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된 부동산을 임차할 때 보증금은 누구에게 받나요?
보증금은 누구에게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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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조건이 좋은 상가나 오피스텔을 계약하려고 등기부를 떼어 보니, 소유자란에 낯선 ‘○○신탁 주식회사’가 적혀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원래 사장님이 계속 운영하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그 말만 믿고 계약했다가, 몇 년 뒤 건물이 공매로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적지 않습니다.
신탁 부동산 임대차는 “누구와 계약했는가”와 “신탁이 언제 설정되었는가”에 따라 임차인의 운명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2025년 대법원은 종전의 흐름을 뒤집는 듯한 판단을 내놓아 실무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법무법인 아틀라스의 부동산 분쟁팀이 신탁 부동산 임대차의 핵심 쟁점을 판례를 따라 정리했습니다.
1. 신탁된 부동산은 누구의 소유이고, 임대차는 누구와 맺어야 하나요?
부동산이 신탁되면 등기부상 소유권은 수탁자(신탁회사)에게 완전히 이전됩니다. 수탁자만이 배타적인 처분·관리권을 가지므로, 임대차계약은 원칙적으로 수탁자와 체결해야 합니다.
신탁법상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권을 이전하여 신탁 목적에 따라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입니다(신탁법 제1조). 부동산 신탁에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에게 유보되지 않습니다.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재산을 관리해야 하는 제한을 부담할 뿐입니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그 결과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수탁자만이 배타적인 처분·관리권을 가지며, 임대권한 역시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수탁자에게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44886 판결). 임차인 입장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등기부상 소유자인 수탁자와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2. 위탁자(원래 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해도 괜찮나요?
담보신탁 실무에서는 신탁계약에 “위탁자가 수탁자의 사전 승낙을 받아 위탁자 명의로 임대한다”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위탁자는 수탁자의 사전 동의를 조건으로 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집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되는 임대차는 반드시 소유자인 임대인과 체결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적법한 임대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체결한 경우도 포함됩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44886 판결). 따라서 신탁계약상 위탁자가 수탁자의 사전 승낙을 받아 임대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고, 위탁자가 실제로 그 동의를 받아 임대했다면 그 임대차는 유효합니다.
핵심은 ‘수탁자의 사전 동의’가 실제로 있었는지입니다. 위탁자와 계약하는 임차인이라면 신탁계약서상 임대 관련 조항과 함께, 수탁자가 발급한 임대차 동의서(또는 임대차 확인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임대차 체결 방식 | 수탁자 동의 | 임차인의 지위 |
|---|---|---|
| 수탁자와 직접 체결 | 해당 없음 | 가장 안전 — 수탁자가 임대인 |
| 위탁자 명의 + 수탁자 사전 동의 | 있음 | 적법한 임대권한, 임대차 유효 |
| 위탁자 명의 + 동의 없음 | 없음 | 수탁자에게 효력 없음 — 보증금 위험 |
3. 수탁자 동의 없이 체결한 임대차는 어떻게 되나요?
신탁계약이 수탁자의 사전 승낙을 요구하는데 위탁자가 동의 없이 임의로 임대차를 체결하면, 그 임대차는 수탁자에게 효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신탁원부에 그 내용이 공시된 경우 임차인은 대항하지 못해 보증금을 잃을 위험이 큽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위험이 분명합니다. 신탁계약 특약에 “수탁자와 우선수익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효력을 주장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이를 신탁원부로 공시한 사안에서, 법원은 동의를 받지 못한 임대차는 효력이 없다고 보아 소액임차인의 배당까지 부정했습니다(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9. 11. 6. 선고 2018가단28265 판결). 임차인들이 “오랫동안 점유했는데 아무 이의가 없었다”며 묵시적 동의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구제의 여지는 있습니다. 위탁자가 동의 없이 임대차를 체결했더라도, 그 후 위탁자가 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회복하면 그 시점부터 임대차에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44886 판결). 이 경우 임차인이 그전에 인도와 주민등록을 갖추고 있었다면, 소유권 회복 즉시 대항력을 취득해 이후의 근저당권자나 매수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습니다.
