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해설 — 풀래칫·가중평균부터 상장사 규제까지
해설
목차
리픽싱은 벤처투자·메자닌 계약에서 가장 분쟁이 잦은 조항입니다. ‘리픽싱이 있다’보다 ‘어떤 방식이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전환사채(CB)·전환우선주(CPS·RCPS)·신주인수권부사채(BW)에는 대부분 리픽싱 조항이 들어갑니다. 이 조항 하나가 창업자의 지분 희석 폭, 회사의 자금 부담, 심지어 재무제표의 손익까지 좌우합니다. 이 글은 앞선 시리즈에서 짧게 다룬 리픽싱을 방식·계산·규제·회계까지 한자리에서 정리한 심화편입니다.
- 2026년 개정, 무엇이 바뀌었나
- 전환우선주(CPS) 투자·주주간계약서 해설
-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주주간계약서 해설
- 보통주 투자·주주간계약서 해설
- 전환사채(CB) 투자계약서 해설
-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계약서 해설
- [심화]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해설 (현재 글)
1.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란 무엇인가요?
리픽싱(refixing)은 전환사채·전환우선주·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최초에 정한 전환가액(또는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을 일정 사유가 생기면 사후에 조정하는 조항입니다. ‘고정했던 가격을 다시 고정한다’는 뜻으로, 영미권의 희석방지 조정(anti-dilution adjustment)에 해당합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전환으로 받는 주식 수 = 투자원금 ÷ 전환가액이므로, 전환가액이 내려가면 같은 투자금으로 더 많은 주식을 받습니다. 그만큼 기존 주주, 특히 창업자의 지분은 더 희석됩니다.
2. 왜 두나요? — 투자자의 하방 보호
리픽싱은 철저히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로, 두 가지 위험을 방어합니다.
- 다운라운드 위험 — 다음 투자가 내 전환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이루어지면 나는 비싸게 산 셈이 됩니다. 리픽싱이 이 손해를 보전합니다.
- 주가 하락 위험(상장사) — 상장사 CB·BW는 주가가 전환가액 아래로 떨어지면 전환이 무의미해지므로, 시가에 맞춰 전환가액을 낮춥니다.
3. 리픽싱을 촉발하는 사유는 무엇인가요?
| 트리거 유형 | 내용 | 주로 나타나는 곳 |
|---|---|---|
| 다운라운드(희석) | 후속 투자가 기존 전환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이루어짐 | 비상장 벤처 |
| 시가 하락 | 상장 주가 하락 → 시가 기준 전환가액 하향 | 상장사 CB·BW |
| 자본거래 | 무상증자, 주식분할, 주식배당, 시가 미만 유상증자 등 | 공통 |
| 주가 상승(상향 리픽싱) | 하향했던 전환가액을 주가 회복 시 다시 상향 | 상장 사모 CB(2021년 이후 의무) |
4. 풀 래칫과 가중평균은 어떻게 다른가요?
다운라운드 리픽싱은 조정 강도에 따라 두 방식으로 나뉩니다. 이것이 협상의 핵심입니다.
① 풀 래칫(Full Ratchet) — 기존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
신규 발행가로 전환가액을 그대로 끌어내립니다. 신규 발행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최저가에 맞추므로 창업자와 리픽싱 보호가 없는 다른 기존 주주(초기 투자자·임직원 스톡옵션 포함)에게 가장 불리하며, 벤처 실무에서는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② 가중평균(Weighted Average) — 실무 표준
신규 발행 규모(주식 수)를 반영해 부분적으로만 조정합니다. 소량 발행이면 조정폭도 작습니다. 분모에 스톡옵션·워런트 등 완전희석 물량까지 넣는 광범위 기준(broad-based)은 조정폭이 작아 창업자에 유리하고, 발행주식만 넣는 협소 기준(narrow-based)은 조정폭이 커 투자자에 유리합니다.
리픽싱이 발동되면 누가 웃고 누가 우나
리픽싱은 그 조항을 가진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다운라운드가 나면 그 투자자의 전환가액이 내려가 전환 시 더 많은 주식을 받고, 신주를 새로 찍는 게 아니라 같은 회사 지분을 나눠 갖는 것이므로 그만큼 나머지 사람들의 지분이 희석됩니다.
| 구분 | 다운라운드 리픽싱이 발동되면 |
|---|---|
| 리픽싱 조항을 가진 (기존) 투자자 | 전환가액 하락 → 더 많은 주식 확보 (이득) |
| 창업자·경영진(보통주) | 지분 희석 (불리) |
| 리픽싱이 없는 다른 기존 주주·임직원(스톡옵션) | 지분 희석 (불리) |
| 이번 라운드 신규 투자자 | 이미 낮은 가격에 참여 (영향 없음) |
같은 다운라운드라도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전제: 기존 전환가액 10,000원 / 발행 전 주식 100,000주 / 신규 발행가 5,000원에 20,000주 발행(조달 1억원)
| 방식 | 계산 | 조정 후 전환가액 |
|---|---|---|
| 조정 없음 | — | 10,000원 |
| 가중평균 | 10,000 × (100,000 + 10,000) ÷ (100,000 + 20,000) | 약 9,167원 |
| 풀 래칫 | 신규 발행가 그대로 | 5,000원 |
이 계산식은 왜 이렇게 나올까?
가중평균의 핵심은 한 문장입니다. ‘회사 주식 전체의 평균 몸값’으로 전환가액을 다시 맞춘다.
우리 예시에는 두 종류의 주식이 섞여 있습니다.
