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저작물을 혼자 이용했습니다 — 형사는 무죄인데 민사는 왜 배상인가





지식재산권

공동저작물을 혼자 이용했습니다
형사는 무죄인데 민사는 왜 배상인가
박소영 ·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아틀라스
수원고등법원 2025나13164  ·  대법원 2025다217641  ·  대법원 2012도16066

핵심 답변: 공동저작물을 다른 공동저작자의 합의 없이 혼자 이용하면, 형사에서는 저작재산권 침해가 아니지만(대법원 2012도16066) 민사에서는 침해입니다. 수원고등법원 2025나13164 판결은 손해배상 150만 원을 명했고, 같은 법리가 대법원 2025다217641 판결로 확정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 한 강연자가 제자에게 자신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자는 강의를 받아 적는 데 그치지 않고 운율과 어구를 다듬어 ‘시’의 형식으로 완성했습니다. 십수 년 뒤 그 제자는 자신만을 저자로 표시한 책 300부를 찍어 지인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강연자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3,000만 원을 청구했지만 1심에서 졌습니다. 항소심은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다만 강연자가 원한 “이 저작물은 온전히 내 것”이라는 판단은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두 사람 모두를 공동저작자로 보았고, 그럼에도 제자의 단독 출판이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대법원이 2014년 사실상 같은 구조의 사안에서 “침해가 아니다”라고 판시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행위를 두고 형사와 민사의 결론이 갈립니다. 그리고 그 갈림은 2026년 1월 대법원 확정으로 하급심에서 굳어졌습니다. 이 글은 그 경위와, 특허·상표 등 다른 지식재산권에서는 왜 결론이 정반대인지를 정리합니다.

강연을 책으로 옮겨 쓴 사람도 저작자가 되나요?

됩니다. 강연 내용을 단순히 받아 적은 데 그치지 않고 표현 형식 자체에 창작적으로 기여했다면 공동저작자가 됩니다. 수원고등법원 2026. 7. 23. 선고 2025나13164 판결은 강연자와 집필자 모두를 공동저작자로 인정했습니다.

강연자는 두 갈래로 주장했습니다. 첫째, 집필자는 강연 내용을 받아 적었을 뿐이므로 저작물은 강연자 자신의 어문저작물이다. 둘째, 집필자는 강연자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의 업무상저작물이다.

법원은 두 주장을 모두 배척했습니다. 업무상저작물이 되려면 법인 등의 기획, 피용자에 의한 작성, 업무상 작성, 법인 등 명의의 공표, 다른 정함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집필자는 보수를 받지 않았고 근무일·근무시간·근무장소에 관한 정함도 없이 상당한 재량을 부여받았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저작권법 제9조가 창작자 원칙에 대한 예외이므로 요건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인용했습니다(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31309 판결,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36111 판결 참조).

결정적이었던 것은 표현 형식의 차이입니다. 강연은 구어체로 이루어진 반면 완성된 저작물은 문어적 표현과 운율을 갖춘 ‘시’의 형식이었습니다. 법원은 이를 “피고의 독자적인 창작적 판단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로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집필자 단독 저작물이 아니라 공동저작물일까요. 법원은 강연자가 이의를 제기하기는커녕 그 창작 내용을 확인·용인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까지 마친 점, 집필자도 그 등록 과정에서 ‘맨 처음 공표사실 확인서’를 작성해 준 점을 들었습니다. 두 사람에게 “각자 이바지한 창작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을 만들어 내려는 공동창작의 의사”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창작의 의사는 법적으로 공동저작자가 되려는 의사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공동의 창작행위에 의하여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을 만들어 내려는 의사”를 뜻한다고 정의했습니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함께 앉아 쓰지 않았어도, 서로를 공동저작자로 부르지 않았어도 공동저작물이 성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은 왜 “저작재산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했나요?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이 공동저작자들 사이의 행사방법을 정한 조항이지, 침해 여부를 정한 조항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판단은 형사사건에서 나왔습니다.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전문은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그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연극 대본의 공동저작자 중 한 사람이 다른 공동저작자의 합의 없이 대본을 이용한 사안에서, 검사는 이를 저작재산권침해죄로 기소했습니다.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하며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위 규정은 어디까지나 공동저작자들 사이에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 공동저작자가 다른 공동저작자와의 합의 없이 공동저작물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공동저작자들 사이에서 위 규정이 정하고 있는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의 행사방법을 위반한 행위가 되는 것에 그칠 뿐 다른 공동저작자의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이 판결은 실무에서 널리 인용됩니다. 공동저작자 사이의 분쟁에서 형사고소가 무혐의로 끝나는 이유가 대체로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 문장이 민사에서도 그대로 통하는가입니다.

