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낙찰 시 임대인 지위승계와 임차인의 이의권
경매로 집이 넘어간 임차인이 놓친 세 가지
목차
1.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은 누구에게 받나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증금을 누구에게 청구해야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지급받은 사람은 종전 임대인이지만, 법이 반환의무자로 정한 사람은 그 집을 낙찰받은 사람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주택의 소유자가 바뀌면 새 소유자가 임대인의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는다고 정합니다.
임차주택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대법원은 이 조항을 법률상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사자의 합의나 임차인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는 법률상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아야 하므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그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한다. 그 결과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핵심은 면책적이라는 말입니다. 낙찰자가 채무를 넘겨받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전 임대인의 채무가 그 순간 사라집니다. 임차인이 어떤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도, 심지어 소유권이 넘어간 사실을 알지 못해도 그렇게 됩니다.
보통은 이 구조가 임차인에게 유리합니다. 종전 임대인은 이미 경매를 당한 사람이라 재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낙찰자는 방금 그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이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낙찰가가 보증금에 크게 미치지 못할 때 생깁니다.
2. 종전 집주인에게 받을 길이 아예 없나요?
있습니다. 판례는 조문에 없는 이의권을 인정해 왔습니다. 임차인이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종전 임대인의 채무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법리입니다.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임대차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다만 이 판결은 매매에 의한 임의양도 사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오랫동안 “경매 낙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되는가”라는 의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의문을 다룬 것이 아래의 2021다251929 사건입니다. 1심은 이 점을 명시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와 같은 법리는 경매로 인하여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 10. 16. 선고 2020가단203656 판결
대법원도 이 부분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경매에는 이의권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는 대신, 2001다64615의 법리를 그대로 설시한 뒤 그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만 심리했습니다. 경매 낙찰의 경우에도 이의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전제입니다. 다만 그 요건은 엄격합니다.
3. 1심과 2심은 왜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었나요?
사건의 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이가 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합니다.
| 시점 | 일어난 일 |
|---|---|
| 2015. 2. 24. | 보증금 1억 8,000만 원, 기간 2015. 4. 30.~2017. 4. 30.으로 임대차계약 체결 |
| 2015. 4. 30. | 인도받아 전입신고, 확정일자 —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확보 |
| 2017. 5. 1. | 임대차계약 묵시적 갱신 |
| 2017. 9. 5. | 강제경매절차 개시 |
| 2018. 3.경 | 최초 매각기일 — 감정가 2억 3,400만 원 |
| 2019. 2. 9. | 임차인이 종전 임대인에게 전화로 해지 통지, 4월 말 이후 퇴거 계획을 밝히며 보증금 해결 요구 |
| 2019. 11. 6. | 수차례 유찰·재매각 끝에 3,119만 원에 낙찰 (등기는 11. 11.) |
| 2020. 1. 21. | 임차인이 종전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 (낙찰자를 공동수신인으로) |
| 2020. 2. 11. | 낙찰자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받음 (2. 18. 등기) |
| 2020. 2. 12. | 종전 임대인을 주위적 피고, 낙찰자를 예비적 피고로 하여 소 제기 |
감정가의 13퍼센트에 팔렸습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미배당 보증금은 매수인이 인수하는 부담이고 그 부담이 매각가격을 끌어내리기 때문에, 이런 물건은 유찰이 반복되다가 감정가를 크게 밑도는 금액에 낙찰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1심은 임차인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묵시적 갱신 후의 해지 통지는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기므로(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제2항) 임대차는 2019. 5. 9.경 종료되었고, 낙찰일인 2019. 11. 6.부터 계산하더라도 2020. 2. 12.자 소 제기는 상당한 기간 내의 이의라고 보았습니다.
2심도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특히 종전 임대인의 태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이후 피고 B은 임차인인 원고에게 별다른 임대차보증금 반환 방안이나 일정을 밝힌 바 없음은 물론 이 사건 부동산 경매절차의 최종 결과조차도 제대로 알리지 아니한 사실 (…) 원고로서는 자체적으로 그 최종 결과를 확인하고 피고들 사이에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수원지방법원 2021. 6. 24. 선고 2020나92045 판결
임차권등기명령에 대해서도 2심은 “이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예비적 조치“라고 평가하며 임차인 편에 섰습니다. 두 번의 재판에서 임차인이 이겼습니다.
4. 대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뒤집었나요?
