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거래 사기, 넘긴 차와 받은 돈은 돌려받을 수 있나요?
대법원 2025다219380 판결로 본 계약 불성립과 동시이행
목차
중고차를 팔려고 내놓았을 뿐인데, 어느 날 차도 사라지고 받은 돈도 사라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매수인을 사칭한 사기범이 매도인과 매매상을 동시에 속이고, 매도인이 ‘받은 돈을 다시 보내면 더 큰 돈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송금하는 순간 피해는 돌이키기 어려워집니다. 이 사건이 바로 그런 구조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자동차는 매매상에게 넘어갔고 매매대금은 매도인 계좌로 들어왔지만, 매도인은 그 돈을 사기범이 지정한 계좌로 다시 보냈습니다. 그렇다면 매도인은 차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받은 돈부터 반환해야 할까요? 1심과 항소심의 결론이 엇갈렸고, 대법원이 이를 정리했습니다. 핵심은 ‘매매계약이 성립했는가’와 ‘매매대금이 매도인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는가’라는 두 가지 쟁점이며, 그 출발점에는 2001년 대법원이 세운 계약성립의 법리가 있습니다.
1. 어떤 사건이었나요?
사기범(성명불상자)이 매도인 X와 중고차 매매상 Y를 각각 사칭·기망하여, X는 차량과 서류를 Y에게 넘기고 Y는 매매대금 3,850만 원을 X 명의 계좌로 지급했으나, X가 그 돈을 사기범이 지정한 계좌로 다시 송금하면서 분쟁이 시작된 사건입니다.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원고를 X, 피고를 Y로 익명화하였습니다).
- X는 2021년식 G80 승용차(지분 99%)의 소유자로, 2023. 11.경 중고거래 플랫폼에 판매희망가격 4,700만 원으로 매물을 등록했습니다.
- 2023. 11. 13. 성명불상자가 Y를 사칭하여 X에게 “차를 매수하겠다”며 차량 이전에 필요한 서류와 자동차를 Y의 사업장으로 가져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같은 날 성명불상자는 Y에게 자동차를 매도하겠다고 제안했고, Y는 이를 3,850만 원에 매수하기로 했습니다.
- 성명불상자는 X에게 “소유자가 직접 차를 가져오면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려우니 탁송기사인 것처럼 행동해 달라”고 요청했고, X는 이에 따라 탁송기사인 것처럼 차량등록증·본인서명사실확인서와 자동차를 Y에게 인도한 뒤 인근에서 대기했습니다.
- Y는 위 서류와 자동차를 인도받고, 성명불상자가 알려준 X 명의 계좌로 3,85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 성명불상자는 X에게 “세금 때문에 그러니 3,850만 원이 입금되면 다시 보내 달라, 그러면 4,700만 원을 보내주겠다”고 했고, X는 받은 3,850만 원 전액을 성명불상자가 알려준 B 명의 계좌로 다시 송금했습니다.
- 이후 X는 약속한 4,700만 원을 받지 못하자 Y에게 자동차 반환을 요청했으나 Y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이처럼 X와 Y는 서로 직접 협의한 적이 없고 각자 성명불상자와만 연락했습니다. 쟁점은 “Y가 X에게 차를 인도해야 하는가”, 그리고 “인도해야 한다면 X도 받은 3,850만 원을 돌려줘야 하는가(동시이행)”였습니다. 심급별 결론은 아래와 같이 엇갈렸습니다.
| 심급 | 사건번호 | 결론 |
|---|---|---|
| 1심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 2023가단70180 (2025. 1. 21. 선고) | Y는 X로부터 3,850만 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자동차 인도 — 동시이행 인정 |
| 항소심 (대구지방법원) | 2025나301866 (2025. 10. 22. 선고) | X에게 실질적 이득 귀속 부정 → 부당이득반환의무 부정 → Y는 무조건 인도 |
| 상고심 (대법원) | 2025다219380 (2026. 4. 16. 선고) | 매매대금이 X에게 실질적으로 귀속 → 부당이득반환의무 발생 → 원심 파기·환송 |
2. 매매계약은 성립했나요?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X는 4,700만 원에 팔 의사, Y는 3,850만 원에 살 의사로 매매대금에 관한 의사 합치가 없었고, 두 사람은 직접 협의한 적도 없어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법원이 적용한 계약성립의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 합치는 계약의 모든 사항에 관하여 필요한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참조). 또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고 매수인이 그 대금을 지급하는 데 관하여 쌍방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매당사자·매매목적물·매매대금이 본질적 사항이 됩니다(대법원 1996. 4. 26. 선고 94다34432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매매대금이라는 본질적 사항에 의사 합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X와 Y는 이 사건 차량의 매매에 대해 직접 협의한 바가 전혀 없이 각자 성명불상자와만 연락했고, 성명불상자는 X와 Y를 사칭하여 각자의 거래상대방인 것처럼 행세했을 뿐 누구를 대리할 권원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X와 Y 사이에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고,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이상 Y는 원칙적으로 소유자인 X에게 자동차를 인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3. 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면 받은 돈은 어떻게 되나요?
