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자회사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고려아연 판결 분석
고려아연·영풍 분쟁 판결로 본 기준
목차
2025년 1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발행주식의 약 25%를 보유한 최대주주 영풍의 의결권이 그 자리에서 통째로 부정되었습니다. 근거는 임시주총 전날 호주 법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주식 10.3%를 사들였다는 사실 하나였습니다.
고려아연 측은 SMC가 고려아연의 자회사이므로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상호주 규정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가처분 재판부는 SMC가 상법상 자회사에 해당한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임시주총 주요 결의의 효력을 정지시켰고, 본안 재판부는 2026년 7월 13일 의장이었던 박기덕 대표이사 개인에게 위자료 1억 원의 배상을 명했습니다. 반면 임시주총으로부터 두 달 뒤인 2025년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진 의결권 제한은 대법원에서 적법하다고 확정되었습니다. 같은 조문을 두고 결론이 갈린 이 사건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과 자회사 판단이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무기이자 위험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확정된 판례 법리를 기준으로 그 경계선을 정리합니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상법 제369조 제3항)이란 무엇인가요?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습니다(상법 제369조 제3항).
예를 들어 A회사(또는 A의 자회사)가 B회사 주식을 10% 넘게 보유하면, 거꾸로 B회사가 보유한 A회사 주식은 A회사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잃습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의 취지를 “상호주를 통해 출자 없는 자가 의결권 행사를 함으로써 주주총회결의와 회사의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31269 판결).
의결권이 없어진 주식은 주주총회 결의에서 발행주식총수에 산입되지 않으므로(상법 제371조 제1항), 정족수 계산 자체가 달라집니다. 지분율 몇 퍼센트가 아니라 주주총회의 통과·부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장치인 셈입니다.
주의할 점은, B가 가진 A회사 주식이 제한되는 보유 조합은 위 세 가지뿐이라는 것입니다. 조문의 “모회사 및 자회사”에서 모회사는 A 자신을 가리키므로, A와 A의 모회사가 합산하여 B회사 주식 10%를 초과 보유하는 경우에는 그 관계에서 보호 대상인 A의 모회사 주식(B가 보유한 것)의 의결권이 제한될 뿐, 그 조합만으로 B가 가진 A회사 주식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회사인지 아닌지가 왜 승패를 갈랐나요?
고려아연 자신은 영풍 주식을 10% 넘게 보유한 적이 없습니다. 10.3%를 취득한 것은 호주 손자회사 SMC였기 때문에, SMC가 상법상 “자회사”에 해당해야만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성립하는 구조였습니다.
상법 제342조의2 제1항은 다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회사를 모회사, 그 다른 회사를 자회사로 정의합니다. 같은 조 제3항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합하여 또는 자회사가 단독으로 다른 회사 주식의 50%를 초과 보유하면 그 다른 회사도 모회사의 자회사로 본다고 규정하여, 손자회사까지 자회사 개념을 확장합니다.
고려아연은 호주 지주회사(SMH)의 지분 100%를, 그 지주회사는 다시 SMC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지분율만 보면 손자회사 의제 요건은 충족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문제는 SMC가 외국 법인, 그것도 호주 회사법상 비공개회사(Pty Ltd)라는 점이었습니다.
외국 회사도 상법상 자회사가 될 수 있나요?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분쟁에서 처음으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의결권 제한의 대상이 되는 회사가 국내회사인 이상 “다른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가 외국회사이더라도 마찬가지”라며,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자회사가 국내회사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자회사’는 주식을 발행하는 주식회사임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외국회사가 위 조항의 ‘자회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일 것을 요한다”고 한계를 그었습니다(대법원 2026. 4. 2.자 2025마6793 결정).
즉 외국 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호주 규제를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 외국 법인이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에 견줄 만한 실질을 갖추었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왜 SMC를 자회사로 보지 않았나요?
