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종료 후 불법점유 시점과 임대인 단전 처벌





부동산·임대차

임차인이 나가지 않습니다
언제부터 불법점유이고, 무엇까지 하면 임대인이 처벌받나
박소영 ·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아틀라스
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2다228667 판결  ·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도9157 판결

핵심 답변: 임대차가 끝나도 임차인의 점유는 곧바로 불법점유가 되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는 동시이행항변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보증금이 차임 등으로 전액 공제되어 0이 되는 순간 동시이행항변권이 사라지고, 임차인이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때부터의 점유는 적어도 과실에 의한 점유로서 불법행위가 됩니다(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2다228667 판결). 반대로 임대인이 스스로 전기를 끊거나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은 별개 문제입니다. 상가에서는 업무방해죄가 되고(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도9157 판결), 주거용 주택에서는 업무방해죄가 어렵더라도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합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9. 11. 선고 2025노365 판결). 임차인이 불법점유 상태라는 것과 임대인이 직접 내쫓아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임대차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임차인이 나가지 않습니다. 보증금은 이미 밀린 차임으로 다 깎였습니다. 임대인은 참다 못해 두 가지를 예고합니다. “전기를 끊겠다.” “문을 열고 짐을 빼겠다.”

이 짧은 상황 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는 임차인의 점유가 언제 위법해지는지를 재는 시계이고, 다른 하나는 임대인의 행동이 언제 범죄가 되는지를 재는 시계입니다. 두 시계는 같은 시각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임차인이 불법점유 상태에 있다는 사실은 임대인이 스스로 내쫓아도 된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임차인의 점유가 언제부터 불법행위가 되는지를 정리했고, 그와 별개로 임대인의 단전·잠금장치 변경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도 여러 차례 판단해 왔습니다. 두 축을 함께 놓고 보아야 비로소 답이 나옵니다.

임대차가 끝났는데 임차인이 나가지 않습니다. 곧바로 불법점유인가요?

아닙니다. 임대차가 끝나면 임차인은 목적물을 돌려줄 의무를 지고, 임대인은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를 집니다. 이 두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거나 적법하게 이행제공을 하지 않은 이상, 임차인이 계속 점유하더라도 그 점유를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오래전부터 분명히 해 왔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임차건물을 계속 점유하여 온 것이라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위 보증금반환의무를 이행하였다거나 그 현실적인 이행의 제공을 하여 임차인의 건물명도의무가 지체에 빠지는 등의 사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점에 관하여 임대인의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임차인의 위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도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계약서에 “명도가 늦어지면 통상 임료의 2배를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손해배상 예정 조항은 임차인의 불법점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점유가 적법한 동안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14671 판결).

점유만 하는 것과 사용·수익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임대차가 끝난 뒤 임차인이 짐을 두고 문을 잠근 채 나가지 않는 경우와, 그 안에서 계속 살거나 영업하는 경우는 법적으로 다릅니다. 부당이득에서 말하는 ‘이득’은 실질적인 이익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에 임차건물 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아니하는 것이고, 이는 임차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임차건물 부분을 사용·수익을 하지 못하였거나 임차인이 자신의 시설물을 반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8554 판결).

볼링장 문을 닫은 다음 날부터는 부당이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 사안이었습니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던 임차인이 폐업신고를 한 뒤 영업비품을 그대로 둔 채 점포를 계속 점유한 사안에서도 결론은 같았습니다. 대법원은 폐업신고 이후에는 본래 계약 목적에 따른 사용·수익이 아니어서 실질적 이익이 없으므로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와 달리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40424, 240431 판결).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위 판례들은 모두 휴업신고·폐업신고·영업중단처럼 사용·수익의 중단이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안입니다. 주거용 주택에서 임차인이 계속 거주하고 있다면 그대로 원용하기 어렵고, 매월 차임 상당액이 발생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계속 살거나 영업했다면 얼마를 물어내야 하나요?

여기서 많이들 오해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이 끝났으니 지금 시세대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법원의 답은 다릅니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는 임대차가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해지 등으로 종료된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차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시가에 따른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11. 9. 선고 2023다257600 판결).

