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 자산화 허위공시 손해배상





기업분쟁

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았더니 분식이 됐습니다
대표이사·공시담당자까지 배상 책임
김태진 ·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아틀라스
대법원 2026. 6. 5. 선고 2024다300921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4. 9. 26. 선고 2023나2052902, 2023나2052919(병합) 판결

핵심 답변: 임상 1상 단계 신약의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해 영업이익이 난 것처럼 적은 반기·분기보고서는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의 거짓 기재입니다. 회사뿐 아니라 당시 공동대표이사 2명과 공시담당 직원까지 공동으로 배상해야 하며, 배상액은 손해액의 30%로 제한됐습니다(대법원 2026. 6. 5. 선고 2024다300921 판결).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이 개발 중이던 신약 7개 제품군의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잡았습니다. 그 덕분에 2017년 반기보고서와 3분기보고서에는 영업이익이 났다고 적혔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3월 감사인이 한정의견을 내면서 그해 영업손실이 8억 8,179만원이라고 밝혔고, 주식은 다음 날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주가는 하루 만에 33,850원에서 19,700원으로 40% 넘게 빠졌습니다. 투자자 12명이 회사와 임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8년 가까이 걸린 끝에 2026년 6월 대법원이 상고를 모두 기각해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이 사건이 기업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회계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가 불분명하던 시기의 판단이라도, 객관적 근거를 남겨 두지 못하면 그것은 재량이 아니라 거짓 기재가 되고, 그 책임은 회사를 넘어 대표이사와 실무 담당자 개인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입니다.

1. 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았는데 왜 거짓 기재가 되나요?

회계기준이 허용하는 합리적·객관적 범위를 넘어 자산을 과대평가해 재무제표에 적으면, 그것은 가공의 자산을 계상한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사실과 다른 허위의 기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이 기준을 써 왔습니다. 기업회계기준에서 허용하는 합리적·객관적 범위를 넘어 자산을 과대평가하여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에 기재하는 것은 가공의 자산을 계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사실과 다른 허위의 기재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86709 판결).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쓴 표현도 동일합니다. 회사가 K-IFRS에서 허용하는 합리적·객관적 범위를 넘어 무형자산을 과대계상했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된 회계기준은 K-IFRS 제1038호 무형자산입니다. 이 기준은 무형자산의 창출과정을 연구단계와 개발단계로 나누고, 연구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발생 시점에 전부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합니다. 개발단계에 이르더라도 아래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 그 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
  • 완성하여 사용하거나 판매하려는 기업의 의도
  •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
  • 미래경제적 효익을 창출하는 방법
  •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재정적 자원의 입수가능성
  •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능력

연구단계와 개발단계를 구분할 수 없다면 발생한 지출은 모두 연구단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봅니다. 즉 불분명하면 비용이 원칙입니다.

그리고 이 기재가 거짓인지는 기재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의 중요사항이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이나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하고,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나 누락이 있는지는 그 기재·표시나 누락이 이루어진 시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2다16063 판결).

2. 대법원 2024다300921 판결은 어떤 사건인가요?

임상 1상 또는 1/2a상 단계에 있던 신약 7개 제품군의 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아 영업이익을 부풀렸다가, 관리종목 지정으로 주가가 폭락하자 투자자 12명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점 내용
2016. 3. 30. / 2017. 3. 31. 2015년·2016년 각 사업보고서 공시 (영업손실 과소계상)
2017. 8. 14. / 2017. 11. 15. 2017년 반기보고서·3분기보고서 공시 — 영업이익 발생으로 기재
2017. 11. 30. 정부의 줄기세포·유전자치료제 연구 규제 완화 발표 → 주가 급등
2018. 1. 9. 투자경고종목 지정 (2018. 1. 22. 주가 40,000원)
2018. 3. 22. 감사인 한정의견 — 2017년 영업손실 881,795,108원,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2018. 3. 23. 관리종목 지정 — 전날 33,850원 → 다음 날 19,700원
2018. 8. 14. 정정 감사보고서 공시 — 2017년 영업손실 4,740,892,837원으로 정정
2018. 11. 28. 증권선물위원회, 회사를 포함한 제약·바이오 10개사에 경고·시정 등 계도조치
2019. 2. 25. 관리종목 지정 해제
2026. 6. 5. 대법원, 원고와 피고 양쪽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확정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9. 14. 선고 2019가합529501, 2019가합582199(병합) 판결)은 회사와 공동대표이사 2명, 공시담당 직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다른 이사 1명과 회계감사인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4. 9. 26. 선고 2023나2052902, 2023나2052919(병합) 판결)은 책임을 인정하되 손해액 산정과 책임제한을 다시 하여 제1심 판결을 변경했고, 대법원이 이를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참고로 신약 개발은 신약후보물질 발굴 → 전임상 → 제1상 → 제2상 → 제3상 임상시험 → 정부 판매승인 → 판매 시작의 순서를 따르는데, 최종 성공률은 전임상 단계에서 1%, 제1상에서 10%, 제2상에서 15%, 제3상에서 50%입니다. 법원이 임상 1상 단계의 지출을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배경입니다.

