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의 유언은 유효한가요? 유언능력 판단기준과 대법원 판례 분석
목차
문의내용: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유언장을 작성했는데, 이 유언이 유효한가요?” 인천 송도의 한 중견기업 오너 가족이 법무법인 아틀라스에 의뢰한 질문입니다. 어머니는 성년후견 개시 청구가 진행 중이었고, 임시후견인까지 선임된 상태였습니다. 상속인들 사이에서 유언의 효력을 두고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이 사례는 실제 사례를 이해의 편의를 위해 각색한 것입니다.)
왜 치매환자의 유언이 중요한 법적 쟁점이 되었을까요?
우리나라는 2025년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고, 2050년에는 30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치매환자의 유언은 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상속인들의 권리 보호 사이에서 중요한 법적 쟁점이 됩니다. 문제는 치매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치매 진단’이라는 사실만으로 유언능력을 부정할 수 없고, 유언 당시의 구체적 상태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15개 이상의 판결에서 이러한 판단기준을 구체화해왔습니다. 법무법인 아틀라스가 대법원 판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유언능력의 판단기준과 상속분쟁 예방 방법을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1. 치매환자도 유언을 할 수 있나요?
치매 진단과 유언능력은 별개입니다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유언능력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설령 당시 망인의 상태를 의학적으로 치매 또는 심신상실 등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유언공정증서 작성 당시 망인에게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2. 7. 21. 선고 2019가합205484 판결).
치매의 특성상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치매 진단 기간 동안의 모든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 법률행위 당시의 상태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유언적령과 유언능력
우리 민법은 제1061조에서 “만 17세에 달하지 못한 자는 유언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유언연령을 정하고 있습니다. 만 17세 이상이면 미성년자라도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유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도 만 17세 이상이면 유언능력이 있습니다(민법 제1062조).
다만 피성년후견인은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만 유언할 수 있고, 이때 의사가 심신 회복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해야 합니다(민법 제1063조 제1항, 제2항).
2. 유언능력이란 무엇인가요?
유언능력의 정의
우리 민법에 유언능력을 명확히 정의한 조문은 없지만, 학설은 대체로 유언능력을 “유언을 유효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합니다. 유언도 법률행위이므로 유언자에게 유언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이론이 없습니다.
판례는 “유언능력은 유언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식별능력으로, 그 성격 등에 비추어 재산적 행위에 요구되는 정도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일반적인 재산행위보다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1. 10. 4. 선고 2010나101334 판결).
의사능력과 유언능력의 관계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 내지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 및 예기력을 기초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 지능”을 말합니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의사능력이 없는 자의 법률행위는 무효입니다.
학설과 판례는 대체로 유언능력을 의사능력과 유사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판결에서도 “유언능력은 의사능력의 문제”라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4. 20. 선고 2021나2044594 판결). 따라서 유언능력이 없으면 의사능력도 없고, 의사능력이 없으면 유언도 무효가 됩니다.
3. 법원이 제시한 유언능력 판단기준은 무엇인가요?
종합적 고려 요소
법원은 “유언능력 유무는 사실인정의 문제로,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과 그 법률효과를 이해하고 판단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가 즉, 유언자의 유언 당시 판단 능력, 질병 상태, 유언 내용, 유언 작성 당시 상황, 종래 의향, 수증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2. 23. 선고 2010가합20414 판결).
구체적 판단기준 15가지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를 종합하면, 유언능력 판단 시 다음 요소들이 고려됩니다.
