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구상금, 보험자 선지급분 공단이 못 받나요? 상호보완적 관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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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례: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A는 산재보험 처리를 먼저 받았고, 근로복지공단이 2,500만 원 이상의 보험급여를 지급했다. 그런데 가해 차량의 보험사는 공단이 구상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이미 A에게 치료비 700만 원을 지급해 버렸다. 과연 이 700만 원, 공단이 받을 구상금에서 빠져야 하는 걸까?
항소심이 놓친 한 가지: ‘언제’ 지급했는지보다 ‘무엇을’ 지급했는지가 중요하다
※ 본 사례는 실제 판결문에 기재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되, 의뢰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당사자 정보를 A, B 등으로 익명 처리하였습니다.
항소심은 단순한 논리를 따랐다. 보험사가 공단보다 먼저 치료비를 지급했으니, 그만큼은 보험사의 한도액에서 차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논리에 제동을 걸었다. 공제가 허용되는 기준은 ‘지급 순서’가 아니라 ‘그 돈이 공단의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를 전보하는가’라는 점이었다.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치료비의 치료 기간이나 치료 항목이 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와 다르다면, 두 돈은 서로 다른 손해를 각각 메운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 치료비는 공단의 몫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었다.

1. 이 판결이 왜 중요한가요?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3다274933 판결(구상금)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 사건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책임보험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이미 지급한 돈을 어떤 기준으로 공단의 구상금에서 공제할 것인지를 명확히 정리한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2024. 7. 11. 선고된 대법원 2021다305437 판결(국민건강보험공단 구상금 사건) 및 2025. 7. 16. 선고된 대법원 2025다211133 판결에서 확립된 법리를 산재보험 구상금 분쟁에 그대로 적용하였습니다. 실무상 매우 빈번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이므로, 구상금 소송을 수행하는 당사자라면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판결의 두 가지 핵심 법리
이 판결이 확인한 법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단이 대위권을 취득한 이후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공단 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항목을 지급했더라도, 보험자는 이를 이유로 공단의 구상청구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둘째, 책임보험금 한도 초과로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이 공단 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지 않다면, 그 부분은 공단에 지급할 책임보험금에서 공제되어야 합니다. 두 법리는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언제나 ‘상호보완적 관계의 존부’로 귀결됩니다.

2. 사건의 사실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이 사건의 피해자 A는 퀵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사업주로 산재보험 가입자였습니다. 2018. 5. 8. A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가해 차량(소유자 겸 운전자 B)에 충격을 당해 우측 상완골 간부 골절, 우측 족관절 외과 골절, 우측 요골 신경 손상 등 중상해를 입었습니다.
보험급여 및 치료비 지급 경과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에 따라 A에게 2018. 7. 30.부터 2019. 9. 10.까지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일시금)를 합계 25,766,340원 지급하였습니다. 한편 보험사(피고)는 A의 치료비로 B 소유 가해차량에 관한 업무용 자동차보험계약상 책임보험자로서 다음과 같이 치료비를 지급하였습니다.
| 지급일 | 지급 상대방 | 치료 기간 | 지급액 |
|---|---|---|---|
| 2018. 6. 27. | H병원 | 2018. 6. 4.~2018. 6. 25. (통원치료) | 6,767,040원 |
| 2018. 7. 26. | H병원 | 2018. 5. 8.~2018. 5. 28. (입원치료) | 211,320원 |
| 2019. 1. 30. | 주식회사 I | 2018. 6. 20. (K병원 통원) | 147,260원 |
| 합계 (이 사건 치료비) | 7,125,620원 | ||

중요한 사실은, 보험사가 지급한 위 치료비 합계 7,125,620원은 공단이 A에게 지급한 요양급여의 치료 항목과 겹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단의 요양급여는 2018. 5. 8.부터 2019. 6. 28.까지의 치료비를 기준으로 지급되었으나, 보험사가 지급한 치료비 중 일부는 치료 기간 또는 치료 항목을 달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소심의 판단과 그 문제점
항소심(대전지방법원 2023. 8. 22. 선고 2021나129624 판결)은 보험사가 지급한 치료비 7,125,620원을 피해자 A의 적극적 손해액 산정 단계에서 먼저 공제한 다음, 공제 후 적극적 손해액에 요양기간 중 소극적 손해액을 합한 8,210,045원이 상해 책임보험금 한도 10,000,000원 내에 있다고 보아 8,210,045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계산 방식은, 보험사가 지급한 치료비가 공단의 요양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지를 심리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공제한 것으로서, 대법원은 이를 법리 오해로 파기하였습니다.