그런데 왜 민사법원은 배상을 명했나요?

형사와 민사는 판단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급심은 위 대법원 판결이 형사범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판단이므로 민사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합의 없는 자기이용을 민사상 침해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법리는 2026년 1월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습니다.

법리가 만들어진 경위

이 민사 법리는 세 단계를 거쳐 자리 잡았습니다.

단계 판결 내용
제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9. 선고 2019가합579315 판결 합의 없는 자기이용을 민사상 저작재산권 침해로 평가하는 6가지 논거를 처음 제시
승계 서울고등법원 2025. 8. 28. 선고 2023나2056379 판결 위 논거를 인용하고, 합의 없이 저작재산권을 행사하지 않을 부작위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금지청구를 인정
확정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다217641 판결 상고 기각(심리불속행)

수원고등법원 2025나13164 판결은 이 계보를 명시적으로 이어받았습니다. 판결문은 각주에서 “이 부분의 주요 논거는 서울고등법원 2025. 8. 28. 선고 2023나2056379 판결(대법원 2026. 1. 8.자 2025다217641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확정) 및 위 판결의 제1심판결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9. 선고 2019가합579315 판결 내용 중 위 판결이 인용하는 부분을 참고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민사와 형사를 가르는 논거

법원이 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형사 조항은 구성요건을 따로 선언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제1호는 “제○조를 위반한 자”라는 식으로 민사 조항을 그대로 인용하는 형식이 아니라, “저작재산권 … 을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라고 형사범죄의 구성요건을 별도로 선언합니다. 형벌책임에는 구성요건해당성 외에 위법성·책임요건이 별도로 요구되고, 저작권법에는 ‘침해’의 정의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형사사건의 판단이 민사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둘째, 반대해석상 ‘동의 여부를 결정할 지위’가 인정됩니다. 제48조 제1항이 전원의 합의를 요구한다는 것은, 각 저작재산권자가 “다른 저작재산권자가 해당 저작물에 대한 구체적 권리를 행사하고자 할 때, 이를 동의해 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를 갖는다는 뜻입니다. 합의 없는 행사는 그 지위에서 나오는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가 됩니다.

셋째, 침해로 보지 않으면 구제수단에 공백이 생깁니다. 침해가 아니라면 다른 권리자는 제48조 제2항에 따른 이익 배분을 청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부작위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지청구를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으나, 저작권법 제9장의 침해 소송 특칙에 따른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고, 자기이용 이후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에는 부작위의무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침해의 정지를 구할 수도 없습니다.

저작인격권도 같은 구조입니다. 저작권법 제15조 제1항은 공동저작물의 저작인격권 역시 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는 행사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수원고등법원 2025나13164 판결은 “공동저작자로서는 권리행사에 앞서 다른 공동저작자에게 합의를 구하여야 하고, 다른 공동저작권자가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였는지를 살펴야 하며,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 침해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실무적 함의는 분명합니다. 형사고소가 무혐의로 끝났다는 사실이 민사에서 이길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사건에서는 집필자가 강연자를 저작권법위반으로 고소했다가, 자신이 민사에서 배상을 명받았습니다.