이 사건의 원심은 시가 차임이 월 1,306만 원이고 약정 차임이 월 420만 원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시가 차임을 적용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법리오해로 보아 파기환송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이 판결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관한 것입니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이 “임대차기간이 끝난 경우에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본다”는 사실상 동일한 문언을 두고 있어, 주택 임대차에서도 같은 결론이 타당하다고 볼 근거가 충분합니다. 주택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점을 전제로 실무를 운영하되, 상가 판례의 유추라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정확히 언제부터 불법점유가 되나요?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보증금이 남아 있는 동안”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임차인이 계속 점유하며 사용·수익하는 사이 차임 상당액이 쌓이고, 그것이 보증금에서 공제되면 언젠가 보증금 잔액이 0이 됩니다. 그 순간 동시이행항변권도 함께 사라집니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이 국면을 정면으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그 후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또는 임대차에 따른 임차인의 채무 공제 등으로 임차인이 그러한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하였는데도 목적물의 반환을 계속 거부하면서 점유하고 있다면, 달리 점유에 관한 적법한 권원이 인정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동시이행항변권의 상실을 알 수 있는 때부터의 점유는 적어도 과실에 의한 점유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2다228667 판결).

사안은 이렇습니다. 상가 임차인이 차임 연체로 계약이 해지된 뒤에도 영업을 계속하며 인도를 거부했습니다. 해지 시점에는 보증금 잔액이 903만여 원 남아 있어 동시이행항변권이 있었습니다. 원심은 “해지 시점에 보증금이 남아 있었으니 그 이후의 점유도 불법점유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습니다. 그 이후 발생한 차임 등으로 보증금이 모두 공제된 때에는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하고, 그때부터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즉 임차인의 점유는 어느 한 시점을 경계로 성질이 바뀝니다. 그 경계는 계약이 끝난 날이 아니라, 보증금이 0이 된 날입니다. 임대인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산점이고, 임차인에게는 버티는 것이 곧바로 비용이 되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보증금이 언제 0이 되었는지는 누가 증명하나요?

임대인입니다. 보증금은 임대차 종료 후 발생하는 차임 상당 부당이득반환채권뿐 아니라 훼손된 부분의 원상복구비용 상당 손해배상채권 등도 담보하므로, 임대인은 그 피담보채무를 공제한 나머지만 반환하면 됩니다. 그러나 공제할 채권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임대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으로서는 그 임대차보증금에 의하여 담보되는 부당이득 반환채권 및 손해배상 채권의 발생에 관하여 주장·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고, 다만 그 발생한 채권이 변제 등의 이유로 소멸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임차인이 주장·입증책임을 부담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14671 판결).

실무적으로는 이것이 결정적입니다. “12개월치 차임이 밀려 보증금이 다 소진되었다”고 주장하려면 연체가 시작된 달을 계좌 입금내역으로 특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달 차이로 보증금 잔액의 유무가 갈리고, 그에 따라 손해배상의 기산점 자체가 움직입니다.

임대인이 전기를 끊으면 업무방해죄가 되나요?

여기서부터는 시계가 바뀝니다. 임차인의 점유가 불법이 되었다고 해서 임대인이 스스로 내쫓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법은 자력구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전·단수에 관해서는 대법원이 흥미로운 판단을 남겼습니다. 같은 임대인이 같은 호텔에서 두 임차인에게 각각 단전·단수를 했는데, 한 건은 정당행위로 무죄가 될 여지가 있다고 하고 다른 한 건은 정당행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도9157 판결). 갈림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구분 정당행위 인정 여지 정당행위 부정
임대차기간 이미 만료됨 7~9개월 남아 있음
보증금 연체차임 등으로 공제되어 전액 소멸 7,000만 원 이상 남아 있음
사전 절차 2회에 걸쳐 연체차임 최고 + 단전 예고 후 1회 단전 해지 의사표시와 경고만 한 뒤 2회 단전
결론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어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 임차인의 권리를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 — 업무방해죄

정리하면 “임대인은 무조건 진다”가 아니라 “기간 만료 · 보증금 완전 소진 · 충분한 최고와 예고”라는 세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계약서에 “차임을 2개월 이상 연체하면 단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임대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단전·단수를 하면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오인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정당행위의 요건 자체는 다음과 같이 확립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바”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도8074 판결).

이 사건에서는 차임을 한 번도 연체한 적 없는 임차인이 갱신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와 명도를 미루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종료일로부터 16일 만에 사무실을 단전한 임대인에게 업무방해죄가 인정되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보충성 요건이 실무에서 결정적입니다. 명도소송이라는 적법한 절차가 열려 있는 이상, 그 절차를 밟지 않고 전기를 끊는 것은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거용 주택이면 왜 결론이 달라지나요?