임시주주총회에 관한 가처분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주의 의결권이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에 해당하므로 이를 제한하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재판부는 호주 회사법상 Pty Ltd인 SMC의 세 가지 특징에 주목했습니다. 지분 양도가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비직원 주주의 수가 50명을 초과할 수 없으며, 상장하려면 공개회사(Public Company)로 조직을 변경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주식 양도의 자유가 원칙이고 주주 수 제한이 없는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와는 명시적으로 다른, 오히려 유한회사에 가까운 속성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회사 측이 제한사유에 대한 소명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위법하다”는 것이었고, 임시주총 주요 결의의 효력이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정지되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3. 7.자 2025카합20144 등 결정).
본안 소송에서도 같은 결론이 유지되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7부는 2026. 7. 13. SMC가 상법상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의장으로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박기덕 대표이사가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영풍에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2025가합9268, 판결문 미공간·보도 기준).
상호주 판단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나요?
10% 초과 보유 요건은 주주총회일 기준,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주의 확정은 주주총회 기준일 기준입니다. 이 이원적 기준 때문에 같은 분쟁에서 정반대 결론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일찍이 기준일에는 상호주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의결권이 행사되는 주주총회일에 요건을 충족하면 의결권이 없고, 10% 초과 보유 여부는 명의개서와 관계없이 실제 소유 주식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31269 판결).
2025년 3월 28일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은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자신의 손자회사인 유한회사에 현물출자하는 방법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던 대상회사의 주식을 기준일이 지난 다음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의 사유로 주주총회일 당시에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대상회사의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자가 확정되는 시점은 기준일”이므로 기준일에 가지고 있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6. 4. 2.자 2025마6793 결정). 기준일 이후의 지분 이동으로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입니다.
임시주총과 정기주총, 결론은 왜 갈렸나요?
같은 상법 제369조 제3항이 적용되었지만 두 주주총회의 운명은 정반대였습니다. 결정적 차이는 영풍 주식 10%를 보유한 회사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그 회사가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와 유사한 회사라는 점이 입증되었는지에 있었습니다.
임시주총(2025. 1. 23.)에서 의결권 제한의 근거는 손자회사 SMC였습니다. 법원은 호주 비공개회사(Pty Ltd)인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종·유사하다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자회사성을 부정했고, 의결권 제한은 위법으로 판단되어 주요 결의의 효력이 정지되었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3. 7.자 2025카합20144 등 결정), 본안에서는 의장인 대표이사 개인의 위자료 책임까지 인정되었습니다(2025가합9268, 언론 보도 기준).
정기주총(2025. 3. 28.)에서는 보유 주체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SMC가 보유하던 영풍 주식은 2025. 3. 12. 현물배당으로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호주 지주회사(SMH)에 이전되었고, SMH는 정기주총 직전 소량을 추가 취득하여 영풍 발행주식총수의 10.03%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대법원 2026. 4. 2.자 2025마6793 결정의 인정사실). 이번에는 법원이 SMH가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라는 점이 소명되었다고 보아 자회사성을 인정했고, 의결권 제한은 적법하다고 확정되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임시주총에서는 주식회사 유사성이 소명되지 않은 SMC가 근거였기에 의결권 제한이 위법했고, 정기주총에서는 유사성이 인정된 SMH가 10%를 보유했기에 제한이 적법했습니다. 같은 조문이라도 어느 회사가, 어떤 자료로 입증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 것입니다.
| 구분 | 2025. 1. 23. 임시주주총회 | 2025. 3. 28. 정기주주총회 |
|---|---|---|
| 영풍 주식 10% 초과 보유 주체 | SMC (호주 Pty Ltd, 손자회사) | SMH (호주 지주회사, 자회사) |
| 주식회사와의 동종·유사성 | 소명 부족 | 인정 |
| 의결권 제한의 적법 여부 | 위법 — 결의 효력정지, 위자료 1억 원 | 적법 — 가처분 신청 기각 확정 |
| 근거 재판 | 서울중앙지법 2025카합20144 등, 2025가합9268 | 대법원 2025마6793 |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면 어떤 책임을 지나요?