3. 구상금 대위의 기본 원칙은 무엇인가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피해자(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면, 공단은 피해자가 제3자 또는 그 보험자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채권을 급여액 한도에서 대위취득합니다. 그런데 판례는 이 대위의 범위를 더욱 정밀하게 제한합니다.
대위 범위를 제한하는 두 가지 기준
첫 번째 제한은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관한 것입니다.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공단은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대위할 수 있고,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보험급여액은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A의 과실이 30%로 인정되었으므로, 공단은 각 보험급여액의 70%에 해당하는 금액 한도에서만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제한이 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45419 판결 이래 확립된 법리에 따르면, 공단이 대위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보험급여와 동일한 성질로서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는 것에 한정됩니다. 쉽게 말해, 공단이 지급한 요양급여로는 치료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만 대위할 수 있고, 피해자의 위자료나 공단이 지급하지 않은 항목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대위할 수 없습니다.
4. ‘상호보완적 관계’란 무엇이고, 왜 핵심 쟁점이 되나요?
‘상호보완적 관계’란 보험급여와 손해배상이 동일한 손해 항목을 전보하는 관계에 있어서, 보험급여의 실시로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채권이 소멸될 수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판례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적용합니다.

| 산재보험 급여 종류 |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손해 항목 | 상호보완 관계에 없는 항목 (공단 대위 불가) |
|---|---|---|
| 요양급여 | 기왕치료비(적극적 손해) | 향후치료비, 위자료, 소극적 손해 |
| 휴업급여 | 요양기간 중 일실수입(소극적 손해) | 위자료, 적극적 손해, 요양기간 후 일실수입 |
| 장해급여 | 요양기간 후 일실수입(소극적 손해) | 위자료, 장해위자료, 향후치료비 |

왜 향후치료비와 위자료는 상호보완 관계가 없나요?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4다233626 판결은 이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산재보험법이 규정한 요양급여는 민사상 기왕치료비에 해당하는 항목이지만, 같은 치료비라도 기존의 요양급여와 향후치료비 사이에는 상호보완의 관계가 없습니다. 또한 위자료는 산재보험법이 규정한 보험급여에 의하여 전보되지 않는 손해이므로, 공단이 보험급여에 기하여 위자료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없습니다.

책임보험 한도액이 있는 경우의 구조
책임보험금 한도액이 있어서 피해자의 전체 손해액이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이 경우 보험자는 한도액 범위 내에서만 손해를 배상하면 되는데, 공단과 피해자 모두 그 한도액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게 됩니다.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3다274933 판결이 설시한 법리는 이 상황에서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이 공단 급여와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공단의 구상금에서 공제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어떻게 판단했나요?
대법원은 다음 두 가지 법리를 확인하면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법리 1: 공단 급여 이후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상호보완 항목은 공제 불가
공단이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여 손해배상채권에 대한 대위권을 취득한 이후,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공단 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손해배상채권을 책임보험금으로 지급하였더라도, 보험자는 이를 이유로 공단의 구상청구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305437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법리 2: 상호보완 관계에 없는 항목은 공단에 지급할 책임보험금에서 공제
책임보험금 한도 초과 상황에서,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이 공단 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지 않다면, 그 돈은 보험자가 공단에 지급해야 할 책임보험금에서 공제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주목한 것은 다음입니다.
보험사가 2018. 6. 27. H병원에 지급한 입원치료비 6,767,040원은, 공단이 2018. 5. 28. 이후의 치료에 대하여 지급한 요양급여와 치료 기간이 다를 수 있고, 공단이 별도로 지급한 항목들과는 치료 항목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한 보험사가 H병원 통원치료비와 K병원 통원치료비로 지급한 358,580원(= 211,320원 + 147,260원)도 공단의 요양급여와 치료 기간은 겹치지만 치료 항목이 다를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이처럼 치료 기간 또는 치료 항목을 달리하는 경우, 보험사가 지급한 치료비는 공단의 요양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공단에 지급될 책임보험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원심이 이 점을 심리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공제 처리한 것은 법리 오해에 해당한다고 파기하였습니다.

