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대금 감액의 정당한 사유는 무엇인가요? 원자재·환율 변동 판례 분석

목차
실제 사례: 자동차 부품 원사업자가 원자재 단가 하락과 환율 변동을 이유로 45개 수급사업자에게 총 80억 원 규모의 하도급대금을 감액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부당 감액으로 보고 약 11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대부분의 감액에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갈린 걸까요?
공정위 처분 vs 원사업자 — 법원은 어느 쪽 손을 들었나?
※ 본 사례는 서울고등법원 2023. 2. 2. 선고 2020누64561 판결(시정명령등취소)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고·수급사업자의 명칭은 판결문 표기에 따라 익명 처리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공조부품 원사업자 A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45개 수급사업자를 상대로 106건, 총 80억 원 규모의 일시불(Lump-sum) 방식 하도급대금 감액을 실시했습니다. 원사업자는 원자재 단가 연동, 환율 변동 정산, 신규수주 대가 등 다양한 이유를 들었지만, 법원은 내부 문서와 협상 경위를 세밀하게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감액에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은 하도급대금 감액의 ‘정당한 사유’ 요건이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주며,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모두에게 중요한 실무 기준을 제시합니다.

1. 하도급대금 감액은 원칙적으로 허용되나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11조 제1항은 “원사업자는 제조등의 위탁을 할 때 정한 하도급대금을 감액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는 하도급대금을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입증책임은 원사업자에게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0누64561 판결은 “하도급법의 입법 목적, 문언 및 체계에 비추어 보면, 하도급법 제11조 제1항 단서의 ‘정당한 사유’는 이를 주장하는 원사업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원사업자는 단순히 감액 이유를 주장하는 것으로 부족하고, 그 정당성을 객관적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법원은 ‘이미 발생한 하도급대금’에 대한 감액뿐 아니라 ‘장래에 발생이 예정된 하도급대금’에 대한 감액도 하도급법 제11조의 규율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사업자가 형식상 “향후 발주 물량에 대한 단가 결정”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더라도, 이미 납품이 확정된 물량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감액에 해당한다는 취지입니다.
감액 약정이 민법상 유효하더라도 불법행위 책임은 별개입니다
대법원은 하도급법 제11조가 “그에 위배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부인하는 조항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 즉, 부당 감액 약정이 민법상으로는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판결은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 없이 하도급대금을 부당 감액한 경우, 그 약정의 민법상 효력 여부와 무관하게 그 자체가 하도급법 제11조를 위반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습니다.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는 약정이 민법상 유효하더라도 하도급법 위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2. 하도급법이 명시하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는’ 감액 유형은 무엇인가요?
하도급법 제11조 제2항은 다음 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합니다. 이에 해당하면 정당성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위법한 감액이 됩니다.
| 호 | 금지되는 감액 유형 |
|---|---|
| 1호 | 위탁 시 감액 조건을 명시하지 않고, 협조 요청·발주 취소·경제상황 변동 등 불합리한 이유로 감액하는 행위 |
| 2호 | 단가 인하 합의 성립 전에 위탁한 부분에 합의 내용을 소급 적용하여 감액하는 행위 |
| 3호 | 현금 지급 또는 지급기일 전 지급을 이유로 하도급대금을 지나치게 감액하는 행위 |
| 4호 | 원사업자에 대한 손해 발생에 실질적 영향이 없는 수급사업자의 과오를 이유로 감액하는 행위 |
| 5호 | 원사업자가 강제로 공급한 물품·설비 사용대가를 적정 금액 이상으로 하도급대금에서 공제하는 행위 |
| 6호 | 지급 시점의 물가나 자재가격이 납품 시점보다 하락했다는 이유로 감액하는 행위 |
| 7호 | 경영적자 또는 판매가격 인하 등 불합리한 이유로 부당하게 감액하는 행위 |
| 8호 |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고용보험료,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등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 |
| 9호 | 1~8호에 준하는 것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행위 |

3.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수급사업자가 서명한 합의서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자발적 동의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하도급대금의 감액 약정이 수급사업자의 자발적인 동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 정상적인 거래관행이나 상관습 및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며(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다53457 판결), 아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합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원사업자가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할 때 자발적 동의 없이 부당하게 감액한 경우에는 그것이 곧 하도급법 제11조를 위반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감액 약정의 민법상 유·무효 여부나 사기·강박 등의 별도 위법행위 유무는 이 손해배상책임의 성립과 무관합니다.
| 판단 요소 | 설명 |
|---|---|
|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정도 |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 대해 가지는 시장 지배력 |
| 거래의존도 | 수급사업자 매출에서 원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 |
| 거래관계의 지속성 | 거래 기간과 계속 거래에 대한 수급사업자의 기대 |
| 거래 상대방 변경가능성 |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를 실질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지 여부 |
| 당초 대금과 감액 대금의 차이 | 감액의 규모와 수급사업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타격 |
| 인도 시기와 감액 요구 시기의 시간적 간격 | 납품 완료 후 감액을 요구했는지 여부 |
| 대금감액의 경위 | 협상 과정, 감액 요구 방식, 압박 여부 |
| 수급사업자가 입은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 감액으로 인한 실질적 피해 규모 |

