를 기각하며 “피고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정한 본인확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실무상 새겨둘 점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금융실명법이 적용되지 않는 거래에도 본인확인의무는 있습니다. 보험계약대출은 금융실명법상 ‘금융거래’에 해당하지 않지만, 법원은 “전자금융거래법 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그 목적과 입법취지가 금융실명법의 목적 및 입법취지와는 다르므로 금융실명법에서 정하는 본인확인의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 본인확인의무 또는 통신사기피해방지의무까지 적용되지 않거나 면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소송의 형식 선택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이 사건은 채무부존재확인으로 두 번 이기고도 대법원에서 파기됐다가, 손해배상으로 형식을 바꿔 확정을 받았습니다. 어떤 청구로 갈 것인지는 소 제기 단계에서 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셋째, 과실상계가 남습니다. 손해배상 경로는 계약 무효 경로와 달리 명의자의 과실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이 사건에서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스스로 설치한 사정은 책임을 절반으로 깎는 근거가 됐습니다. 반대로 청주지방법원 사건처럼 계약의 효력 자체가 부정되면 과실상계의 문제가 생기지 않고 채무 전부가 사라집니다.

금융회사의 표현대리 주장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요?

기본대리권이 인정되지 않았고, 정당한 사유도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법리는 대법원이 2025년 6월 다시 정리했습니다.

금융회사는 예비적으로 표현대리를 주장했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제출된 신분증의 사진은 명의자 본인의 것이 맞고, 신분증과 대출약정서에 기재된 주소도 명의자가 현재 거주하는 곳이며, 계좌 개설 시에는 명의자 명의의 다른 은행 계좌를 통해 본인인증이 이루어졌다 — 이는 명의자가 성명불상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본인인증을 해주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대리권 수여 또는 기본대리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성명모용에는 원칙적으로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출발점은 오래된 법리입니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49814 판결은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조 소정의 표현대리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타인의 주민등록증에 자기 사진을 붙여 대출을 받은 사안으로, 사실관계도 이번 회차와 닮아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유추적용되는 범위를 대법원은 2025년에 다시 명확히 했습니다.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 법리가 유추적용된다”(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32526 판결).

같은 판결은 금융회사에 대해 더 무거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금융회사는 금융거래에 있어서 본인 및 대리권의 확인에 관하여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위 대법원 2001다29896 판결 참조)까지 고려하면, 설령 대출모집인이 금융회사와의 위탁관계를 이용해서 타인 명의를 모용하여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금융회사가 그러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더라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판단

기본대리권에 관하여. 청주지방법원은 명의자가 성명불상자에게 인적사항이나 개인정보를 제공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이상, 금융회사가 든 사유만으로 표현대리가 성립할 기본대리권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당한 사유에 관하여. 법원은 세 가지를 종합했습니다. 첫째, 성명불상자가 명의자의 주민등록증을 여러 개 위조하여 휴대전화 개통·계좌 개설·여러 건의 대출 신청에 사용한 점. 둘째, 금융회사가 공인인증서가 아닌 공동인증서를 통한 본인인증 절차를 기계적으로 거쳤을 뿐인 점. 셋째, 그 과정에서 본인확인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입니다.

정리하면, 본인확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표현대리의 ‘정당한 사유’까지 함께 무너뜨립니다. 금융회사로서는 두 방어선이 사실상 하나로 묶여 있는 셈입니다.

명의도용 피해를 알게 되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피해 확산을 끊는 조치와 증거를 남기는 조치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이 사건의 명의자는 피해를 인지한 당일 알뜰폰을 해지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 신고 기록이 이후 소송에서 사실관계의 뼈대가 됐습니다.

① 도용된 접근수단을 즉시 끊습니다

명의도용으로 개통된 휴대전화, 개설된 계좌, 발급된 인증서를 확인해 해지·폐기합니다. 이 사건에서 대출이 가능했던 이유는 휴대전화·계좌·인증서가 하나로 연결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고리를 끊으면 그 위에 쌓인 인증이 함께 무력화됩니다.