| 구분 | 판단 기준 | 세부 내용 |
|---|---|---|
| 형식적 요건 | 1. 구수요건 충족 여부 | 유언자가 유언 취지를 말로 전달했는지, 단순히 고개만 끄덕인 것은 불충분 |
| 2. 직접 서명날인 여부 | 타인의 도움 없이 서명할 수 있었는지, 팔목을 붙잡아 준 경우 무효 | |
| 신체적 요소 | 3. 유언 당시 건강상태 | 나이, 질병 진행 정도, 섬망증 유무 등 |
| 4. 질병의 종류와 양상 | MMSE 검사결과, 신체감정서, 알츠하이머 진단 여부 등 | |
| 5. 의사소통 가능 여부 | 거동 불편해도 상대방이 알아들을 정도로 의사표시 가능했는지 | |
| 6. 의식 명료 여부 | 유언 당시 의식이 분명했는지, 반혼수상태였는지 | |
| 내용적 요소 | 7. 평소 의향과의 부합 | 유언 내용이 이례적인지, 특정인만 배제하는 내용인지 |
| 8. 유언 내용의 복잡성 | 단순한 내용인지, 여러 재산과 수증자가 있는 복잡한 내용인지 | |
| 9.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 유언 전 준비과정, 초안 작성 경위 등 | |
| 10. 법률적 의미와 효과 | 유언의 법률적 효과를 이해할 수 있었는지 | |
| 절차적 요소 | 11. 병세 악화와 유언 간격 | 유언과 사망 사이의 기간, 병세 악화 시점 |
| 12. 절차 참여자 구성 | 공증인, 증인, 수증자 사이 이해관계 유무 | |
| 13. 이의 제기 여부 | 참석자 중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지 | |
| 14. 초안과의 일치 여부 | 사전에 작성한 초안과 구조, 내용이 동일한지 | |
| 15. 합리성 여부 | 유언자 입장에서 불합리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
4. 판례에서 유언이 유효로 인정된 경우
사실관계: 망인은 폐암 진단 후 병세가 악화되자 죽음이 임박했음을 직감하고 유언서 초안을 미리 작성하여 공증담당변호사에게 교부했습니다. 유언 당일 병실에서 유언 취지를 다시 구수하고, 공증담당변호사가 초안 내용을 낭독하여 일치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유언 6일 후 사망했습니다.
판단: 대법원은 망인이 의식이 명확하여 관련 서류 전부를 직접 확인한 후 서명날인한 점을 인정하여 유언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관계: 망인은 폐암 3기로 수술 후 퇴원했다가 4개월 후 다시 입원했고, 입원 2주 후 유언을 했습니다. 당시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반응이 느리며 식사도 잘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공증인의 질문에 “그렇게 하라”고 답변했고, 유언 후 2개월 뒤 사망했습니다.
판단: 대법원은 망인이 직접 정확한 글씨체로 서명했고, 부동산이 한 필지, 수증자도 2인뿐이어서 내용이 간단하며, 망인의 의사식별능력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유언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사실관계: 망인은 뇌종양 수술 후 섬망증이 있었고, 유언 당일 MMSE 검사에서 23점(30점 만점, 24점 이상 정상)을 받았습니다. 주식 50만 주 이상을 재단에 유증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망인은 이전에 수상 소감문을 작성하고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하며 기자 인터뷰도 했습니다.
판단: 대법원은 유언 내용이 수술 전 초안과 기본구조가 동일하고, 유증재산 규모가 클 뿐 복잡하지 않으며, 망인 입장에서 합리적인 내용이라고 보아 유언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사실관계: 망인은 위암 말기로 링거를 맞으며 부축을 받아 소파에 누워 있었고, 유언 다음 날 사망했습니다. 작은 소리였지만 상대방이 알아들을 정도로 “당연히 큰아들 주어야지”라고 답변했고, 직접 명확한 글씨체로 서명날인했습니다.
판단: 법원은 거동이 불편해도 의사표시가 가능했던 점, 직접 서명한 점을 고려하여 유언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유언 다음 날 사망했더라도 유언 당시 의사표시가 가능했으면 유효합니다.
5. 판례에서 유언이 무효로 판단된 경우
사실관계: 망인은 기관지절제수술 후 목에 튜브를 삽입하여 말을 할 수 없었고, 표정, 몸짓, 입모양으로 의사표현을 했습니다. 유언 당시 이미 의학상 반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직원이 초안 내용을 불러주자 고개만 끄덕거렸습니다. 수증예정자가 팔목을 붙잡아 주어 서명하게 했습니다.