대법원은 세 가지를 들어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세 가지 모두 임차인 자신의 행동이므로, 실무에서 그대로 주의사항이 됩니다.
① 낙찰 전에 한 해지 통고는 이의가 아니다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의제되고, 위 해지 의사표시는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사정만으로 원고가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해지와 이의는 다릅니다. 해지는 계약을 끝내겠다는 뜻이고, 이의는 새 소유자를 임대인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아직 낙찰자가 정해지지도 않은 시점에는 받아들일 대상 자체가 없으므로 이의가 성립할 여지가 없습니다. 게다가 해지를 해도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는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되므로, 해지만으로는 승계를 막지 못합니다.
②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승계를 전제로 한 행동이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원고는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 이는 원고가 대항력을 행사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는 최고가매수인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원고가 종전 임대인인 주위적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한 것과 모순된다.
—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이 부분이 실무상 가장 중요합니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함께 가진 임차인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행사할 수 있는데, 배당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우선변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항력을 유지하여 낙찰자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하겠다는 선택입니다. 대법원은 이 선택과 종전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 요구가 서로 모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③ 낙찰자를 상대로 한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승계를 전제로 한 행동이다
원고는 (…) 예비적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였다.
— 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2심은 이 신청을 이의 주장이 배척될 경우에 대비한 예비적 조치로 평가했으나, 대법원은 승계를 전제로 한 행동으로 판단했습니다. 낙찰자가 임대인이 아니라면 그를 상대로 임차권등기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면, 이 사건에서 임차인은 종전 임대인과 낙찰자 양쪽 모두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이라는 형식을 택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오는 행동 하나하나가 “승계를 전제로 한 행동”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이 판결이 보여줍니다.
대법원은 원심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환송 후의 결론은 공간(公刊)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5. 그러면 이의는 언제 인정되나요?
실제로 이의가 인정된 하급심 판결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매매에 의한 임의양도 사안이었고, 임대인이 양도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임차인이 그 사실을 안 때로부터 열흘 안에 이의했습니다.
| 판결 | 임차인이 안 시점 → 이의한 시점 | 결과 |
|---|---|---|
|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3. 7. 12. 선고 2023가단66286 판결 | 2023. 3. 2. 은행 담당자로부터 통보 → 3. 7. 소 제기 (5일) | 이의 인정, 보증금 1억 2,400만 원 |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4. 11. 26. 선고 2023가단178616 판결 | 2023. 6. 25. 제3자로부터 전해 들음 → 7. 4. 내용증명 (9일) | 이의 인정, 보증금 1억 3,000만 원 |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8. 28. 선고 2023가단154043 판결 (항소심 서울북부지방법원 2025. 6. 5. 선고 2024나39432 판결로 유지) |
임대인이 소유권 이전을 알린 적 없음 → 소장 송달로 이의 | 이의 인정, 보증금 1억 5,000만 원 |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은 이의가 인정되는 국면을 넓게 보았습니다. 상대방이 “임대차가 종료된 상태에서 양도된 예외적 경우”에만 이의가 가능하고 계약 존속 중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에는 안 된다고 다투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나 임대차계약이 임대인과 임차인 상호간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계속적 계약관계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 등에 비추어, 위 대법원 2021다251929 판결의 법리를 이와 같이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4. 11. 26. 선고 2023가단178616 판결
반대로 이의가 부정된 최근 사례도 분명합니다. 임차인이 소유권 이전 사실을 알고도 이의 의사표시를 한 적이 없고, 낙찰자가 아닌 양수인이 취득한 때로부터 약 2년 4개월이 지나서야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항소심은 1심을 취소하고 종전 임대인의 책임을 부정했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4. 9. 27. 선고 2024나40056 판결).
정리하면 이의의 인정 여부는 기간보다 임차인 행동의 일관성에 좌우됩니다. 임대인이 알리지 않아 늦게 알았다는 사정은 “안 때”의 기산점을 늦추는 요소가 되지만, 새 소유자를 임대인으로 대하는 행동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행동을 근거로 이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6. 배당요구는 해야 하나요, 하지 말아야 하나요?
종전 임대인에게 청구할 생각이라면 배당요구를 해야 합니다. 다만 배당요구를 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이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둘을 혼동하면 안 됩니다.
먼저 배당요구는 그 자체로 임대차를 끝내겠다는 의사표시로 평가됩니다.