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면 각자 받은 것을 원상회복해야 합니다(민법 제741조 부당이득). 이 사건에서 Y는 자동차를, X는 매매대금 3,850만 원을 서로 반환해야 하고, 두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쌍무계약이 무효이거나 성립하지 않았는데도 쌍방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을 전제로 서로 취득한 것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 어느 한쪽에게만 먼저 반환을 강제하면 공평과 신의칙에 어긋나므로 각 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8533, 208540 판결 참조). 즉 Y의 자동차 인도의무와 X의 매매대금 반환의무는 서로 맞물려 있습니다.
문제는 X가 이미 그 돈을 사기범이 지정한 계좌로 보내버렸다는 점입니다. “돈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X에게 반환의무를 지우는 것이 맞는가”라는 물음에서 항소심과 대법원의 결론이 갈렸습니다.
4. 대법원은 왜 원심을 파기했나요?
대법원은 매매대금이 X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보아, X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부당이득은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된 사람에게 반환의무가 발생한다는 법리를 원심이 오해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이 전제한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갖지 못한 경우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실질적으로 그 이득이 귀속된 이득자에게 반환의무를 발생시키는 제도입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98706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37325, 37332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다242273 판결,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다213838 판결 등 참조). 이를 이 사건에 적용한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 X의 자동차 인도행위와 Y의 금전지급행위는 매매에 따르는 분리할 수 없는 일련의 행위입니다. 자동차가 Y에게 인도되어 실질적으로 귀속된 이상, X에게 지급된 매매대금 역시 이를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습니다.
- 매매대금에 관한 의사합치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아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더라도, 원상회복을 위한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위 거래의 당사자들에게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매매대금이 X에게 실질적으로 귀속하지도 않은 채 곧바로 성명불상자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 X는 이미 자동차를 인도했으므로, 성명불상자의 요청에 따라 매매대금을 반환하면 자동차와 매매대금 중 어느 것도 받지 못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반환은 통상의 거래관념상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거래행위로 볼 수 있고, X가 그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무릅쓰고 반환했다면 이는 매매대금이 X에게 귀속된 이후의 사정이자 별도의 처분행위로 봄이 타당합니다.
- Y는 매수인으로서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확인 등 조치를 취한 반면, X는 더 많은 매매대금을 받을 생각으로 탁송기사인 것처럼 허위의 외관을 조성하여 Y가 이를 신뢰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이행 과정과 각자의 행태에 비추어, X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공평·정의의 이념에도 부합합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고에게 금전적 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동시이행 항변을 배척한 원심이 부당이득의 성립과 이익의 실질적 귀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환송심에서 다시 심리되겠지만, 이 판결로 X는 자동차 인도를 구할 수 있되 받은 3,850만 원을 반환함과 동시에 인도받게 되는 구도로 정리되었습니다. 이는 동시이행을 인정한 1심의 결론과 같은 방향입니다.
5. 2000다51650의 계약성립 법리는 지금도 유효한가요?
그렇습니다. 본질적·중요 사항에 관한 구체적 의사 합치가 있어야 계약이 성립한다는 대법원 2000다51650 판결의 법리는, 이 자동차 사건은 물론 암호화폐 거래 사건 등에서도 계속 인용되며 확인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은 본래 양도담보계약·채권양도계약의 성립이 문제 된 사안이었습니다. 계약서의 계약일자·피담보채무 범위·담보한도액 등 주요 부분이 공란이었고, 핵심인 대환 여부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대법원은 그 계약들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당사자가 의사 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시한 사항에 합의가 없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준이 제시되었습니다.
이 법리는 그 뒤로도 거래 유형을 가리지 않고 적용되고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4. 3. 27. 선고 2023나2042578 판결(손해배상)은 위 2000다51650 판결과 매매계약의 본질에 관한 94다34432 판결을 함께 인용하면서, 매도인은 암호화폐를 매도하려는 의사로, 매수인은 페소화를 매수한다는 의사로 만나 매매목적물에 대한 인식이 아예 달랐던 점 등에 비추어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역시 성명불상자가 개입한 거래였습니다.