특허는 혼자 실시해도 되는데 저작권은 왜 안 되나요?

법이 다르게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특허·실용신안·디자인 등은 자기실시를 명문으로 허용하지만, 저작권법에는 그런 조항이 없고 오히려 전원의 합의를 요구합니다. 이 대비는 판결이 스스로 제시한 논거이기도 합니다.

권리 근거 조문 다른 권리자 동의 없이 혼자 쓸 수 있나
특허권 특허법 제99조 제3항 가능 — “계약으로 특별히 약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그 특허발명을 자신이 실시할 수 있다”
실용신안권 실용신안법 제28조(특허법 제99조 준용) 가능
디자인권 디자인보호법 제96조 제3항 가능 —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 단독으로 실시할 수 있다”
상표권 상표법 제93조 명문 규정 없음 — 제2항 지분 양도, 제3항 사용권 설정만 전원 동의로 제한
저작권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제15조 제1항 불가 — 전원의 합의 필요

법원은 그 이유를 저작물의 성질에서 찾았습니다.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므로 저작재산권자 사이의 단체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허발명이나 디자인이 산업적 이용을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저작물에는 인격적 이익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설명입니다.

다만 저작권법도 단독 행사를 전면 봉쇄하지는 않습니다. 제129조는 각 공동저작자가 다른 저작자의 동의 없이 제123조에 따른 침해정지청구를 할 수 있고, 자신의 지분에 관한 제125조의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명문으로 단독 행사를 허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유관계의 성질도 권리마다 다릅니다

같은 무체재산권이라도 대법원은 공유의 성질을 달리 규정했습니다.

특허권에 대해서는 “각 공유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면 그 지분을 양도하거나 그 지분을 목적으로 하는 질권을 설정할 수 없고, 그 특허권에 대하여 전용실시권을 설정하거나 통상실시권을 허락할 수 없는 등 특허권의 공유관계는 합유에 준하는 성질을 가진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7다41295 판결).

상표권에 대해서는 결이 다릅니다. “합유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지만, 이러한 제약은 상표권이 무체재산권인 특수성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 상표법에 상표권의 공유를 합유관계로 본다는 명문의 규정도 없는 이상, 상표권의 공유에도 상표법의 다른 규정이나 그 본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는 민법상의 공유의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2후567 판결). 이 판결은 상표권 공유자 1인이 단독으로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의 정족수 역시 셋으로 갈립니다. 전원 동의가 필요한 경우(지분 양도, 전용실시권 설정, 공동저작물의 권리 행사), 지분 과반수로 족한 경우, 단독으로 가능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상표권이 소멸한 뒤 남은 주지표지의 사용허락에 대해 “주지표지의 관리행위에 해당하므로 … 민법 제265조 본문을 유추적용하여 공동보유자의 지분의 과반수로써 이를 결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3다216302 판결).

정리하면, “공동 명의로 되어 있으니 다들 비슷하겠지”라는 짐작은 위험합니다. 어떤 권리인지, 무엇을 하려는지에 따라 필요한 동의의 수가 달라집니다.

단독 명의로 저작권 등록만 해도 침해인가요?

등록 행위 자체만으로는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수원고등법원 2025나13164 판결은 저작권 등록과 단독 저자 표시 출판을 나누어 판단하고, 침해를 인정한 것은 출판 쪽이었습니다.

강연자는 두 가지 행위를 문제 삼았습니다. 공동저작물을 집필자 단독 명의로 저작권 등록한 행위, 그리고 집필자만을 저자로 표시해 책자를 출판한 행위입니다.