3. 감독지침이 없던 시절의 회계처리에도 책임을 지나요?

집니다. 금융감독원의 2018. 9. 19.자 감독지침은 원칙 중심인 회계기준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고, 무형자산의 인식요건을 새로 만들거나 강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공시 당시에는 개발비 자산화에 관한 금융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없었고, 사후에 나온 권고적 성격의 지침을 근거로 소급해서 허위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한국회계기준원장이 법원에 회신한 내용입니다. 2022. 9. 22.자 감독지침은 2018. 9. 19.자 지침에서 불분명하던 내용을 명확히 한 것일 뿐 완화한 것이 아니고, 감독지침을 통해 회계기준을 완화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 지침 이전의 국내 실무입니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K-IFRS와 무형자산 인식요건이 동일한 종전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아래에서도 제3상 임상시험 단계에 이르러야 인식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금융감독원이 2011년 12월 K-IFRS 도입을 앞두고 “회사가 타당한 근거 하에 회계처리를 변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무제한의 재량을 인정한 취지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제3상 임상시험을 자산화 시점으로 삼는 관행이 있음을 전제로,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그보다 보수적으로 정부 판매승인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해서 굳이 거기에 맞출 필요는 없다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2018. 9. 19.자 감독지침의 내용 자체도 회사에 유리하지 않았습니다. 신약은 원칙적으로 제3상 임상시험 개시 승인 단계부터, 바이오시밀러는 제1상 임상시험 개시 승인 단계부터 기술적 실현가능성이 인정되며, 그 이전 단계에서 자산화하려면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2022년 지침에서 임상 1상 개시 승인 전 지출도 자산화할 수 있다고 한 부분은 신약이 아니라 바이오시밀러에 관한 내용입니다.

4. 회사 내부 회계처리 기준을 세워 두면 방어가 되나요?

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회사가 만든 내부 기준을 주관적 기준에 불과하다고 보았고, 동종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기준이라고 볼 증거도 없다고 했습니다.

회사는 “전임상 단계를 통과하고 제품화 가능성이 높은 신약 제품군에 관하여 발생한 지출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는 내부 회계처리 기준을 만들어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1상 또는 제1/2a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던 7개 신약 제품군을 그 기준에 따라 자산으로 인식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세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그 내부 기준은 주관적 기준에 불과하다. 동종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기준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 그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도 회계기준이 정한 6가지 인식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결정적으로 회사는 금융감독원의 테마감리 과정에서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고, 스스로 오류를 인정해 재무제표를 재작성한 뒤 정정공시까지 했습니다.

회사가 내세운 개별 사정들도 모두 배척됐습니다. 제2상 임상시험 후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는 기술적 실현가능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습니다. 기술이전 가능성 역시 계약 체결 여부가 불확실하고 조건에 따라 회계처리가 달라지므로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2023년에 실제로 체결된 기술이전계약에 대한 판단입니다. 법원은 거짓 기재 여부는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작성 당시에는 계약이 없었고, 계약 체결 시점에도 여전히 제1/2상 임상 단계였다는 점만으로 개발단계나 기술적 실현가능성이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과가 좋았다고 과거의 회계처리가 정당해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5. 회사 말고 대표이사 개인도 배상해야 하나요?