업무방해죄는 이름 그대로 ‘업무’를 보호합니다. 그리고 대법원이 말하는 업무는 범위가 좁습니다.

대법원은 “직업이나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단순한 개인적인 일상생활의 일환으로 행하여지는 사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도3270 판결).

주부가 개인적인 용무로 고속버스를 타러 가면서 차를 운전한 것은 업무방해죄의 ‘업무’가 아니라고 본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가장 최근인 2025년 9월에도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한다”고 재확인하면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2도1665 판결).

이 법리를 대입하면, 주거용 주택 임차인의 일상적인 주거생활이나 가사는 업무방해죄가 보호하는 ‘업무’로 보기 어렵습니다. 상가·사무실 임차인에 대한 단전이 업무방해죄로 처벌되는 것과 달리, 순수 주거용 주택에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물론 임차인이 그 집에서 재택근무나 소규모 사업을 계속해 왔다면 그 부분은 따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주택 임대인은 아무 죄도 안 되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과 잠금장치를 건드리는 순간 다른 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형법 제323조 권리행사방해죄입니다.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은닉·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성립합니다.

여기서 많은 임대인이 착각합니다. “그 문은 내 소유인데 내가 부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재물손괴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재물손괴죄의 객체는 ‘타인의’ 재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합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한 방의 현관문과 안방문을 곡괭이로 내리쳐 부순 사안에서 법원은 재물손괴 부분은 무죄로 하면서도, 검사가 예비적으로 추가한 권리행사방해의 점을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손괴하여 피해자의 임차권 행사를 방해하였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특수주거침입죄까지 더해져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1. 8. 19. 선고 2020노6480 판결).

더 현실적인 형태는 도어락입니다. 2025년 9월 선고된 다음 사건은 요즘 가장 흔한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인은 2024. 2. 중순경 (…) 피해자가 없는 사이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한 후 피해자에게 알려주지 않아 피해자가 위 호실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가 관리하던 도어락의 효용을 해함으로써 피해자의 권리의 목적이 된 피고인 소유의 도어락을 손괴하여 피해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9. 11. 선고 2025노365 판결)

임대차가 기간만료로 끝났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임대인은 “다른 임차인을 받기 위해 도배를 하려 하니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해서 알아낸 뒤, 임차인이 없는 사이 비밀번호를 바꿔 버렸습니다. 임대인은 재판에서 “임차인이 카드키로는 출입할 수 있었으니 도어락의 효용을 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다투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벌금 7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비밀번호 네 자리를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초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전과가 남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 자체는 어떤 죄가 되나요?

주거침입죄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임대인이 가장 많이 오해합니다. “내 건물에 내가 들어가는데 무슨 주거침입이냐”는 것인데, 대법원의 답은 명확합니다.

대법원은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거주자 또는 간수자가 건조물 등에 거주 또는 간수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는 범죄의 성립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며, 점유할 권리 없는 자의 점유라고 하더라도 그 주거의 평온은 보호되어야 할 것이므로, 권리자가 그 권리실행으로서 자력구제의 수단으로 건조물에 침입한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7044 판결).

자기 소유의 비닐하우스라도 다른 사람이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는 이상,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간 행위에 주거침입죄가 인정된 사안입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문장은 “점유할 권리 없는 자의 점유라고 하더라도”입니다. 앞의 4번 항목에서 본 것처럼 임차인이 불법점유 상태에 있더라도, 그 사실이 임대인의 침입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임대인이 임차인의 짐을 빼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가는 한 번의 행동으로 권리행사방해죄와 주거침입죄가 함께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단전을 강행한 임대인에게는 어떤 역풍이 오나요?

형사책임만이 아닙니다. 민사에서도 두 갈래로 돌아옵니다.

첫째, 단전·단수 자체가 불법행위가 됩니다. 대법원은 집합건물 관리단이 체납관리비를 받아 내려고 단전·단수와 엘리베이터 운행정지를 한 사안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단전·단수 등의 조치가 적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조치가 관리규약을 따른 것이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와 같은 조치를 하게 된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조치에 이르게 된 경위, 그로 인하여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다3598, 3604 판결).

규약이나 계약서에 근거 조항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면책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관리단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제한한 것마저 잘못이라고 보아 파기했습니다.