판단: 대법원은 의사능력이 없었고, 유언의 취지를 구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사실관계: 망인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위암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했습니다. 큰며느리를 몰라보거나 천장의 전기줄을 뱀이라고 하는 등 헛소리를 했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 정도의 말만 할 수 있었습니다. 유언 내용은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아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었습니다.
판단: 대법원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라고만 말한 것으로는 유언의 취지를 구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사실관계: 망인은 유언서 작성 약 1년 전과 4개월 전에 알츠하이머형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유언 내용은 수십 년간 편애하던 삼남만 상속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4개월 만에 태도가 완전히 바뀐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판단: 법원은 “유언서 작성에 요구되는 의사능력은 소송위임이나 예금인출에 관한 의사능력보다 고도로 요구되는 점”을 지적하며,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할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보아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사실관계: 망인은 지남력 및 기억력 장애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기 어려웠고, 구음장애로 공증인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이거나 가로저었습니다. 서명은 필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날인도 공증인과 참여인이 대신했습니다. 유언 2일 후 사망했습니다.
판단: 법원은 망인 재산 대부분을 장남을 제쳐두고 차남에게만 증여하는 내용이 매우 이례적이고, 간병한 자녀가 아닌 수증예정자만 참석한 점 등을 고려하여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6. 성년후견 개시 전 유언의 효력은 어떻게 되나요?
대법원 2022다261237 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인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다261237 판결은 성년후견 개시 청구가 있고 임시후견인이 선임된 상태에서 한 치매환자의 유언 효력이 문제된 사안입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은 2016. 12. 30. 임시후견인이 선임되는 사전처분을 받았고, 2017. 3. 24.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2018. 2. 20.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확정되었고, 2020. 7. 20. 사망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첫째, 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의 사전처분으로 임시후견인이 선임된 경우에도 사건본인이 의사능력이 있는 한 임시후견인의 동의 없이 유언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62조는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의 유언에 행위능력 관련 규정인 민법 제10조 및 제13조를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민법 제1063조 제2항(의사의 심신 회복 상태 부기 요건)은 성년후견이 개시된 경우에만 적용되고, 아직 성년후견 개시 전에 임시후견인만 지정된 상태에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7. 상속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유언장 작성 가이드
유언능력 증명을 위한 증거 확보
고령이나 질병이 있는 경우 유언 당시 의사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사항들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1. 진료기록 확보
유언 전후 가까운 시점의 진료기록, MMSE 검사결과를 확보합니다. 24점 이상이면 정상으로 평가되지만, 20점 이상도 유언능력이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1다87259 판결).
2. 영상 촬영
유언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면 유언 당시 상태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대상판결에서도 유언장 작성 당시 촬영 영상이 중요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3. 평소 의향과의 부합
유언 내용이 평소 의향과 부합하도록 합니다. 갑자기 특정 상속인만 배제하거나 이례적인 내용은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4. 전문가 입회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경우 공증인과 증인이 수증예정자와 이해관계가 없어야 합니다. 가능하면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유언 방식 선택
우리 민법은 5가지 유언 방식을 인정합니다.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가 있는데, 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권장합니다. 공증인이 참여하여 형식적 요건을 갖추기가 용이하고, 유언 당시 상황을 증명하기도 쉽습니다.
법무법인 아틀라스는 유언장 작성 자문, 유언능력 확보를 위한 증거 준비, 유언무효확인소송 대리, 유류분반환청구소송 대리 등 상속 전 과정에 걸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8. FAQ
법무법인 아틀라스는 인천 송도에서 기업 전문, 기업 분쟁, 기업 자문, 기업 범죄(사기, 배임, 횡령, 조세법, 관세법) 분야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언능력 판단과 관련된 상속분쟁에서 대법원 판례를 정확히 적용하여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해드립니다. 유언장 작성 자문부터 유언무효확인소송, 유류분반환청구소송까지 상속 전 과정에 걸친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 본 글은 신은영, “지적능력이 저하된 사람의 유언 ―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다261237 판결에 대한 평석을 겸하여 ―”, 「서울法學」 제33권 제1호, 2025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