4. 신탁회사(수탁자)는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나요?
임대차 계약 체결 후 임대인(위탁자)가 임대차 목적물을 담보 목적으로 신탁한 경우에도 수탁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상가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보는데(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여기서 양수인은 임대할 권리를 종국적·확정적으로 이전받는 자를 포함합니다. 신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면 수탁자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며, 이는 그 신탁이 채권담보 목적의 담보신탁이라거나, 실질적으로 위탁자가 임대차 업무를 수행하고 수탁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보지 않습니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문제는 신탁계약에서 “임대인 지위와 보증금반환채무를 위탁자에게 남겨 둔다”는 특약을 두고 이를 신탁원부에 기재하는 경우입니다. 이 특약이 임차인에게도 효력이 있는지가 바로 다음에서 볼 핵심 쟁점입니다.
5. 신탁원부에 ‘보증금은 위탁자가 반환한다’고 적혀 있으면 임차인이 불리한가요?
적용되는 신탁법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2012. 7. 26. 전에 설정된 신탁(구 신탁법)에서는 그 기재가 임차인에게 대항력이 있어, 임차인은 위탁자에게만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구 신탁법이 적용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의 사전 승낙 아래 위탁자 명의로 임대하고, 보증금반환채무는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약정하고 이를 신탁원부에 기재했다면, 그 약정으로 임차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결과 임차인은 임대인인 위탁자에게만 보증금 반환을 구할 수 있을 뿐 수탁자에게는 청구할 수 없고, 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공매 취득자)도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300101 판결).
이 법리에 따르면 임차인은 신탁회사라는 든든한 상대가 아니라, 이미 자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은 위탁자에게만 보증금을 청구해야 하는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입니다. 그런데 2025년, 현행 신탁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대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6. 왜 2022년 판결과 2025년 판결의 결론이 다른가요?
적용 법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행 신탁법(2011. 7. 25. 전부개정, 2012. 7. 26. 시행)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에서는,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더라도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현행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신탁의 등기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의 취지가 신탁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독립한 신탁재산을 구성한다는 사실만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신탁계약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등기기록의 일부가 되더라도,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
이 사건에서 신탁원부에는 “임대차계약은 신탁 후에도 유효하고, 임료는 위탁자가 수납하며, 보증금반환채무는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사항은 신탁재산 구성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위탁자가 임대인 지위를 상실했는지를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같은 취지의 판단이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2022년 판결(2019다300095)을 정면으로 언급하며, 그 판결은 구 신탁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관한 것이어서 현행 신탁법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명시했다는 것입니다. 즉 두 판결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적용 법률이 다른 별개의 사안입니다.
| 구분 |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 | 현행 신탁법 제4조 제1항 |
|---|---|---|
| 적용 신탁 | 2012. 7. 25. 이전 설정 | 2012. 7. 26. 이후 설정 |
| 신탁원부 기재의 대항 범위 | 신탁 조항 전반에 대항력 인정 |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만 |
| “보증금은 위탁자 부담” 기재 | 임차인에게 대항 가능 | 임차인에게 대항 불가 |
| 대표 판례 | 2019다300095, 2023다310648 | 2023다296643, 2022다233164 |
참고로 관리비 부담 주체에 관한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310648 판결은 결론적으로 “신탁원부 기재로 수탁자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이 역시 구 신탁법이 적용된 사안이었습니다. 현행 신탁법이 적용되는 사안이라면 위 2025. 3. 13. 판결의 법리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2022년 판결과 2025년 판결 사이에는 법리적 긴장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용 법률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현재 신규로 설정되는 신탁은 모두 현행 신탁법이 적용되므로, 실무에서는 최신 판례인 2025. 3. 13. 판결의 법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7. 그렇다면 임차인은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신탁 부동산을 임차하기 전, 등기사항증명서와 신탁원부를 함께 확인하고, 임대인의 임대권한과 보증금 반환 주체, 신탁 설정 시점을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임차인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등기부와 신탁원부 동시 확인 — 등기사항증명서상 소유자가 신탁회사이면 반드시 신탁원부까지 열람합니다. 신탁원부는 등기기록의 일부로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 임대권한 확인 — 임대인이 수탁자인지, 위탁자라면 수탁자의 사전 동의서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동의 없는 위탁자와의 계약은 보증금을 잃을 위험이 큽니다.