높은 거래의존도는 자발성 인정에 불리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0누64561 판결에서 법원은 수급사업자들이 원사업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약 60~80%에 달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이처럼 원사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수급사업자는 감액에 응하지 않을 경우 거래 관계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으므로, 서명 행위를 자발적 동의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수급사업자 임직원이 원사업자에게 유리한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했더라도 “높은 거래의존도 때문에 불리한 증언이나 확인서 작성을 거부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그 증명력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4. 원자재·부품 가격 하락을 이유로 한 감액, 언제 정당한가요?
원자재 단가 하락을 이유로 한 감액이 정당화되려면 단순히 “수급사업자가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서울고등법원 2020누64561 판결은 아래 다섯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 사전 합의의 존재 —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사이에 원자재 단가 변동에 따라 납품단가를 조정하기로 하는 사전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 정기적 조정 이력 — 그 합의에 따라 실제로 정기적으로 납품단가를 조정해 온 이력이 있어야 합니다.
- 쌍방향성 — 특히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경우에는 납품단가를 인상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일방향으로 하락할 때만 단가를 내리는 구조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 합리적 금액 산출 — 단가 인하액이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급사업자의 생산비용 감소액을 초과하지 않아야 합니다.
-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 — 위 모든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수급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동의하여야 합니다.

법원이 정당성을 인정한 예외적 사례
위 사건에서 법원이 예외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한 사례(연번 71)가 있습니다. 해당 수급사업자와 원사업자 사이에는 알루미늄(A3003) 원자재 가격 변동을 납품단가에 반영해 온 이력이 있었고, 전산 자료상 2014년부터 2017년 사이에 10회의 단가 조정이 있었으며 그 중 6회는 단가를 인상하는 것이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감액 전날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알루미늄 가격 하락에 따른 차액 정산이라는 취지가 명확히 드러났고, 감액 금액도 실제 원자재 가격 하락분에 기반하여 합리적으로 산출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경우에만 정당한 사유를 인정했습니다.
5. 환율 변동을 이유로 한 감액,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법원은 환율 변동을 이유로 한 감액에 대해서도 원자재 단가 하락과 동일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단순히 “환율이 하락했으므로 수급사업자의 실질 수익이 증가했다”는 논리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환율 변동 감액을 모두 부인한 이유
서울고등법원 2020누64561 판결에서 법원은 원사업자가 특정 수급사업자에 대해 2011년 이후 2019년까지 약 8년간 환율 변동과 무관하게 동일한 단가를 유지해 왔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장기간 환율 변동을 단가에 반영하지 않다가 특정 시점에 일방적으로 “환율 하락분을 정산한다”며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환율 변동을 이유로 한 감액이 정당화되려면 아래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환율 변동에 따라 단가를 조정하기로 한 사전 합의가 존재할 것
- 환율 변동에 따라 단가를 계속적으로 조정해 온 이력이 있을 것
- 환율 상승 시 단가를 인상했다는 사실이 인정될 것
- 생산비용 감소액을 초과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감액이 이루어질 것

이 사건에서 일부 수급사업자의 경우 2009년에 수차례 환율 변동에 따른 단가 조정이 있었으나, 그 이후로는 환율 변동을 이유로 단가가 변경된 적이 없었음이 전산 자료로 확인되었습니다. 법원은 6~8년간 환율 변동을 누락해 왔다는 원사업자의 주장 자체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설령 누락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첫 번째 감액 이후에도 계속하여 종전 단가를 유지하면서 추가 감액을 반복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6.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원사업자의 절차적 의무는 무엇인가요?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위법한 감액이 될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 제11조 제3항 및 동법 시행령 제7조의2는 원사업자가 아래 사항을 기재한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교부하도록 규정합니다.
- 감액 시 그 사유와 기준
- 감액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등의 물량
- 감액금액
- 공제 등 감액방법
- 그 밖에 원사업자의 감액이 정당함을 입증할 수 있는 사항

서면 교부 없이 이루어진 감액의 문제점
이 사건에서 원사업자는 LSP(Lump-sum Payment) 합의서를 작성하여 수급사업자의 서명을 받았지만, 합의서에 감액 사유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일부 합의서는 실제 감액 사유와 전혀 다른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심지어 피고(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 이후에 허위 내용을 추가하거나 문서를 사후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담당 변호사팀이 다수의 유사 사건을 검토한 경험에 비추어, 하도급대금 분쟁에서 감액 당시의 실제 협상 경위를 담은 내부 문서와 이메일이 핵심 증거로 기능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7. FAQ

법무법인 아틀라스는 하도급거래 분쟁, 공정거래 관련 행정 불복 소송, 기업 간 계약 분쟁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도급법 위반 여부, 감액 조건 설계,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 대응 등과 관련하여 실무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드릴 수 있습니다.
※ 본 글에서 소개된 법률 정보는 일반적인 안내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 대한 대응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