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임차인은 산재 구상금 소송의 ‘제3자’가 아닙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후속 판결 분석
‘제3자’가 아닙니다
목차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보험급여를 지급하면 재해를 유발한 제3자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건설현장에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함께 일하던 건설기계 기사도 이 소송의 피고가 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6년 이 물음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새로운 답을 내놓았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6. 1. 22. 건설기계 임대차 및 운전노무 제공 계약에 따라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현장에서 작업한 건설기계 임대인 등은 재해근로자와 ‘위험을 공유’한 자이므로,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법리를 확립했습니다(대법원 2022다214040 전원합의체 판결). 이 법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 보험료 부담관계와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같은 해 4. 2. 선고된 대법원 2022다250008 판결은 이 법리를 굴삭기 기사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여 공단의 구상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두 판결은 건설·물류 현장의 다단계 도급·위탁 구조에서 건설기계 기사, 지게차 운전자 등이 산재 구상금 소송의 피고가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법리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래 대법원 2006다32910 판결 등 기존 판례를 명시적으로 변경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관련 법조문은 무엇인가요? — 산재보험법 제87조
두 판결의 근거 법조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입니다.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적용 법령은 구 산재보험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나, 현행 규정과 내용이 동일합니다.
①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代位)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둘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가 그 중 사업주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20. 5. 26.>
② 제1항의 경우에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동일한 사유로 이 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받으면 공단은 그 배상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③ 수급권자 및 보험가입자는 제3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
제87조 제1항은 본문과 단서로 구성됩니다. 본문은 공단의 대위권 행사의 일반 원칙을, 단서는 둘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행하는 경우의 면책을 규정합니다. 전원합의체는 본문의 ‘제3자’ 판단과 단서의 판단을 모두 ‘위험공유’ 여부라는 단일 기준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두 판결은 어떤 관계인가요?
두 판결은 같은 쟁점 — 건설기계 임대차 및 운전노무 제공 계약에 따라 작업하던 건설기계 임대인 등이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의 ‘제3자’에 해당하는지 — 을 다루되,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 당사자 | X(근로복지공단) vs A(지게차 운전기사), B(건설기계 대여업자) |
|---|---|
| 사업주 | C(하수급인, 주식회사) |
| 재해근로자 | D |
| 원심법원 | 대구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1나311355 판결 |
| 의의 | 기존 판례(2006다32910 등) 명시적 변경. ‘위험공유’ 법리 확립. 별개의견 있음. |
| 당사자 | X(근로복지공단) vs E(굴삭기 기사 겸 건설기계 대여업자) |
|---|---|
| 사업주 | F(원수급인, 주식회사) |
| 재해근로자 | D |
| 원심법원 | 부산지방법원 2022. 6. 9. 선고 2021나62737 판결 |
| 의의 | 전원합의체 법리를 굴삭기 기사 사안에 적용. 소부 판결. |
사건 1 — 지게차 기사 전원합의체 판결의 경위는 어떻게 되나요?
건설기계 대여업자 B는 주식회사 C(하수급인, 고속도로 토공 및 구조물 공사 하도급인)와 7톤 지게차 임대차 및 운전노무 제공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에게 고용된 근로자 A는 C가 시행하는 공사 현장에서 C의 지휘·명령에 따라 이 사건 지게차를 운전하여 철근 운반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2017. 2. 27. 13:45경, A는 지게차에 철근 3묶음을 싣고 하역장소에서 지게발을 내리던 중, C 소속 근로자 D가 철근 고임목을 수정하기 위해 지게발 아래로 접근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A는 지게발 작동을 멈추었으나 철근 묶음 일부가 D의 머리 부위로 떨어졌고, D는 경부 척수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X(근로복지공단)는 D에게 요양급여 267,889,990원, 휴업급여 135,425,960원, 장해보상연금(일시금 환산 233,552,722원)을 지급한 후, A·B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 원심의 판단 (구상금 청구 인용)
원심(대구지방법원)은 기존 판례의 법리에 따라, A·B가 C와 직·간접적인 산재보험관계가 없으므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X의 구상금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구상금 청구 기각, 기존 판례 변경)
전원합의체는 원심을 파기하고 X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A는 C의 지휘·명령 아래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D와 공동으로 철근 운반 작업을 함으로써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하며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A·B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 2 — 굴삭기 기사 판결의 경위는 어떻게 되나요?