- 기존 주식 100,000주 — 한 주에 10,000원짜리
- 신규 주식 20,000주 — 한 주에 5,000원짜리
이 12만 주의 평균 가격을 내보면, (100,000주 × 10,000원) + (20,000주 × 5,000원) = 10억 + 1억 = 11억원이고, 11억원 ÷ 120,000주 = 약 9,167원입니다. 값싼 주식이 섞여 들어오면서 회사 주식 한 주의 ‘평균 몸값’이 10,000원에서 9,167원으로 내려갔고, 전환가액도 딱 그만큼 내려줍니다. 이것이 가중평균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 기존 전환가 × (A+B) ÷ (A+C)도 결국 같은 계산으로, 신규 발행가를 직접 쓰는 대신 ‘이 1억원을 원래 가격(10,000원)에 받았다면 몇 주였을까(=10,000주, 공식의 B)’로 바꿔 넣었을 뿐 결과는 똑같이 9,167원입니다.
왜 이 방식이 공정할까요? 신규 발행이 회사 전체에 비해 소량이면 평균이 거의 움직이지 않아 조정폭도 작고, 대량이면 평균이 크게 내려가 조정폭도 커집니다. 즉 ‘이번 다운라운드가 회사 규모에 비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를 반영합니다. 반면 풀 래칫은 이 평균을 아예 내지 않고, 신규 발행이 단 1주라도 그 최저가(5,000원)에 전환가액을 그대로 맞춰버립니다. 그래서 규모를 무시한 채 무조건 최대폭으로 깎이며, 기존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이 되는 것입니다.
가중평균은 전환가액이 8%가량만 내려가지만, 풀 래칫은 절반으로 떨어져 투자자가 두 배 가까운 주식을 받게 됩니다. ‘리픽싱이 있다’보다 ‘어떤 방식이냐’가 훨씬 중요한 이유입니다.
5. 상장사에는 어떤 규제가 있나요?
비상장 벤처는 계약자유로 자유롭게 정하지만, 상장사 CB·BW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의 규제를 받습니다.
- 하향 하한 — 전환가액 하향 조정의 하한은 원칙적으로 최초 전환가액의 70%입니다. 그 아래로 내리려면 정관 근거 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 상향 리픽싱 의무(2021. 12. 시행) — 과거 사모 CB에서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액을 낮추고, 주가가 회복돼도 그대로 두어 특정 투자자가 저가에 대량 주식을 취득하는 편법이 문제됐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시가 하락으로 하향 조정했으면 주가 회복 시 최초 전환가액 한도 내에서 다시 상향 조정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사모 발행 대상, 공모는 제외). 같은 개정에서 콜옵션 규제도 도입되었습니다.
6. 회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리픽싱은 회계처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전환권이 자본으로 인정되려면 ‘확정 수량의 주식을 확정 금액과 교환(fixed-for-fixed)’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리픽싱은 전환가액(=주식 수)이 변동하므로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전환권이 자본이 아니라 파생상품부채로 분류되어, 매 결산기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그 변동을 손익으로 인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역설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부채 평가액이 커져 회계상 손실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실제 처리 여부는 조건과 기준 적용에 따라 달라지므로 감사인과의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7. 창업자·회사의 협상 포인트는?
서명 전 반드시 짚어야 할 것들입니다.
- 풀 래칫은 배제하고 가중평균(가능하면 broad-based)으로
- 하한(floor) 설정 — 무한정 내려가지 않도록 바닥 가격을 둠
- 적용 제외(carve-out) — 스톡옵션 풀, 전략적 제휴·M&A용 발행 등은 트리거에서 제외
- 적용 기간 한정 — 리픽싱 유효기간을 두어 무기한 노출 방지
- 연대책임과의 결합 확인 및 회계 영향(파생상품부채) 사전 검토
정리하면, 리픽싱은 ‘투자자의 하방을 창업자의 지분으로 메우는 장치’이고, 그 강도는 방식(풀 래칫 vs 가중평균)·기준(broad vs narrow)·하한·제외조항에서 결정됩니다. 법무법인 아틀라스는 리픽싱 조항의 방식과 범위를 조항별로 검토해 지분 영향과 협상 전략을 함께 정리하는 자문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파일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가 배포하는 2026. 4. 개정 표준계약서 서식입니다. 실제 계약 체결 시에는 개별 딜의 사정에 맞춘 검토·수정이 필요하며, 본 자료는 참고 목적의 서식 제공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리픽싱이 있으면 무조건 창업자에게 불리한가요?
A. 리픽싱은 투자자 보호 장치여서 기본적으로 창업자 지분 희석을 키웁니다. 다만 조정 방식(풀 래칫 대신 가중평균), 하한 설정, 적용 제외 조항 등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협상이 중요합니다.
Q. 풀 래칫과 가중평균 중 무엇이 표준인가요?
A. 벤처 실무에서는 가중평균이 표준이며, 풀 래칫은 창업자에게 가장 불리해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중평균 중에서도 광범위 기준(broad-based)이 창업자에게 유리합니다.
Q. 상장사는 전환가액을 얼마까지 낮출 수 있나요?
A.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상 하향 조정의 하한은 원칙적으로 최초 전환가액의 70%입니다. 그 아래로 내리려면 정관 근거 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합니다.
Q. 상향 리픽싱은 무엇인가요?
A. 시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을 낮춘 뒤 주가가 회복되면 최초 전환가액 한도 내에서 다시 올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2021년 12월 시행된 규정 개정으로 사모 발행 전환사채 등에 의무화되었습니다(공모 제외).
Q. 리픽싱이 회계에 영향을 주나요?
A. 줄 수 있습니다. 리픽싱으로 전환가액이 변동하면 K-IFRS의 fixed-for-fixed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전환권이 파생상품부채로 분류되고, 평가손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감사인과의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리픽싱 조항 검토·협상에 관해 법무법인 아틀라스에 문의하시려면 032-864-8300 또는 info@atlaw.kr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