② 경찰에 신고하고 접수증을 확보합니다

범인이 잡히지 않아도 신고 자체가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6개월 뒤 미제사건 등록을 통지했지만, 명의자는 그 통지를 포함한 수사 기록으로 ‘본인이 신청한 대출이 아니다’라는 사실관계를 뒷받침했습니다.

③ 전체 피해 범위를 확인합니다

명의도용은 한 건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세 곳에서 대출이 실행됐습니다.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통신사 명의도용 조회 등으로 본인 명의의 계좌·휴대전화·대출 내역을 전수 점검합니다.

④ 금융회사에 이의를 제기하되, 채무를 인정하는 행위는 피합니다

일부라도 변제하거나 상환 유예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채무 승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행위는 신중해야 합니다. 다툴 사안이라면 처음부터 ‘본인이 체결한 계약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문서로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⑤ 청구의 형식을 정하고 소를 제기합니다

앞서 본 것처럼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채무부존재확인과, 계약의 효력은 인정하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의4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입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금융회사가 실제로 어떤 인증을 거쳤는지, 거래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두 번째 경로는 과실상계로 전액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⑥ 상대방의 인증 내역을 문서로 확보합니다

소송에서는 금융회사가 어떤 본인확인 절차를 어떻게 거쳤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과 통신사 사실조회로 상대방의 인증 내역과 제출된 신분증 사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청주지방법원 사건에서도 제1심 법원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결과와 통신사 사실조회 결과가 인정 근거로 쓰였습니다.

명의도용 사건의 승패는 대체로 ‘내가 하지 않았다’의 증명이 아니라 ‘상대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의 증명에서 갈립니다.

금융회사와 기업은 무엇을 보강해야 하나요?

판결들이 지적한 지점이 그대로 점검표가 됩니다. 핵심은 인증 방식의 개수가 아니라, 각 방식이 서로 독립적으로 검증 기능을 하는지입니다.

① 서로 독립된 검증인지 확인합니다

대법원 2024다236754 판결의 표현대로 “서로 독립적인 인증수단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분증 사본과 기존계좌가 모두 같은 위조 신분증에서 파생됐다면 보완 효과는 없습니다. 각 확인 수단의 출처가 갈리는지를 설계 단계에서 점검해야 합니다.

② 필수 방식 ①~⑤를 두 가지 이상 실제로 이행합니다

SMS 인증과 공동인증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둘 다 권고사항 ⑥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24다310331 사건의 금융회사가 진 이유가 정확히 이것이었습니다.

③ 원본 촬영을 담보하는 절차를 둡니다

신분증을 든 상반신 사진, 실시간 촬영 강제, 영상통화 중 하나 이상을 조건부로라도 운영해야 합니다. 2024년 3월 1일 개정으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이 영상통화를 대체할 수 있게 됐으므로, 운영 부담을 이유로 미룰 근거는 줄었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이 “이러한 조치가 기술적으로 어렵지도 않다”고 적은 점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④ 진위확인 시스템이 보지 않는 항목을 사람이 봅니다

정부24 진위확인은 성명·주민등록번호·발급일자만 봅니다. 사진, 주소, 행정구역명의 시점 정합성, 직인은 확인 대상이 아닙니다. 이 항목들에 대한 별도의 검증 절차가 없다면 위조물은 그대로 통과합니다.

⑤ 거래 의심사유가 있으면 추가 인증을 요구합니다

거래실적이 없는 신규 고객, 개설 직후의 계좌, 주말·야간의 인증서 발급과 고액 신청이 겹치면 그 자체가 의심 정황입니다. 법원은 주말 거래에 대해 본인확인의무가 “한층 더 강화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⑥ 금융실명법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점검합니다

보험계약대출처럼 금융실명법상 금융거래가 아닌 상품이라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본인확인의무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 상품은 금융실명법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절차를 낮추면 손해배상책임이 남습니다.