배상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회사와 함께 배상책임을 진 사람은 당시 공동대표이사 2명과 공시담당 직원 1명입니다.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은 보고서 제출인인 회사, 제출 당시의 이사, 그리고 이사의 이름으로 보고서 작성업무를 집행한 자를 배상의무자로 규정합니다. 이 사건의 공시담당자는 이사가 아니라 직원이었지만, 이사의 이름으로 보고서 작성업무를 집행했다는 이유로 함께 책임을 졌습니다.

면책은 쉽지 않습니다. 배상의무자가 책임을 면하려면 자신이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거짓 기재를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여기서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알 수 없었음을 증명한다는 것은 자신의 지위에 따라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사를 한 후 그에 의하여 거짓 기재가 없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믿었음을 증명하는 것을 뜻합니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다202146 판결).

같은 판결은 대표이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 수준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는 회계부정이나 오류를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에 적발·시정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감시·감독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면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운영되었는지는 제도나 직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면책을 주장하는 이사 등이 이를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공동대표이사 2명과 공시담당자가 개발 중인 신약의 무형자산 인식요건 충족 여부를 잘 알거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고, 객관적 입증자료나 합리적 근거 없이 만연히 지출을 자산으로 계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6. 이사인데도 책임을 지지 않은 사람은 왜 빠졌나요?

문제가 된 반기·분기보고서에 서명하지 않았고, 그 외에 다른 사내이사·사외이사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 상당한 주의 항변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제1심의 피고는 여섯이었습니다. 회사, 공동대표이사 2명, 공시담당 직원, 다른 이사 1명, 그리고 회계감사인입니다. 이 중 뒤의 두 사람에 대한 청구가 기각됐습니다.

피고 지위 제1심 결과
회사 보고서 제출인 인용
공동대표이사 A 2017. 4. 취임, 2019. 3. 사임 인용
공동대표이사 B 2014. 3. 취임, 2018. 3. 사임 인용
공시담당자 C 보고서 작성·제출 담당 직원 인용
이사 D 2015년 사업보고서 작성·제출 담당 기각
회계감사인 2010~2017년 외부감사 기각

이사 D가 빠진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문제의 반기·분기보고서 작성 당시 회사에는 그 밖에도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2명이 있었고, D는 그 보고서들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점을 근거로 D가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거짓 기재를 알 수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D가 실제로 작성·집행한 것은 2015년 사업보고서인데, 뒤에서 보듯 2015·2016년 사업보고서의 거짓 기재는 손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회계감사인이 빠진 이유는 다릅니다. 2017년 반기보고서는 외부감사인의 개입 없이 회사가 단독으로 작성·제출한 것으로 인정되어 감사인이 재무제표의 진실·정확을 증명하여 서명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감사보고서와 검토보고서에 거짓 기재가 있다는 점은 인정되었지만 투자자들이 그 감사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샀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이사와 감사인은 책임의 근거 조문도, 면책의 구조도 다르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7. 배상액은 어떻게 계산되고 왜 30%만 인정됐나요?

취득가격에서 처분가격 또는 정상주가를 뺀 금액이 손해액으로 추정되고, 여기에 공평의 원칙에 따른 책임제한 30%가 적용됐습니다.

손해액의 추정과 정상주가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3항에 따라 배상할 금액은 실제로 지급한 취득가격과 변론종결 시 시장가격(변론종결 전에 처분했다면 처분가격)의 차액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거짓 기재가 밝혀진 뒤 충격이 가라앉고 부양된 부분이 모두 제거되어 정상적인 주가가 형성되면, 그 이후의 주가 변동은 거짓 기재와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이 경우 손해액은 매수가격에서 정상주가 형성일의 주가를 뺀 금액이 됩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86709 판결).

이 사건에서 감정인은 사건연구(event study) 방법으로 관리종목 지정의 영향이 배제된 정상주가를 2018. 10. 10.자 20,900원으로 산정했습니다. 회사 측은 독립변수를 코스닥종합주가지수가 아니라 유사 회사들의 주가로 삼았어야 하고 추정기간도 부적절하다고 다퉜지만, 법원은 독립변수 선정은 연구자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고 지정일 전 3년이라는 추정기간이 신뢰도에 결정적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멀지 않다고 보아 감정 결과를 그대로 채택했습니다.