둘째, 그리고 임대인 입장에서 더 뼈아픈 대목입니다. 같은 판결이 사용하지 못한 기간의 돈은 받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관리단 등 관리주체의 위법한 단전·단수 및 엘리베이터 운행정지 조치 등 불법적인 사용방해행위로 인하여 건물의 구분소유자가 그 건물을 사용·수익하지 못하였다면, 그 구분소유자로서는 관리단에 대해 그 기간 동안 발생한 관리비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다3598, 3604 판결).

관리비에 관한 판시이지만 구조는 임대차와 같습니다. 앞의 2번 항목에서 보았듯 차임 상당액의 근거는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이 전기를 끊어 임차인이 그 집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면, 바로 그 기간에는 사용·수익이 없습니다.

그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임대인이 단전을 강행하는 순간, 임대인 스스로 “보증금이 차임으로 다 소진되었다”는 주장의 근거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4번 항목에서 본 불법점유의 기산점도 그만큼 뒤로 밀립니다. 임차인을 압박하려던 조치가 임대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갉아먹는 셈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각각 무엇을 해야 하나요?

지금까지의 판례를 당사자별 행동수칙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사자 해야 할 일
임대인 보증금이 0이 된 날짜를 계좌 입금내역으로 특정해 둔다. 그날부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그 사실을 임차인에게 내용증명으로 통지해 “동시이행항변권 상실을 알 수 있는 때”를 앞당긴다. 그리고 전기와 문은 절대 건드리지 않고 명도소송·인도단행가처분으로 간다.
임차인 점유를 유지한다(대항력·우선변제권의 전제다). 정당한 수령권자가 불분명하다면 차임을 안 내는 것이 아니라 변제공탁한다. 그냥 연체하면 보증금만 빠르게 소진되어 불법점유 시점이 앞당겨진다.
단전을 당한 임차인 단전 시점과 상태를 사진·영상으로 남긴다. 그 기간의 차임 상당액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다툴 수 있고,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형사 고소 여부도 함께 검토한다.
도어락을 바꿔 버린 임대인 즉시 원상회복하고 임차인에게 알린다. 권리행사방해죄는 임차인이 출입하지 못하게 된 것만으로 성립하며, 카드키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사정도 항변이 되지 못했다.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처럼 임대차 회전이 빠르고 외국인 임차인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두 번째 줄이 특히 중요합니다. 점유를 잠시 비운 사이 대항요건을 잃으면 최우선변제권은 회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차가 끝났는데 임차인이 나가지 않으면 곧바로 불법점유인가요?

아닙니다.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이므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거나 현실적인 이행제공을 하여 임차인이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했다는 점을 주장·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인의 점유는 불법점유가 아닙니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계약서에 명도 지연 시 임료의 2배를 배상한다는 조항이 있어도 불법점유를 전제로 한 것이라 적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14671 판결).

Q. 임차인이 짐만 두고 실제로는 살지 않았다면 차임을 물어내야 하나요?

원칙적으로 아닙니다. 부당이득에서 ‘이득’은 실질적인 이익을 뜻하므로, 점유는 계속했더라도 본래 계약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않아 실질적 이득이 없었다면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임차인이 시설물을 반출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8554 판결). 폐업신고 후 영업비품을 그대로 둔 채 점포를 점유한 사안에서도 폐업신고 이후 기간에 대한 부당이득이 부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40424, 240431 판결). 다만 주거용 주택에서 계속 거주한 경우에는 그대로 원용하기 어렵습니다.

Q. 임대차가 끝난 뒤 계속 살았다면 지금 시세대로 물어내야 하나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계약에서 정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시가에 따른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3. 11. 9. 선고 2023다257600 판결). 이 판결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2항에 관한 것이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2항이 사실상 동일한 문언을 두고 있어 주택 임대차에서도 같은 결론이 타당하다고 볼 근거가 있습니다.

Q. 그러면 임차인의 점유는 언제부터 불법점유가 되나요?

보증금이 차임 등으로 전액 공제되어 동시이행항변권이 소멸한 때부터입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했는데도 목적물의 반환을 계속 거부하면서 점유하고 있다면, 적법한 권원이 인정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그 상실을 알 수 있는 때부터의 점유는 적어도 과실에 의한 점유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4. 6. 13. 선고 2022다228667 판결). 기준선은 계약이 끝난 날이 아니라 보증금이 0이 된 날입니다.

