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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시리즈 2편] 비공지성이란? 역설계와 비공지성 상실의 경계




영업비밀 비공지성 판단 기준 - 상대적 비밀성의 개념, 역설계와 비공지성 상실의 관계, 결합정보의 비공지성 인정 요건을 도식화한 법률 인포그래픽

실제 사례: 한 반도체 장비 제조사가 경쟁사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경쟁사는 “해당 기술은 제품을 분해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라며 비공지성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역설계에 6개월 이상의 기간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여 비공지성을 긍정했습니다. 역설계 가능성과 비공지성은 어떤 관계일까요?

핵심 답변: 비공지성이란 정보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한” 상태를 말합니다. 절대적 비밀이 아닌 상대적 비밀로 충분하며, 비밀유지의무자에게 알려진 경우에도 유지됩니다. 역설계가 가능하더라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면 비공지성은 유지됩니다.

왜 비공지성 판단이 어려울까요?

※ 본 사례는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하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역설계가 가능하면 비공지성이 부정되는가”였습니다. 대법원은 역설계의 난이도, 소요 시간, 필요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2다60610 판결 참조). 단순히 역설계가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비공지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2019년 비밀관리성 요건이 완화되면서 비공지성 판단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지금부터 비공지성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1. 비공지성이란 무엇인가요?

법적 정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의 첫 번째 요건으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를 규정합니다. 이것이 비공지성 요건입니다. 해당 정보가 간행물이나 인터넷 등에 게재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져 있지 않고,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상대적 비밀성으로 충분합니다

비공지성은 절대적 비밀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임직원, 협력업체 등)에게 정보가 알려져 있더라도, 그 제한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 비공지성은 인정됩니다. 이 점에서 특허법상 신규성과 구별됩니다.

특허법에서는 출원 전에 단 한 번이라도 공개되면 신규성이 절대적으로 상실됩니다. 그러나 영업비밀의 비공지성은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에게 알려진 경우에는 상실되지 않습니다. 다만, 비밀유지의무가 없는 외부인 단 한 명에게라도 알려지면 비공지성이 상실될 수 있습니다.

비공지성과 경제적 가치의 관계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정보가 공개되면 보유자는 경쟁상 우위를 잃게 되고, 더 이상 보호할 재산적 가치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비공지성이 부정되면 경제적 유용성도 함께 부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무상 비공지성이 인정되면 경제적 유용성도 함께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비공지성은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2다60610 판결). 이 표현만 보면 일반 공중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학설의 비판

그러나 학계에서는 비공지성 판단의 기준을 동종 업계 종사자(경업자)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 공중을 기준으로 하면, 전문적인 기술 정보는 대부분 비공지성을 충족하게 되어 부당함
  • 영업비밀 침해의 주체는 주로 동종 업계 종사자이므로, 이들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
  •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도 동종 업계 종사자를 기준으로 판단

실무적 의미

특히 역설계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기준 대상자 설정이 중요합니다. 일반인이 분해해서는 알 수 없지만, 동종 업계 전문가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의 경우,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점을 고려하여 기술의 전문성과 해당 업계의 기술 수준을 함께 주장해야 합니다.


3. 공개된 정보를 조합한 것도 비공지성이 인정되나요?

결합정보의 비공지성 문제

영업비밀로 주장되는 정보는 종종 여러 정보가 조합된 형태입니다. 개별 정보는 이미 공개되어 있더라도, 그 조합 자체에 비공지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인정되는 경우

학설과 판례를 종합하면,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결합정보의 비공지성이 인정됩니다.

  • 조합 자체가 어려운 경우: 해당 업계 종사자라 하더라도 정보를 조합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경우: 조합된 정보가 개별 정보의 단순 합계 이상의 기술적·경제적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
  •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경우: 조합 정보의 축적 자체가 설계, 개발 등의 비용 절감에 기여하는 경우

인정되지 않는 경우

반면, 공개된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거나 수집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비공지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동일한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조합할 수 있다면 보호할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3자의 예측가능성을 해칠 우려도 있습니다.


4. 제품을 출시하면 역설계로 비공지성이 상실되나요?

역설계란 무엇인가요?