임대차의 목적물인 주택이 경매되는 경우에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지 아니하였음에도 경매법원에 배당요구를 하는 것은, 스스로 더 이상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원하지 아니함을 명백히 표명하는 것이어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임대차해지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고 (…)
— 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37646 판결
그런데 배당요구를 하더라도 승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배당으로 다 받지 못한 잔액에 관하여는 여전히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낙찰자는 임대차가 종료된 상태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합니다.
보증금 중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을 수 있었던 금액을 공제한 잔액에 관하여 경락인에게 대항하여 이를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며 (…)
— 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53628 판결
위 두 판결과 2021다251929를 함께 놓고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낙찰자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하려는 것으로 평가되어, 종전 임대인에 대한 청구와 모순된다는 판단을 받게 됩니다.
- 배당요구를 하면 그 모순은 사라지지만, 배당요구만으로는 승계가 배제되지 않으므로 이의는 따로, 명시적으로 해야 합니다.
즉 배당요구는 이의의 전제 조건이지 이의 그 자체가 아닙니다.
7. 이의가 인정되면 그 집에서 나가야 하나요?
나가야 합니다. 이의에는 점유권원의 상실이라는 대가가 따르므로, 이 점을 확인하지 않고 이의부터 하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이의의 효과는 판례의 표현 그대로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임대차관계가 낙찰자에게 승계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임차인은 낙찰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낙찰자는 인도명령이나 명도소송으로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의하지 않으면, 배당요구를 했더라도 미배당 잔액을 반환받을 때까지 낙찰자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53628 판결). 사실상 그 집에 계속 살면서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판단 기준은 낙찰자의 자력과 종전 임대인의 자력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낙찰자는 해당 부동산이라는 책임재산을 보유하고 있고 임차인은 그에 대해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반면, 종전 임대인은 이미 경매를 당한 채무자입니다.
앞의 사건 금액을 대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낙찰자는 3,119만 원을 지급하고 1억 8,000만 원의 인수부담을 부담했습니다. 임차인의 이의가 인정되면 그 인수부담은 소멸하여 낙찰자는 3,119만 원만 지급하고 부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고, 임차인에게는 이미 무자력이 된 종전 임대인에 대한 채권만 남습니다.
제3자가 낙찰받은 사안에서 이의권 행사가 실익을 갖는 것은 낙찰자가 무자력이거나, 잔액 인수부담이 낙찰자에게서 회수 불가능한 예외적 상황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이의하지 않고 낙찰자에게 대항하는 편이 낫습니다.
8. 이의 말고 다른 길은 없나요?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3년에 다른 경로를 확인했습니다. 대항력을 잃으면 승계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라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임차인의 경우 임차주택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었더라도 임대인이 임차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다276914 판결
그 사건의 임차인은 보증금 1억 8,500만 원으로 임차하면서 전세권설정등기도 함께 마쳤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전세권을 실행해 경매를 신청했습니다. 경매절차의 현황조사가 끝난 뒤 다른 곳으로 전입신고를 하여 전출했고, 그 후 제3자가 낙찰받았습니다. 임차인은 전세권자로서 9,554만 원가량을 배당받고 나머지를 종전 임대인에게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이를 신의칙 위반으로 보아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은 파기했습니다.
원고가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현황조사를 마친 후 전출함으로써 대항력을 상실하고 피고에게 남은 임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다276914 판결
환송 후 대구지방법원은 항소를 기각하고 종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80,089,622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나313553 판결). 임차인이 실제로 돈을 받는 결론에 이른 사건입니다.
다만 이 경로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건의 임차인은 전세권설정등기라는 별도의 물권을 확보해 두었기 때문에 대항력을 잃고도 전세권자로서 배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대비 없이 전출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함께 잃어 배당조차 받지 못하는 무담보 채권자가 됩니다. 전세권설정등기나 임차권등기 등 배당받을 지위를 먼저 확보했는지, 그 지위가 전출 후에도 유지되는지를 반드시 따져야 합니다.
9. 실무에서는 무엇을 언제 해야 하나요?