등록 행위에 대해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저작물은 등록 이전에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공표된 상태였으므로 공표권 침해가 문제되지 않습니다. 또한 저작권 등록은 저작자의 성명 등을 공시하고 등록된 자를 저작자로 추정하는 제도로서,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 실명을 표시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성명표시권 침해도 문제되지 않습니다. 등록 자체는 복제나 배포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반면 출판 행위는 달랐습니다. 공동저작물인 책자에 집필자만을 저자로 표시한 것은 성명표시권 침해이고, 이를 300부 복제해 지인들에게 배포한 것은 복제권·배포권 침해라고 보았습니다.

실무상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판결은 각주에서 “저작권 등록행위” 그 자체와 “저작권 등록 신청과정에서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제출하며 자신의 성명을 표시하는 행위”는 개념적으로 구분된다고 밝혔습니다. 후자는 이 사건에서 주장되지 않았기에 판단 대상에서 제외되었을 뿐입니다. 청구원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입니다.

배상액은 왜 150만 원에 그쳤나요?

기여도를 증명하지 못해 균등 추정이 적용되었고,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산정할 자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청구액 3,000만 원 가운데 인용된 금액은 150만 원이었습니다.

50만 원
저작재산권 침해
(복제권·배포권)
+
100만 원
저작인격권 침해 위자료
(성명표시권)
=
150만 원
인용 금액
(청구 3,000만 원)

기여도를 안 정해두면 균등으로 추정됩니다

저작권법 제48조 제2항은 공동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이익을 창작에 이바지한 정도에 따라 배분하되, “각자의 이바지한 정도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기여도에 대한 증명이 없어 두 사람의 기여도는 균등한 것으로 추정되었고, 손해액은 그 지분율에 상응하는 범위로 제한되었습니다.

같은 구조는 특허에서도 나타납니다. 대법원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의 공유에 대해 “공유자 사이에 지분에 대한 별도의 약정이 있으면 그에 따르되,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262조 제2항에 의하여 지분의 비율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1다77313, 77320 판결). 권리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지분을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실제 기여와 무관하게 균등으로 계산됩니다.

이익을 산정할 자료가 없으면 법원이 재량으로 정합니다

저작권법 제125조 제1항은 침해자가 얻은 이익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하고, 제126조는 손해 발생은 인정되나 제125조에 따른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때 법원이 변론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고려한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책자는 약 283쪽인데 문제된 저작물은 그중 139쪽이었고, 인쇄 부수는 300부였습니다. 출판물로 침해자가 얻을 통상적 이익은 인세 정도인데 소량 주문 인쇄물에서 해당 부분의 인세가 크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책자는 판매되지 않고 무상으로 증정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저작재산권 침해 손해액이 50만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위자료 100만 원의 산정 근거는 조금 다릅니다. 법원은 침해가 일회적이거나 단기간에 그치지 않은 점, 침해자가 오히려 상대방을 형사고소하고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이 단독 저작권자라고 주장한 점을 불리하게 보았습니다. 반면 침해자도 공동저작권자였고 공동저작권자라는 점이 소송을 통해 비로소 확인된 점은 참작 사유가 되었습니다.

덧붙일 것은 소송비용입니다. 이 사건에서 소송 총비용의 90%를 원고가 부담했습니다. 3,000만 원을 청구해 150만 원을 인용받은 결과입니다. 이기고도 실익이 남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동저작자인 줄 몰랐어도 책임을 지나요?

침해 자체는 성립합니다. 다만 공동저작물임을 몰랐다는 사정은 고의·과실 단계에서 고려되어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를 가리는 요소가 됩니다.

현실의 분쟁은 대부분 “내가 단독 저작자”라고 믿는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공동저작물인지 여부가 소송을 통해 비로소 확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에게까지 침해를 인정하는 것이 가혹하지 않은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법원은 오히려 그런 경우에 보호 필요성이 더 크다고 보았습니다. 사전에 합의나 이용허락, 이익분배에 관한 약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저작권법상 구제수단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균형추가 있습니다. 판결은 “저작권 행사 당시 공동저작물임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사정은 공동저작권을 다른 공동저작권자의 합의 없이 행사한 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를 가리는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침해 사실 자체를 부정할 것은 아니지만, 몰랐던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고의·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집필자가 강연자의 부탁으로 저술을 시작했고, 강연자가 일부 저작물에 관해 저작권 등록을 마쳤으며, 집필자가 그 등록 과정에서 ‘맨 처음 공표사실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는 사정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관여를 알고 있었다는 객관적 정황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출판·강연·유튜브 금지청구는 어디까지 인정되나요?