건설기계 대여업자 E는 주식회사 F(부산 해운대구 소재 복합시설 철거공사의 원수급인)와 굴삭기 임대차 및 운전노무 제공 계약을 2018. 2. 26. 체결했습니다. F는 E에게 ‘기술팀장’ 직책을 부여하고, E는 F가 지정한 일시·장소에서 F의 요청에 따른 굴삭기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2018. 3. 6. 14:30경, E는 공사 현장에서 F 소유의 굴삭기를 운전하여 압쇄로 건물 기둥을 해체하던 중, 튀어오른 철근이 지상 8층에서 비계 해체 작업 후 휴식 중이던 F 소속 근로자 G의 좌측 안면부를 가격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G는 좌측 하악골 각의 폐쇄성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X(근로복지공단)는 G에게 휴업급여 31,300,060원, 요양급여 13,685,520원, 장해급여 33,017,900원(합계 78,003,480원)을 지급한 후, E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 원심의 판단 (구상금 청구 인용)
원심(부산지방법원 2021나62737)은 E가 F에 대하여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E가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X의 구상금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구상금 청구 기각, 원심 파기)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2022다214040)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F는 E에게 기술팀장 직책을 부여하고 지정한 일시·장소에서 작업하도록 하였으므로 E는 F의 지휘·명령 아래 있었고, E가 한 굴삭기 작업과 G가 한 비계 해체 작업은 모두 F가 행하는 복합시설 철거 사업에 편입되어 그 일부를 이룹니다. 따라서 E와 G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하였으므로, E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고 X의 대위권 행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새로운 법리의 내용 — ‘위험공유’ 기준이란 무엇인가요?
가. 핵심 명제
전원합의체가 확립한 새로운 법리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대위권의 행사범위는 보험료 부담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 또는 노무제공자들이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26. 1. 22. 선고 2022다214040 전원합의체 판결).
나. 고용계약 없이도 위험공유 인정
전원합의체는 특히 다음 법리를 명확히 했습니다. 가해자가 재해근로자(근로기준법상 근로자뿐만 아니라 산재보험법 제91조의15에서 정한 노무제공자를 포함한다)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닌 때에도, 재해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그 사업주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와 재해근로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해자와 재해근로자가 한 작업은 지휘·명령을 한 사업주가 행하는 사업에 편입되어 그 일부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다. 본문과 단서의 판단기준 일원화
전원합의체는 종전 판례가 제87조 제1항 본문과 단서의 판단기준을 이원화하여 ‘보험료 부담관계'(본문)와 ‘위험공유'(단서)라는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온 것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일한 위험을 공유하는지라는 단일 기준 아래,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재해근로자와 공동작업을 한 경우 본문의 제3자에서 제외되고, 사업주를 달리하여 지휘·명령을 받지 않으면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행하는 경우에는 단서가 적용되어 대위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통일적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라. 이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
위험공유 법리는 가해자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작업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가해자가 전혀 다른 사업주의 지시를 받거나, 현장과 무관한 외부인이라면 제3자에 해당하여 공단의 대위권 행사 대상이 됩니다. 또한 책임보험자는 위험공유 법리와 무관하게 여전히 제3자에 포함됩니다(대법원 2006다60793 판결 참조).
기존 법리는 왜 변경되었나요?
가. 기존 판례의 내용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6다32910 판결 등)는, 건설기계 임대인 등이 원수급인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도 아니고 하수급인에도 해당하지 않아 직·간접적으로 재해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으므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단의 대위권 행사를 허용했습니다. 즉 ‘산재보험관계의 유무’가 판단 기준이었습니다.
나. 변경 이유
전원합의체는 기존 법리가 다음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보험료 부담관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제도로서의 성격에 맞지 않습니다. 산재보험은 사업에 내재하는 위험으로 발생하는 업무상 재해의 비용을 산업과 사회 전체가 분담하도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 제87조 제1항 본문과 단서의 판단기준을 이원화함으로써, 동일한 위험을 공유하는 건설기계 임대인 등을 동료 근로자·하수급인과 달리 취급하는 불합리가 발생합니다.