Q. 보증금이 언제 다 소진되었는지는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임대인입니다. 대법원은 임대차보증금에 의하여 담보되는 부당이득반환채권 및 손해배상채권의 발생에 관하여는 임대인이 주장·증명책임을 부담하고, 그 발생한 채권이 변제 등으로 소멸했는지에 관하여는 임차인이 부담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664, 14671 판결). 따라서 연체가 시작된 시점을 계좌 입금내역으로 특정할 수 있어야 하며, 한 달 차이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임차인이 나가지 않으면 임대인이 전기를 끊어도 되나요?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다만 대법원은 상가 사안에서 임대차기간이 이미 만료되었고 보증금도 연체차임으로 전액 공제되어 소멸한 상태에서 2회에 걸쳐 최고하고 단전을 예고한 뒤 1회 단전한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반대로 기간이 7~9개월 남아 있고 보증금도 7,000만 원 이상 남은 상태에서 경고만 하고 2회 단전한 경우에는 정당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도9157 판결). 계약서에 단전 조항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면책되지 않습니다.

Q. 단전이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나요?

동기·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리고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도8074 판결). 실무에서는 마지막 보충성이 결정적입니다. 명도소송이라는 적법한 절차가 열려 있는 이상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Q. 주거용 주택 임차인에게 단전하면 업무방해죄가 되나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하고, 직업이나 사회생활상 지위에 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단순한 개인적 일상생활의 일환으로 행하여지는 사무는 보호대상이 아닙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도3270 판결,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2도1665 판결). 주거생활이나 가사는 여기에 해당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임차인이 그 집에서 재택근무나 소규모 사업을 계속했다면 그 부분은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Q. 업무방해죄가 안 되면 주택 임대인은 처벌받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이 점유하는 방의 문을 부수거나 도어락을 조작하면 형법 제323조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합니다. 문이 임대인 소유라서 재물손괴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바로 그 때문에 “타인의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이 되어 권리행사방해죄의 객체가 됩니다. 현관문을 곡괭이로 손괴한 사안에서 재물손괴는 무죄, 권리행사방해와 특수주거침입은 유죄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1. 8. 19. 선고 2020노6480 판결).

Q. 도어락 비밀번호만 바꾼 것도 범죄인가요?

범죄입니다. 임대차가 기간만료로 종료되었으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임대인이 임차인이 없는 사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해 출입하지 못하게 한 사안에서, 법원은 도어락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보아 권리행사방해죄를 인정하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9. 11. 선고 2025노365 판결). 임대인은 임차인이 카드키로 출입할 수 있었다고 다투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Q. 임차인이 불법점유 중이면 임대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도 되나요?

안 됩니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거주자가 거주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는 범죄 성립을 좌우하지 않고, 점유할 권리 없는 자의 점유라도 그 주거의 평온은 보호되어야 하므로, 권리자가 권리실행으로서 자력구제의 수단으로 건조물에 침입한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합니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7044 판결).

Q. 단전을 당한 기간에도 차임을 내야 하나요?

다툴 여지가 큽니다. 차임 상당액의 근거는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사용·수익했다는 데 있는데, 단전으로 목적물을 쓸 수 없었다면 그 기간에는 사용·수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관리주체의 위법한 단전·단수 등 불법적인 사용방해행위로 구분소유자가 건물을 사용·수익하지 못했다면 그 기간 동안 발생한 관리비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다3598, 3604 판결). 임대인 입장에서는 단전이 오히려 “보증금이 다 소진되었다”는 자신의 주장을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Q. 임차인이 나가지 않을 때 임대인이 밟아야 할 적법한 절차는 무엇인가요?

보증금이 0이 된 시점을 입금내역으로 특정해 기록하고, 그 사실과 인도 요구를 내용증명으로 통지한 뒤, 건물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급한 사정이 있으면 인도단행가처분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전기·수도를 끊거나 잠금장치를 바꾸거나 짐을 반출하는 것은 형사책임을 부르고,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약화시키므로 피해야 합니다.

이 글은 공개된 대법원·하급심 판결을 토대로 일반적인 법리를 설명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결론은 계약서 문언과 연체·변제 내역, 실제 점유와 사용·수익의 태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박소영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아틀라스

박소영 | 대표변호사
가사, 상속, 건설·부동산 분쟁 전문 변호사
사법연수원 33기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법무법인 아틀라스 | 인천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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