이 사건에서 강연·유튜브·기타 인터넷매체에 대한 금지청구는 특정이 되지 않아 각하되었습니다. 출판에 대해서만 인용되었고, 그것도 전면 금지가 아니라 “이름을 표시하지 않은 출판”만 금지되었습니다.

민사소송에서 청구취지는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특허권 침해금지를 청구할 때 대상 제품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침해의 금지를 구하는 대상으로서 다른 것과 구별될 수 있는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는 법리가 있고(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17090 판결), 법원은 이 법리가 저작권 침해금지청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강연과 유튜브 동영상은 구술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 예상되는데, 그 안에서 침해행위를 개별적·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기타 인터넷매체’는 범위 자체가 불명확합니다.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집행이 가능할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각하 이유였습니다.

법원은 각주에서 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구술 방식의 강연·유튜브 제작·유포를 금지하면 “자칫하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금지대상의 ‘특정’ 및 그 요건을 엄격히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출판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저자 표시가 명확하고 복제·배포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특정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법원은 전면 금지로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상대방 역시 공동저작권자인 이상 출판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공동저작권자 중 1인으로 상대방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은 출판만을 금지함이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소송 실무의 관점에서 이 대목은 중요합니다. 침해가 인정되어도 청구취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것이 달라집니다. 매체를 열거하는 방식보다는, 집행 가능한 형태로 금지 대상을 좁혀 특정하는 편이 실효적입니다.

공동창작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정해두어야 하나요?

이 사건의 분쟁은 20여 년에 걸쳐 형사고소와 두 번의 소송으로 번졌습니다. 시작 단계에서 문서 한 장이면 대부분 피할 수 있었던 다툼입니다.

① 기여도와 지분 비율

가장 중요합니다. 정해두지 않으면 균등 추정이 적용되어 실제 기여와 무관하게 손해액이 산정됩니다. 저작권법 제48조 제2항은 특약이 있으면 그에 따르도록 하고 있으므로, 특약을 남겨두면 추정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② 이용 방법별 사전 합의 절차

출판·공연·2차적저작물 작성 등 이용 유형별로 누가 어떤 절차로 합의를 구할 것인지 정합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의 처리 방법(예: 제3자 조정, 일정 기간 무응답 시 동의 간주)까지 정해두면 실효성이 커집니다.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후문과 제15조 제1항 후문은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고 정하지만, 그 판단을 법원에 맡기면 이미 소송입니다.

③ 성명표시 방식

이 사건에서 위자료 100만 원의 원인이 된 것은 성명표시권 침해였습니다. 표지·판권·온라인 게시물에서 누구의 이름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표시할지 미리 정합니다.

④ 수익 배분과 정산

정산 주기, 자료 제공 범위, 미정산 시의 조치를 정합니다.

⑤ 권리 종류에 맞는 확인

같은 결과물이 저작권·특허·상표·디자인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권리마다 자기실시 허용 여부와 동의 정족수가 다르므로, 어느 권리로 보호받는지에 따라 계약 조항도 달라져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쓰지 않았는데도 공동저작물이 되나요?

A. 됩니다. 공동창작의 의사는 법적으로 공동저작자가 되려는 의사가 아니라, 각자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해 이용할 수 없는 단일한 저작물을 만들어 내려는 의사를 뜻합니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수원고등법원 2026. 7. 23. 선고 2025나13164 판결도 강연자가 구술한 내용을 다른 사람이 시의 형식으로 다듬은 사안에서, 강연자가 그 창작 내용을 확인·용인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저작권 등록까지 마친 점 등을 들어 공동저작물로 인정했습니다.