정리하면, 대금이든 목적물이든 본질적 사항에 의사 합치가 없으면 외형상 거래가 진행되더라도 계약은 성립하지 않으며, 그 결과 분쟁은 자연스럽게 부당이득·원상회복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2025다219380 판결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 사건입니다.
6. 중고차 거래 사기, 어떻게 예방하나요?
이 사건의 사기 구조는 ‘사기범이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을 사칭’하는 전형적 수법입니다. 거래 상대방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입금된 돈을 다시 보내라는 요구에 응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판결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중고차를 사고팔 때 점검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상대방 본인 확인 — 매수·매도 상대방과 직접(대면 또는 검증된 연락처) 소통했는지 확인합니다. 사기범이 양쪽을 사칭하면 정작 당사자끼리는 한 번도 직접 대화하지 않게 됩니다.
- 가격·목적물 인식 일치 — 내가 생각한 가격·목적물과 상대방의 인식이 같은지 확인합니다. 본질적 사항이 어긋나면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0다51650).
- ‘신분을 숨기라’는 요청 경계 — 소유자가 직접 가면 가격을 못 받는다는 등의 이유로 탁송기사인 척 행동하라는 요청은 위험 신호입니다.
- 입금 후 ‘다시 보내라’는 요구 거부 — 세금·환급 등을 이유로 받은 돈을 제3자에게 재송금하라는 요구는 전형적 사기 수법입니다. 일단 재송금하면 본인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남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5다219380).
- 명의·계좌 점검 — 입금 계좌와 송금 대상 계좌의 명의가 거래 상대방과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 의심 시 즉시 중단·상담 — 이상 징후가 보이면 거래를 멈추고 수사기관과 전문가에게 상담합니다.
이러한 유형은 민사상 부당이득·동시이행과 형사상 사기가 복합적으로 얽히는 경우가 많아, 피해 직후의 초기 대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다수의 분쟁 사건을 처리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거래 흐름과 송금 내역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만으로도 이후 법적 대응의 출발점이 크게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고차를 넘기고 대금까지 받았는데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외형상 차와 돈이 오갔더라도, 매매대금 같은 본질적 사항에 당사자 사이의 의사 합치가 없으면 매매계약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매도인이 4,700만 원에 팔 의사였던 반면 매매상은 3,850만 원에 살 의사였고, 두 사람은 직접 협의한 적도 없어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습니다(대법원 2000다51650 법리).
Q.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면 받은 돈은 돌려줘야 하나요?
네. 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면 각자 받은 것을 원상회복해야 합니다(민법 제741조 부당이득). 매매상은 자동차를, 매도인은 매매대금 3,850만 원을 서로 반환할 의무가 있고, 두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Q. 사기범 말을 듣고 받은 돈을 다시 송금했는데도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있나요?
대법원 2025다219380 판결은 그렇다고 보았습니다. 매매대금이 일단 매도인 계좌로 들어와 매도인이 이를 사실상 지배한 이상 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었고, 그 후 사기범 요청에 따라 다시 송금한 것은 매매대금이 귀속된 이후의 별도 처분행위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Q. 동시이행 항변이 받아들여지면 자동차를 돌려받지 못하나요?
돌려받을 수는 있으나 조건이 붙습니다.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되면 매도인은 받은 매매대금 3,850만 원을 반환함과 동시에 자동차를 인도받게 됩니다. 즉 돈을 먼저 또는 동시에 돌려주어야 차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Q. 대법원 2025다219380 판결의 핵심 결론은 무엇인가요?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인도된 자동차와 지급된 매매대금은 분리할 수 없는 일련의 거래이므로, 매매대금도 매도인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부정한 원심(대구지방법원 2025나301866)이 부당이득의 성립과 이익의 실질적 귀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보아 파기·환송했습니다.
Q. 2000다51650 판결의 계약성립 법리는 지금도 적용되나요?
네. 본질적·중요 사항에 관한 구체적 의사 합치가 있어야 계약이 성립한다는 대법원 2000다51650 판결의 법리는, 이 자동차 사건은 물론 암호화폐 거래 사건(서울고등법원 2023나2042578) 등에서도 계속 인용되며 확인되고 있습니다.
Q. 중고차 거래 사기를 예방하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거래 상대방 본인을 직접 확인하고, 가격과 목적물에 대한 인식이 일치하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신분을 숨기라는 요청, 입금된 돈을 다시 제3자에게 보내라는 요구는 전형적 위험 신호이므로 거래를 멈추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중고차 거래 사기, 부당이득 반환, 동시이행 항변과 관련한 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법무법인 아틀라스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관계와 송금 내역을 토대로 민사·형사 대응 방향을 함께 검토해 드립니다. (전화 032-864-8300 · 이메일 info@atlaw.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