⑦ 전자서명의 증명력 전제를 다시 확인합니다

공동인증서에는 신원 진정성·무결성의 추정력이 없습니다. 전자계약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인증서 서명 외에 서명자의 동일성을 뒷받침할 기록을 함께 확보하도록 절차를 정비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명의를 도용당해 제 이름으로 대출이 실행됐습니다. 갚아야 하나요?

A. 금융회사가 본인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갚지 않아도 됩니다. 청주지방법원 2025. 12. 4. 선고 2024나57532 판결은 성명불상자가 위조 주민등록증으로 명의를 도용해 체결한 3,000만 원 비대면 대출에 대해 대출금과 이자 채무의 부존재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금융회사가 절차를 제대로 거친 경우에는 계약이 유효하다고 본 사례도 있으므로(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36754 판결), 상대방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Q. 범인을 잡지 못했는데도 소송에서 이길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이 사건에서 경찰은 2023년 10월 피의자를 특정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였다며 관리미제사건으로 등록했지만, 명의자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민사에서 다투는 것은 범인의 처벌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상당한 주의를 다했는지 여부이기 때문입니다.

Q. 대법원이 같은 날 정반대 판결을 냈다는데 어느 쪽이 맞나요?

A. 두 판결 모두 유효한 선례이며 법리가 충돌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36754 판결은 금융회사가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기존계좌 인증·휴대전화 인증·공동인증서 인증·신용정보 조회 등 복수의 독립적 인증수단을 거친 사안이어서 계약이 유효하다고 보았고, 같은 날 선고된 2024다310331 판결은 SMS 인증과 공동인증서 인증만 거친 사안이어서 본인확인조치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결론을 가른 것은 법리가 아니라 이행 내용입니다.

Q. 금융회사가 본인확인 절차를 여러 번 거쳤다고 하는데, 그래도 다툴 수 있나요?

A. 가짓수를 채운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비대면 거래에서 본인확인절차의 적절한 이행 여부는 한 가지 인증수단만을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서로 독립적인 인증수단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데”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36754 판결). 인증수단이 모두 같은 위조 신분증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서로 보완하는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Q. 위조 신분증이 진위확인을 통과했는데도 금융회사에 책임이 있나요?

A. 있을 수 있습니다. 정부24의 주민등록증 진위확인은 성명·주민등록번호·발급일자만으로 판정하므로 사진과 주소가 위조돼 있어도 통과합니다. 청주지방법원 2024나57532 판결은 제출된 사본의 사진이 진정한 주민등록증의 사진과 뚜렷이 다르고 위조된 형태와 내용에 비추어 진위 판별이 도저히 불가능하였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진위확인을 통과했다는 사정만으로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Q. 신분증 사본만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왜 얼굴 확인이 필요한가요?

A.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은 대면거래에서 창구에 신분증을 제출하는 것을 대체하는 방식이므로, 고객이 원본을 소지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방법이 필요합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3. 9. 20. 선고 2022가단6453 판결). 실제로 얼굴 사진을 실시간 촬영해 신분증 사진과 안면인식으로 대조한 금융회사는 적절한 이행으로 인정받았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6. 2. 27. 선고 2024가단137991 판결). 2024년 3월 1일 개정으로 실시간 원격 얼굴인식이 영상통화를 대체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1원 입금’ 인증은 본인확인으로 인정되지 않나요?

A. 인정되는 방식이지만 이 사건에서는 기능하지 못했습니다. 해당 계좌가 대출 이틀 전 같은 성명불상자가 명의를 모용해 개설한 계좌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쟁점은 판단이 갈립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4. 6. 14. 선고 2023나43126 판결은 “그 문언상 ‘기존 계좌’는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신청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계좌를 의미하고”라고 보아 개설 시점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이 결론을 달리한 것은 거래실적 부재, 주말 인증서 발급, 고액 신청 등 의심 정황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Q. 공동인증서로 전자서명이 됐다면 제가 서명한 것으로 추정되나요?