Q. 다른 공동저작자의 합의 없이 공동저작물을 이용하면 형사처벌을 받나요?

A. 저작재산권침해죄로는 처벌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이 공동저작자들 사이의 행사방법을 정한 것일 뿐이므로, 합의 없는 이용은 행사방법을 위반한 행위가 되는 것에 그칠 뿐 다른 공동저작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까지 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도16066 판결). 다만 이는 형사 구성요건에 관한 판단입니다.

Q. 형사에서 침해가 아니라면 민사에서도 배상 책임이 없는 것 아닌가요?

A. 아닙니다. 하급심은 위 대법원 판결이 형사범죄의 구성요건을 별도로 선언한 조항에 관한 판단이므로 민사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합의 없는 자기이용을 민사상 저작재산권 침해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법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9. 선고 2019가합579315 판결에서 제시되어 서울고등법원 2025. 8. 28. 선고 2023나2056379 판결로 이어졌고, 대법원 2026. 1. 8. 선고 2025다217641 판결로 확정되었습니다.

Q. 공동 특허권자는 왜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혼자 실시할 수 있나요?

A. 특허법이 자기실시를 명문으로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특허법 제99조 제3항은 각 공유자가 계약으로 특별히 약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 특허발명을 자신이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디자인보호법 제96조 제3항도 같고, 실용신안법 제28조는 특허법 제99조를 준용합니다. 반면 저작권법에는 이런 조항이 없고, 오히려 제48조 제1항이 전원의 합의를 요구합니다.

Q. 공동저작물을 단독 명의로 저작권 등록만 한 경우에도 침해인가요?

A. 등록 행위 자체만으로는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수원고등법원 2025나13164 판결은 저작권 등록이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 또는 공표 매체에 실명을 표시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워 성명표시권 침해가 문제되지 않고, 복제나 배포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침해로 인정된 것은 단독 저자로 표시해 책자를 출판·복제·배포한 행위였습니다.

Q. 배상액이 150만 원에 그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기여도를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법 제48조 제2항은 각자 이바지한 정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균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수원고등법원 2025나13164 판결은 기여도 증명이 없어 균등 추정을 적용하고, 300부를 무상 배포해 얻은 이익을 산정할 자료도 없어 저작권법 제126조에 따라 저작재산권 침해 손해액을 50만 원으로, 성명표시권 침해 위자료를 10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Q. 다른 공동저작자가 합의를 거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후문과 제15조 제1항 후문은 각 권리자가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법원은 합의를 위한 노력의 정도, 적절한 보상 제시 여부, 거부의 경위와 이유 등을 고려해 이 조항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저작권법 제129조에 따라 각 공동저작자는 다른 저작자의 동의 없이 침해정지청구와 자기 지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Q. 공동창작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에 무엇을 넣어야 하나요?

A. 최소한 네 가지입니다. 첫째 기여도와 지분 비율, 둘째 이용 방법별 사전 합의 절차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의 처리, 셋째 성명표시 방식, 넷째 수익 배분과 정산 방법입니다. 특히 지분 비율은 정해두지 않으면 균등 추정이 적용되어 실제 기여와 무관하게 손해액이 산정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같은 행위를 두고도 형사와 민사의 결론이 갈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차이가 2026년 1월 대법원 확정을 거쳐 하급심에 자리 잡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공동저작물의 권리관계는 분쟁이 생긴 뒤에 다투기보다 창작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정해두는 편이 훨씬 간명합니다.

박소영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아틀라스

박소영 | 대표변호사
가사, 상속, 건설·부동산 분쟁 전문 변호사
사법연수원 33기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법무법인 아틀라스 | 인천 송도

법무법인 아틀라스 홈페이지 바로가기 →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