구상 범위 산정의 실제 구조
이 사건에서 항소심이 최종 인정한 구상 범위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파기 전 항소심 기준). 공단의 구상 가능 금액은 각 보험급여별로, 피해자 과실비율(30%) 공제 후 보험급여액과 각 손해항목별 배상채권액 중 적은 금액을, 해당 책임보험 한도금액 내에서 산정합니다.
| 보험급여 종류 | 보험급여 지급액 | 과실 공제 후(×0.7) | 해당 손해항목 배상채권 | 책임보험 한도 | 구상 범위 |
|---|---|---|---|---|---|
| 요양급여 | 8,418,500원 | 5,892,950원 | 적극적 손해 3,755,264원 | 상해 한도 10,000,000원 |
3,755,264원 |
| 휴업급여 | 13,673,840원 | 9,571,688원 | 요양기간 중 일실수입 4,454,781원 | 4,454,781원 | |
| 장해급여(일시금) | 3,674,000원 | 2,571,800원 | 요양기간 후 일실수입 26,206,880원 | 후유장애 한도 10,000,000원 |
2,571,800원 |
| 합계 (공단 구상 청구액) | 10,781,845원 (공단 청구: 10,541,680원) |
||||
대법원은 이 구상 범위 산정 방식 자체는 수긍하면서도, 위에서 본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치료비 7,125,620원의 처리 방식에 대해서 ‘상호보완 관계 여부를 심리하라’고 사건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6.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요?
이 판결은 구상금 분쟁의 양 당사자 모두에게 중요한 실무적 시사점을 줍니다.

근로복지공단(원고) 측 실무 포인트
공단이 대위권을 취득한 이후에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치료비 등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그 지급 항목이 공단의 요양급여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면 공단은 여전히 구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자가 “이미 피해자에게 치료비를 지급했으니 그만큼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단순히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해당 치료비가 공단의 요양급여와 치료 기간·항목이 동일한지를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책임보험자(피고) 측 실무 포인트
책임보험금 한도 초과 상황에서 보험자가 공단의 구상금을 줄이고자 한다면,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이 공단 급여와 상호보완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특히 향후치료비, 위자료, 장해위자료, 입원간병비 등은 상호보완 관계에 있지 않은 항목으로서 공제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반면 기왕치료비는 상호보완 관계에 있으므로, 이미 피해자에게 지급했다 하더라도 공단의 구상청구를 막을 수 없습니다.
소송 수행상 유의사항
이 법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금 사건(산재보험법 제87조 대신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적용)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305437 판결, 대법원 2026. 1. 15. 선고 2023다239718 판결). 따라서 산재·건강보험 구상금 소송을 수행할 때에는, 보험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각 항목별 금액이 어느 손해 항목에 해당하는지를 손해사정보고서 등을 통해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항목별 상호보완성 분석 없이 단순히 ‘지급 순서’ 또는 ‘지급 총액’으로만 공제를 논하는 것은 법리에 반합니다.

7. FAQ

산재보험 또는 건강보험 구상금 소송에서 상호보완적 관계 여부는 손해 항목별로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전문적 쟁점입니다. 다수의 구상금 사건과 기업분쟁 사건을 수행한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 사안에 적합한 전략을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
※ 본 글에서 소개된 법률 정보는 일반적인 안내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 대한 대응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