지금까지의 판결들을 시간순으로 옮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종전 임대인에게 청구할 생각이 있다면, 배당요구종기 전에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 시점 | 해야 할 일 | 근거 |
|---|---|---|
| 경매개시 직후 |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지, 배당을 받고 나갈지 방향을 먼저 정한다 | 대법원 96다53628 |
| 배당요구종기까지 | 종전 임대인에게 청구할 생각이면 배당요구를 한다 | 대법원 94다37646, 2021다251929 |
| 매각허가결정·대금납부를 안 즉시 | 낙찰자와 종전 임대인 양쪽에 내용증명으로, 승계에 이의하며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시한다 | 대법원 2001다64615, 2021다251929 |
| 그 이후 계속 | 낙찰자를 임대인으로 대하는 행동을 일절 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21다251929 |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판결문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 낙찰 전에 해지 통고를 해두고 그것으로 이의를 갈음하려 하는 것
-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채 종전 임대인에게 청구하는 것
- 낙찰자를 피신청인으로 하여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것
- 낙찰자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종전 임대인에게도 요구하는 것
마지막으로, 이의를 할 것인지 자체가 판단의 대상입니다. 이의가 인정되면 낙찰자에 대한 점유권원을 잃는다는 점(제7항)과, 낙찰자와 종전 임대인 중 어느 쪽에서 회수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이의가 있었는지는 사후에 임차인의 행동 전체를 놓고 판단되므로, 순서를 바꾸어 진행하면 나중에 바로잡기 어렵습니다.
10. 자주 묻는 질문
Q.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은 낙찰자에게 청구해야 하나요, 종전 집주인에게 청구해야 하나요?
원칙은 낙찰자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고, 대법원은 이를 법률상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아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하여 보증금 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다만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승계에 이의를 제기하면 종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Q. 경매로 낙찰된 경우에도 승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나요?
가능하다는 것이 판례의 전제입니다. 대법원은 강제경매절차에서 제3자가 낙찰받은 사안에서 경매에는 이의권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지 않고, 2001다64615의 법리를 그대로 설시한 뒤 그 요건이 충족되었는지만을 심리했습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1심도 이와 같은 법리는 경매로 인하여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는 이 사건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명시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 10. 16. 선고 2020가단203656 판결). 다만 그 사건에서 이의는 결국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Q. 낙찰되기 전에 집주인에게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해 두면 이의를 한 것이 되나요?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의제되고, 해지 의사표시가 경매절차에서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사정만으로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승계에 대한 이의는 승계가 일어난 뒤, 즉 매각대금 납부 사실을 안 뒤에 별도로 해야 합니다.
Q. 배당요구는 하는 것이 유리한가요,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가요?
종전 임대인에게 청구할 생각이라면 배당요구를 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배당요구를 하는 것은 스스로 더 이상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원하지 않음을 명백히 표명하는 것이어서 임대차해지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고 했고(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37646 판결), 반대로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최고가매수인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다만 배당요구만으로 승계 이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당요구를 하더라도 미배당 잔액에 관하여는 경락인에게 대항할 수 있고 경락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53628 판결).
Q. 낙찰자를 상대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왜 불리해지나요?
승계를 인정한 행동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낙찰자가 자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점을 이의를 부정하는 근거의 하나로 들었습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다251929 판결). 종전 임대인에게 청구하면서 동시에 낙찰자에게도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동은 그 자체로 모순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이의가 인정되면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나요?
살 수 없습니다. 이의의 효과는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임차인은 낙찰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어 인도의무를 집니다. 반대로 이의하지 않으면 배당요구를 했더라도 미배당 잔액을 반환받을 때까지 낙찰자에게 임대차관계의 존속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다53628 판결). 따라서 이의는 낙찰자의 자력과 종전 임대인의 자력을 비교한 뒤에 결정할 문제입니다.
Q. 이의 말고 종전 집주인에게 청구할 다른 방법은 없나요?
대항력을 잃으면 승계 자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은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고 있는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대항력을 갖추지 못한 임차인의 경우 임차주택이 이전되었더라도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면서, 경매절차에서 현황조사를 마친 뒤 전출하여 대항력을 상실하고 종전 임대인에게 잔여 보증금을 청구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다276914 판결). 다만 그 사건 임차인은 전세권설정등기를 따로 해두어 전세권자로 배당을 받았습니다. 아무런 대비 없이 전출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함께 잃으므로 그대로 따라 하면 안 됩니다.
이 글은 공개된 대법원 판결과 하급심 판결, 그리고 현행 법령을 토대로 일반적인 법리를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에서 인용한 하급심 판결들은 공개된 자료로 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며, 대법원 2021다251929 판결의 환송 후 결론 역시 공간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대항력 취득 시기, 배당요구 여부와 그 시점, 이의 의사표시의 내용과 도달 시점, 낙찰자와 종전 임대인의 자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