- 보증금 반환 주체와 신탁 설정일 — 신탁원부에 보증금반환채무 귀속에 관한 특약이 있는지, 신탁이 2012. 7. 26. 이후 설정되었는지 점검합니다.
- 보증금 입금처 확인 — 가능하면 보증금을 수탁자 또는 신탁계좌로 입금하고, 영수 주체를 명확히 합니다.
2024. 11. 29. 신설된 부동산등기규칙 제139조의4는 신탁재산이 소유권인 경우 등기관이 신탁등기에 “임대차 등 법률행위 시 등기사항증명서뿐만 아니라 신탁원부를 통해 신탁의 목적, 수익자, 신탁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조항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주의사항을 부기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신탁 부동산 거래에서 신탁원부 확인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제도적으로 강조한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탁된 부동산은 누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야 하나요?
부동산이 신탁되면 등기부상 소유권이 수탁자(신탁회사)에게 완전히 이전되어 수탁자만이 배타적 처분·관리권을 가집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은 원칙적으로 수탁자와 체결해야 하며, 위탁자와 체결하려면 신탁계약상 수탁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합니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Q.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보증금을 떼일 수 있나요?
위탁자가 수탁자의 사전 승낙을 받아 임대했다면 적법한 임대권한이 인정되어 유효합니다. 그러나 수탁자의 동의 없이 위탁자가 임의로 체결한 임대차는 수탁자에게 효력을 주장할 수 없고,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공시된 경우 임차인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큽니다.
Q. 수탁자의 동의 없이 체결한 임대차는 효력이 있나요?
신탁계약이 수탁자의 사전 승낙을 요구함에도 위탁자가 동의 없이 임대차를 체결한 경우, 그 임대차는 효력을 주장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소액임차인의 배당까지 부정된 사례가 있습니다(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9. 11. 6. 선고 2018가단28265 판결). 다만 위탁자가 그 후 수탁자로부터 소유권을 회복하면 그때부터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44886 판결).
Q. 신탁원부에 보증금은 위탁자가 반환한다고 적혀 있으면 임차인은 어떻게 되나요?
적용되는 신탁법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2012. 7. 26. 전에 설정된 신탁(구 신탁법)에서는 그 기재가 임차인에게 대항력이 있어 임차인은 위탁자에게만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판결). 그러나 현행 신탁법이 적용되면 신탁재산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대항할 수 없어 결론이 달라집니다.
Q. 2022년 대법원 판결과 2025년 대법원 판결의 결론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적용 법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행 신탁법(2012. 7. 26. 시행)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에서는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더라도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보증금반환채무를 위탁자에게 귀속시키는 기재는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 현행 신탁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서는 이 최신 판례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신탁 부동산을 임차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첫째, 등기사항증명서와 신탁원부를 함께 확인합니다. 둘째, 임대인이 수탁자인지, 위탁자라면 수탁자의 사전 동의서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보증금 반환 주체와 신탁 설정일을 점검해 현행 신탁법 적용 여부를 따집니다. 2024. 11. 29. 신설된 부동산등기규칙 제139조의4는 신탁등기에 신탁원부 확인이 필요하다는 주의사항을 부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탁 부동산 임대차는 등기부만으로는 위험을 가늠하기 어렵고, 신탁원부의 조항과 신탁 설정 시점까지 함께 따져야 보증금을 지킬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아틀라스는 신탁 관련 임대차·경매·공매 분쟁에서 임차인과 임대인 양측을 대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안별 위험을 진단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