역설계(Reverse Engineering)란 공개된 제품으로부터 출발하여 그 제품이 개발된 방법을 역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영업비밀이 체화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면, 경쟁사가 이를 구입해 분해·분석하여 기술 정보를 취득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역설계와 비공지성의 관계

역설계 자체는 적법한 정보 취득 방법입니다. 대법원도 “경쟁자가 독자 연구개발이나 역설계 같은 합법적 방법으로 동일 기술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역설계가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비공지성이 자동 상실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단 기준: 난이도와 비용

핵심은 역설계의 난이도입니다.

비공지성 유지 (역설계가 어려운 경우): 역설계에 특수한 기술이나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어 누구나 쉽게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품 출시만으로 비공지성이 상실되지 않습니다.

비공지성 상실 (역설계가 용이한 경우): 역설계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적어 누구라도 간단히 제품을 분석하여 영업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제품 시판과 동시에 비공지성이 상실됩니다.

실무상 주의점

역설계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실제로 역설계에 성공하여 정보를 공개하면 그 순간 비공지성이 상실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역설계 기술도 발달하고 있어, 과거에는 어려웠던 역설계가 현재는 용이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 출시 시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계약에 의한 역설계 금지

독일 영업비밀보호법은 계약으로 역설계를 금지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하면 영업비밀 침해로 인정된다고 규정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으나, 향후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5. 비밀관리성 완화 이후 비공지성의 중요성은 어떻게 변했나요?

2019년 법 개정의 영향

2019년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으로 비밀관리성 요건이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에서 “비밀로 관리된”으로 완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비밀관리성 요건으로 영업비밀 보호가 부정되는 사례는 줄어들었습니다.

비공지성 판단의 중요성 증가

비밀관리성 요건이 완화된 만큼, 앞으로 영업비밀 분쟁에서 비공지성이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안에서 비공지성 판단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 역설계 가능 제품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
  • 결합정보의 비공지성이 다투어지는 사건
  • 동종 업계에서 유사 기술이 다수 존재하는 사건

명확한 기준 마련의 필요성

비공지성 판단 기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판단 대상자를 일반인으로 볼 것인지, 동종 업계 종사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주요국의 운영 사례를 참고하여 역설계와 관련한 비공지성 판단 기준(기술 난이도, 소요 비용 및 시간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6. FAQ

Q1. 비공지성과 특허법상 신규성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특허법상 신규성은 절대적 비밀성을 요구하여 한 번 공개되면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영업비밀의 비공지성은 상대적 개념으로,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에게 알려진 경우에는 비공지성이 유지됩니다. 다만 비밀유지의무가 없는 외부인에게 알려지면 상실됩니다.

Q2.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면 영업비밀의 비공지성이 자동으로 상실되나요?
A. 아닙니다. 역설계에 특수한 기술이나 상당한 시간·비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제품 출시만으로 비공지성이 상실되지 않습니다. 다만 누구나 쉽게 분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출시와 동시에 비공지성이 상실됩니다. 역설계의 난이도가 핵심 판단 기준입니다.

Q3. 공개된 정보들을 조합한 것도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다만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조합 자체가 어렵거나, 조합으로 새로운 기술적 효과가 발생하거나, 조합 정보의 축적이 비용 절감에 기여하는 경우에 한하여 비공지성이 인정됩니다. 누구나 쉽게 동일한 조합을 할 수 있다면 비공지성이 부정됩니다.

Q4. 비공지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대상자는 일반인인가요, 동종업계 종사자인가요?
A. 학설상 논쟁이 있으나, 동종업계 종사자(경업자)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일반인 기준으로 하면 대부분의 기술정보가 비공지성을 충족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해당 업계의 기술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5. 계약으로 역설계를 금지할 수 있나요?
A.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다만 독일 영업비밀보호법은 계약으로 역설계를 금지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하면 영업비밀 침해로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향후 우리나라도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중요한 기술 거래 시 역설계 금지 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실무에서 역설계 가능성을 둘러싼 비공지성 쟁점에 대해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결합정보의 비공지성 인정 기준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유리한 결과를 도출해 왔습니다.

※ 본 글에서 소개된 사례는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하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사실관계를 각색하였습니다.

글쓴이 소개

김태진 | 대표변호사
기업 자문, 기업 분쟁, 기업 형사 전문 변호사
(전)검사 | 사법연수원 33기
고려대학교 법학 학사·형법 석사,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법학석사(L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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