취득대금
관리종목 지정 전 매수분
20,900원 × 주식수
정상주가 기준 보유가치
×
30%
책임제한
=
인용금액
원고별 산정

인과관계가 부정된 부분

거짓 기재가 있었다고 해서 전부가 손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2015·2016년 각 사업보고서에 관하여는 손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했습니다. 그 보고서들에는 영업손실의 구체적 액수가 과소기재되었을 뿐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공시되어 있었으므로,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을 이유로 한 관리종목 지정 및 그로 인한 주가 급락과는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반기·분기보고서에 대해서는 인과관계 부존재 증명이 실패했습니다. 회사 측은 반기·분기보고서는 사업연도 전체가 아니어서 관리종목 지정과 무관하고, 주가 등락은 정부 발표에 따른 업계 전반의 급등락 과정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반기와 3분기 모두 영업이익이 났다고 적혀 있으면 투자자는 4분기에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사업연도 전체에 영업이익이 날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테마주 과열이 진정되면서 주가가 내렸을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은 주가 하락의 원인이 거짓 기재 때문인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증명에 불과하여 손해액 추정을 깨뜨리지 못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다243163 판결).

왜 30%인가

손해액을 추정하고 증명책임을 배상의무자에게 전환하는 조항이 적용되는 소송에서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은 그대로 적용되므로,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제한이 가능합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법원이 든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매수 이후 손해 발생까지 주식시장·바이오업계의 전반적 변화 등 다른 요인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그 부분을 기술적으로 구분하기 곤란함
  • 2017년 이전에 이미 3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한 상황이었고, 투자자들도 이를 알 수 있었음
  • 2017. 11. 30. 규제완화 발표 이후 줄기세포 테마주 열풍으로 급등해 2018. 1. 9.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었고, 원고들은 그 무렵부터 주식을 취득하기 시작함
  • 공시 당시 개발비 자산화에 관한 금융감독당국의 명확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었음
  • 금융감독원이 중한 사안으로 보아 형사고발하지 않고 경고 조치에 그침

원고들은 고의의 분식회계이므로 책임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라도 가해자가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되어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한 책임제한이 가능하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고의의 분식회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이 원고별로 산정한 손해액을 합하면 약 39억 8,400만원이고, 그 30%가 지연손해금과 함께 인용됐습니다.

8. 손해배상 청구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사업보고서 제출일부터 3년입니다. 여기서 안 날은 주가가 폭락한 날이 아니라 어느 보고서에 어떤 거짓 기재가 있는지 특정할 수 있게 된 날입니다.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5항의 제척기간은 짧습니다. 그래서 기산점을 언제로 보느냐가 사건의 승패를 가릅니다. 이 사건에서 회사 측은 원고 중 1명에 대해 관리종목 지정일인 2018. 3. 23. 무렵, 늦어도 정기주주총회에서 비상경영 대책이 논의된 2018. 3. 30. 무렵에는 허위 기재를 알았으므로 1년이 지난 뒤 제기된 소는 부적법하다고 항변했습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해당 사실을 안 날이란 청구권자가 사업보고서 등의 허위 기재나 기재 누락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한 때를 말하는데,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려면 거짓 기재가 있는 특정 보고서와 그 작성에 관여한 이사를 상대방으로 특정해야 하므로, 어느 보고서가 문제인지를 인식했거나 일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야 현실적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4. 8. 29. 선고 2022다228407 판결).

이 기준에 따르면 2018년 3월 무렵에는 “감사인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2017년 영업손실이 8억여원으로 정정되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을 뿐, 어느 보고서의 어떤 항목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는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보고서에 어떤 거짓 기재가 있는지 일반인의 관점에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은 정정 감사보고서가 공시된 2018. 8. 14.입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2019. 4. 30. 제기된 소는 적법하다고 판단됐고, 대법원은 이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투자자에게는 폭락 시점이 아니라 정정공시 시점이 기산점이 되어 시간을 벌어 주지만, 회사와 임원에게는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상당 기간 청구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상 1상 단계 신약의 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으면 무조건 거짓 기재인가요?

A. 무조건은 아닙니다. 다만 K-IFRS 제1038호가 정한 6가지 인식요건, 특히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그 입증에 실패하면 거짓 기재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테마감리 과정에서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고, 스스로 오류를 인정해 재무제표를 재작성했습니다(대법원 2026. 6. 5. 선고 2024다300921 판결).