A. 추정되지 않습니다. 2020년 6월 9일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으로 도입된 공동인증서는, 신원의 진정성과 전자문서의 무결성이 추정·인정되던 종전 공인인증서와 달리 전자서명에 대하여 서명,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으로서의 효력만 인정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나28037 판결은 “공인인증서 폐지 이후 등장한 공동인증서에는 본인확인의 기능조차 없는 점”이라고까지 판시했습니다.

Q. 공인인증서에 관한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이제 쓸 수 없나요?

A. 현행법이 적용되는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다257395 판결은 공인인증서로 본인임이 확인된 자가 송신한 전자문서는 추가적인 본인확인절차 없이도 작성자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11. 선고 2021가단5243198 판결은 “…의 법리는 구 전자서명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고, 신 전자서명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Q. 계약이 무효로 인정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나요?

A. 손해배상 경로가 있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의4 제2항은 본인확인조치를 하지 않아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금융회사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정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나28037 판결은 대출금 5,000만 원의 50%인 2,500만 원의 배상을 명했고,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310331 판결로 확정됐습니다. 다만 과실상계로 전액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Q. 계약의 효력이 명의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은 계약이 유효하다는 뜻인가요?

A. 그렇습니다. 명의자가 대출채무를 진다는 의미이고, 계약이 무효라는 주위적 주장은 배척된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11. 선고 2021가단5243198 판결은 보험계약대출이 금융실명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금융회사가 본인확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더라도 SMS 인증과 공동인증서 인증을 거친 이상 전자문서법 제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효력이 명의자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본인확인조치 위반은 계약의 효력이 아니라 손해배상의 문제로 따로 처리됐습니다.

Q. 계약이 유효한데 채무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은 상계 때문인가요?

A. 상계 항변이나 반소가 아닙니다. 법원은 계약의 효력이 명의자에게 귀속되는 이상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나중에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에서 대출 원리금이 공제되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대출 원리금은 모두 원고의 손해로 귀착된다”고 보아, 대출채무의 존재 자체를 손해로 파악했습니다. 그 손해에 과실상계를 적용해 금융회사 책임을 50%로 제한한 뒤, 결과를 채무부존재확인의 형식으로 주문에 표시한 것입니다. 명의자는 5,000만 원 전부의 부존재를 구했다가 절반만 인용받고 소송비용의 2분의 1을 부담했습니다.

Q. 금융회사가 표현대리를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성명모용에는 원칙적으로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성명을 모용해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현대리가 성립될 수 없다고 보아 왔고(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49814 판결), 유추적용은 모용자에게 기본대리권이 있고 상대방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32526 판결). 같은 판결은 금융회사에 본인 및 대리권 확인에 관하여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Q. 명의도용 피해를 알게 되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A. 도용된 휴대전화·계좌·인증서를 즉시 해지해 인증의 연결고리를 끊고, 경찰에 신고해 기록을 남기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어 본인 명의의 계좌·휴대전화·대출 내역을 전수 점검해 피해 범위를 확인하고, 채무를 승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는 피합니다. 소송에서는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과 통신사 사실조회로 상대방의 인증 내역과 제출된 신분증 사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채무부존재확인과 손해배상 중 어느 청구로 갈 것인지를 소 제기 단계에서 정해야 합니다.

비대면 금융거래 분쟁의 결론은 ‘절차를 몇 개 거쳤는가’가 아니라 ‘그 절차가 실제로 무엇을 확인했는가’에서 갈립니다. 대법원이 같은 날 정반대 결론을 낸 것도 그 때문입니다. 명의를 도용당한 분이라면 상대 금융회사가 어떤 확인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문서로 특정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박소영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아틀라스

박소영 | 대표변호사
가사, 상속, 건설·부동산 분쟁 전문 변호사
사법연수원 33기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법무법인 아틀라스 | 인천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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