세 갈래의 책임이 현실화되었습니다. 결의의 효력 상실 위험, 가처분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 그리고 의장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입니다.
먼저 의결권 있는 주주의 의결권을 부정한 채 이루어진 결의는 결의방법이 법령에 위반한 것으로서 주주총회결의 취소사유가 되고(상법 제376조 제1항), 이 사건처럼 가처분으로 결의 효력이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정지될 수 있습니다. 임시주총에서 선임된 이사들의 직무집행도 함께 정지되었습니다.
나아가 본안 법원은 의결권 제한을 결정한 주주총회 의장(대표이사) 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고 위자료 1억 원을 명했습니다. 회사 기관의 판단이라도 법적 근거 없이 특정 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면 의장 개인이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방어 실무에 실질적인 경고가 되는 판결입니다. 다만 이 판결은 1심으로, 항소 여부에 따라 상급심 판단이 남아 있습니다.
기업 실무에서 무엇을 점검해야 하나요?
상호주 카드를 쓰려는 쪽이든 방어하려는 쪽이든, 판례가 요구하는 입증 수준을 기준으로 사전 점검이 필요합니다.
- 외국 계열회사를 통한 상호주 구조라면, 그 외국 법인이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인지(주식 양도의 자유, 주주 수 제한 유무, 상장 가능성 등)를 설립준거법 자료로 먼저 검증해야 합니다.
- 의결권을 제한하는 쪽이 제한사유의 소명책임을 부담합니다. 주주명부와 등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외국 회사법·정관·공시자료까지 갖추어야 합니다.
- 기준일 이후의 주식 처분·현물출자로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피할 수 없습니다. 10% 요건은 주주총회일, 주주 확정은 기준일 기준이라는 이원적 판단을 전제로 지분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 근거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의결권 제한을 강행하면 결의취소·효력정지에 그치지 않고 의장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아틀라스는 경영권 분쟁, 주주총회 운영, 지배구조 자문 분야에서 다수의 기업 사건을 수행한 경험을 토대로, 상호주·의결권 쟁점의 사전 진단부터 가처분·본안 대응까지 일관된 전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언제 적용되나요?
A.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습니다. 상호주를 통해 출자 없는 자가 의결권을 행사하여 주주총회 결의와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입니다.
Q. 상법상 자회사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상법 제342조의2 제1항은 다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회사를 모회사, 그 다른 회사를 자회사로 정의합니다.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모회사와 자회사가 합하여 또는 자회사가 단독으로 다른 회사 주식의 50%를 초과 보유하면 그 다른 회사(손자회사)도 모회사의 자회사로 봅니다.
Q. 외국 회사도 상법상 자회사가 될 수 있나요?
A. 대법원은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자회사가 국내회사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외국회사가 이 조항의 자회사에 해당하려면 적어도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여야 합니다(대법원 2026. 4. 2.자 2025마6793 결정).
Q.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법원은 왜 SMC를 자회사로 보지 않았나요?
A.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호주 비공개회사(Pty Ltd)인 SMC는 지분 양도가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비직원 주주 수가 50명을 넘을 수 없으며 조직변경 없이는 상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3. 7.자 2025카합20144 등 결정).
Q. 상호주 보유 여부는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A. 10% 초과 보유 요건은 의결권이 실제로 행사되는 주주총회일을 기준으로,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주가 누구인지는 주주총회 기준일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기준일 이후 주식을 처분하거나 현물출자해도 기준일 보유 주식의 의결권 제한을 피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31269 판결, 대법원 2026. 4. 2.자 2025마6793 결정).
Q. 주주의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면 어떤 책임을 지나요?
A. 결의방법이 법령에 위반한 것으로서 주주총회결의 취소사유가 되고(상법 제376조), 가처분으로 결의 효력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6. 7. 13. 자회사가 아닌 회사를 근거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대표이사 개인에게 위자료 1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2025가합9268, 언론 보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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