Q. 2018년 9월 감독지침 이전의 회계처리에 소급해서 책임을 묻는 것인가요?

A. 소급이 아닙니다. 법원은 2018. 9. 19.자 감독지침이 원칙 중심인 K-IFRS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고 무형자산의 인식요건을 변경하거나 강화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한국회계기준원장도 감독지침을 통해 회계기준을 완화할 수 없다는 취지로 법원에 회신했습니다. 지침이 없던 시기에도 회계기준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Q. 회사 내부 회계처리 기준을 만들어 두었다면 면책되나요?

A. 면책되지 않습니다. 법원은 “전임상 단계를 통과하고 제품화 가능성이 높은 제품군의 지출을 자산으로 인식한다”는 회사의 내부 기준을 주관적 기준에 불과하다고 보았고, 동종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기준이라고 볼 증거가 없으며 그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회계기준의 6가지 인식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Q. 사업보고서가 아니라 반기·분기보고서인데도 책임을 지나요?

A. 집니다.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은 사업보고서뿐 아니라 반기보고서·분기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를 모두 대상으로 합니다. 법원은 반기와 3분기 모두 영업이익이 났다고 기재되어 있으면 투자자로서는 4분기에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사업연도 전체에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아, 반기·분기보고서의 거짓 기재와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Q. 대표이사와 공시담당 직원 개인도 배상해야 하나요?

A. 해야 합니다.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1항은 보고서 제출인인 회사, 제출 당시의 이사, 이사의 이름으로 보고서 작성업무를 집행한 자를 배상의무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동대표이사 2명과 이사가 아닌 공시담당 직원 1명이 회사와 공동으로 배상책임을 졌습니다.

Q. 이사인데도 책임을 지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는데 왜 그런가요?

A. 문제가 된 반기·분기보고서에 서명하지 않았고, 그 무렵 회사에 다른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2명이 있었다는 사정이 인정되어, 상당한 주의를 하였음에도 거짓 기재를 알 수 없었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만 이는 개별 사실관계에 따른 판단이며, 이사라는 이유만으로 서명하지 않으면 항상 면책된다는 취지는 아닙니다.

Q. 회계법인에 대한 청구는 왜 기각됐나요?

A. 2017년 반기보고서는 외부감사인의 개입 없이 회사가 단독으로 작성·제출한 것으로 인정되어 감사인이 재무제표의 진실·정확을 증명하여 서명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감사보고서와 검토보고서에 거짓 기재가 있다는 점은 인정되었으나 투자자들이 그 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매수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감사인의 책임은 이사의 책임과 근거 조문과 요건이 다릅니다.

Q. 배상액은 어떻게 계산되나요?

A. 취득가격에서 처분가격을 뺀 금액, 계속 보유 중이라면 취득가격에서 정상주가를 뺀 금액이 손해액으로 추정됩니다. 이 사건의 정상주가는 사건연구(event study) 감정에 따라 2018. 10. 10.자 20,900원으로 인정됐고, 여기에 책임제한 30%가 적용됐습니다. 원심이 원고별로 산정한 손해액 합계는 약 39억 8,400만원입니다.

Q. 손해배상 청구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A. 해당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사업보고서 제출일부터 3년입니다. 여기서 안 날은 어느 보고서에 어떤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가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 날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관리종목 지정일이 아니라 정정 감사보고서가 공시된 2018. 8. 14.이 기산점으로 인정됐습니다(대법원 2024. 8. 29. 선고 2022다228407 판결).

Q. 나중에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면 과거의 자산화가 정당했다고 인정되나요?

A. 인정되지 않습니다. 거짓 기재 여부는 기재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2다16063 판결). 이 사건에서 일부 파이프라인은 2023년 기술이전계약이 체결됐지만, 법원은 보고서 작성 당시에는 계약이 없었고 계약 체결 시점에도 여전히 제1/2상 임상 단계였다는 점만으로 기술적 실현가능성이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문과 현행 법령을 토대로 정리한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연구개발비 자산화의 적법성과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파이프라인의 임상 단계, 내부 문서로 남긴 근거 자료의 수준, 공시 시점의 시장 상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개별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김태진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아틀라스

김태진 | 대표변호사
기업 자문, 기업 분쟁, 기업 형사 전문 변호사
(전)검사 | 사법연수원 33기
고려대학교 법학 학사·형법 석사,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법학석사(LL.M.)
법무법인 아틀라스 | 인천 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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