-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고유한 위험이 발현된 것인데도 보험가입 단위를 달리한다는 형식적 이유로 위험을 함께 감수한 가해자에게 책임을 전적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사업에 내재하는 위험을 불합리하게 외주화하는 결과를 야기합니다.
이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 2006다32910 판결, 2006다27093 판결, 2006다44760 판결 및 그와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을 그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했습니다.
이 판결들의 실무적 의미는 무엇인가요?
가. 건설기계 기사의 구상금 소송 리스크 해소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현장에 투입되어 작업하는 건설기계 기사(굴삭기, 지게차, 크레인 기사 등)는 단순히 독립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산재 구상금 소송의 피고가 될 수 없습니다. 위험공유 법리가 적용되어 공단의 대위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나. ‘근로자 여부’ 기준의 폐기
종전 일부 하급심에서 채택하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를 제3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논리는 명시적으로 배척되었습니다. 독립 사업자라도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동일 사업에 편입되어 작업하는 한, 재해근로자와 위험을 공유한 것으로 봅니다.
다. 다단계 도급 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
아래 표는 이 판결들에서 확인된 위험공유 여부에 따른 제3자 해당 여부 판단 기준을 정리한 것입니다.
| 가해자의 지위 | 제3자 해당 여부 | 공단 대위권 |
|---|---|---|
| 동일 사업주 소속 동료 근로자 | 제3자 아님 | 행사 불가 |
| 하수급인 또는 하수급인 소속 근로자 | 제3자 아님 | 행사 불가 |
|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작업한 건설기계 임대인 등 | 제3자 아님 (신 법리) | 행사 불가 |
| 사업주의 지휘·명령과 무관한 외부인 | 제3자 | 행사 가능 |
| 책임보험자 | 제3자 | 행사 가능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기존 법리는 어떠했나요?
종전 판례(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6다32910 판결 등)는 건설기계 임대인 등이 원수급인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도 아니고 하수급인에도 해당하지 않아 직·간접적으로 재해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가 없으므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단의 대위권 행사를 허용했습니다. 전원합의체는 이 판례들을 명시적으로 변경했습니다.
Q. ‘위험공유’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가해자가 재해근로자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닌 때에도, 재해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그 사업주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와 재해근로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하였다고 봅니다. 가해자와 재해근로자가 한 작업은 지휘·명령을 한 사업주가 행하는 사업에 편입되어 그 일부를 이루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22다214040 전원합의체 판결).
Q. 건설기계 대여업자가 같은 현장에서 재해를 유발한 경우, 공단의 구상금 청구가 허용되나요?
아닙니다.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동일 사업에 편입되어 작업한 건설기계 대여업자는 재해근로자와 위험을 공유한 자이므로 제3자에 해당하지 않고, 공단의 구상금 청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6. 4. 2. 선고 2022다250008 판결).
Q.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과 단서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전원합의체는 본문의 제3자 판단과 단서의 적용 여부 판단 모두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의 공유 여부’라는 단일 기준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작업한 경우 본문의 제3자에서 제외되고, 사업주를 달리하여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행한 경우에는 단서가 적용됩니다.
Q. 보험료 부담관계가 달라도 위험공유가 인정될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전원합의체는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대위권의 행사범위는 보험료 부담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대법원 2022다214040 전원합의체 판결).
Q. 책임보험자도 위험공유 법리로 면책되나요?
아닙니다. 전원합의체는 건설기계 임대인과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는 위험공유 법리와 무관하게 여전히 제3자에 포함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자동차손배법 제10조 제1항 및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한 직접청구권은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22다214040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에 관한 법적 분석이나 산재 구상금 소송 대응 전략에 대한 법률 자문이 필요하신 경우, 법무법인 아틀라스(032-864-8300, info@atlaw.kr)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법무법인 아틀라스는 기업분쟁 및 산업재해 관련 법률 문제를 전문으로 다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